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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님 Jun 10. 2023

COWS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형검사 후기

Cold water = Opposite

Warm water = Same

"COWS". 어떤 유튜버의 온도안진검사 설명 영상에서 본 암기법이다. 귀에 찬물을 넣으면 안진이 반대방향, 뜨거운물은 같은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뜻.

태어나서 안진검사를 처음 해봤다. 그날따라 이명이 너무 심해서 이뇨제라도 받아야겠다 하고 동네 이비인후과를 갔었다. 처음 이명을 느낀건 7-8년 됐는데, 새벽에 늦게자고 5시에 일어나서 출근하거나 피곤할 땐 심했다가 평소엔 아예 없어진 것 같아서 별 신경 안썼었다. 최근에 좀 습관처럼 적게, 늦게잤더니 웅웅거리는 이명이 심해졌었다. 웅웅거린진 1-2년? 된 것 같다. 처음엔 삐소리였는데 최근엔 공장 모터소리처럼 우우우웅하는 낮은 소리가 들린다. 왼쪽 귀는 먹먹+이명이고 오른쪽 귀는 그냥 이명만인데 귀가 서로 다른 곳에 있는것 같았다. 한쪽은 어떤 방에있고 한쪽은 창문열고 바깥 소리 듣는 기분? 최근에 극심한 스트레스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이퀄라이징(발살바) 할 때나 갑자기 빵 터져서 웃을때 왼쪽으로 살짝 기우는 듯한 현기증을 느꼈다. 별로 심하지 않아서 저혈압인가보다 하고 넘겼었는데 이비인후과에서 비디오 안진검사를 하면서 어지럽진 않냐고 해서 대답했더니 큰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Hh43TMxaA4&t=364s

귀 CT, 평형검사 5종, 청력검사 20종을 했다. 사실 CT나 청력검사는 건강검진때도 하던거라 익숙한데 평형검사는 생소하고 비보험으로 비용도 60만원 이상이었다. 위 영상이 성모병원에서 만든거니만큼 딱 저대로 검사한다. 주관적 느낌을 적어봐야지.


1.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앉은 자세에서 고글을 쓰고 1미터 앞에 세로로 놓여진 4개의 점 중 보기 편안한 한 점을 고른다. 그리고 가만히 그 점을 쳐다보고있으려고 노력한다. 검사자가 턱을 잡고 좌우로 빠르게 45도 정도 흔들고, 머리를잡고 상하로 빠르게 흔들어도 그 점을 보고있으려고 노력하는 검사. 주관적으로 난도 0이었다.


2. 동적자세검사(☆)

계란 안으로 들어가는 것 처럼 스크린이 나를 감싸고있는 발판 위에 올라선다. 발판 위치를 잡고 최대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야한다. 처음엔 눈을 감은 상태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본다. 눈을 감아서 발판이 움직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눈을 뜨고나면 스크린에서 선들이 나한테 다가오는 것 처럼 움직이기도 하고, 발판이 약하게, 중간, 세게 기울어지면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도 본다. 아무 자극없이 발판에 가만히 서서 균형 잡는지도 본다. 이 때 점점 앞으로 기울어지면 스크린도 같이 다가오고 뒤로가면 멀어져서 어느정도 정보를 알 수는 있는데 '어어..?' 하면서 기울어지게 됨. 나는 쓰러질 정도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심한 환자는 아니어서 그냥 잠깐 실수로 중심을 잃은 것 같았다. 넘어질 것 같아도 뒤에서 잡아주시거나, 안전조끼 입고있어서 괜찮다. 난 그저... 코어가 부족해서 제대로 못 서있는거 같았음ㅠㅠ 잘 못할까봐 긴장이 돼서 못하는?


3. 회전의자검사(☆☆)

동그란 부스 안에 들어가서 머리를 고정한 뒤 투명한 렌즈가 달린 안경을 이마에 고정한다. 처음에 어두운데 빨간 점 하나를 준다. 그 점을 기억했다가 불을 꺼도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쳐다봐야된다. 빛이 없다보니 어둠속에서 눈이 자꾸 갈 곳을 잃게된다. 눈이 갈 곳을 잃는게 정상인 진 모르겠지만.. 눈알을 계속 움직이는건 괜찮은데 한곳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건 빛이 없는 상태에선 좀 어려웠다. 내가 평소에 멍때릴 때 좀 사시처럼 눈에 힘을 풀고있는데 그것 때문인지 검사때도 자꾸 한곳을 못보는 것 같았다. 어쩌다 정말 양안 초점이 잘 맞으면 검사자가 마이크로  "지금 좋아요!" 하면서 피드백을 주셨음. 나중엔 벽에 무늬가 도는데 무늬를 쳐다보기도 하고, 의자가 움직이면서 어느 방향으로 돌고있는지 물어보고, 돌면서도 계속 앞의 한 점을 쳐다보라고 하심. 이 검사를 할 땐 검사자가 말을 시키면서 해야 결과가 잘 나와서 계속 어지러운지 등등 마이크로 소통 해야됨. 한번 빨래 탈수돌듯이 돌고나면 잠깐 방문을 열어서 빛을 주시는데 이 때 좀 뭐가 보여서 살 것 같다. 영상을 보니 이 때 눈이 돌아오는 보상 정도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어릴 때 의자에 앉아서 자기 의자 뱅뱅 돌리던 수준보다 덜 어지러웠지만 수평으로 돌때 어지럼증 느끼는 사람들은 이거 하면 심하게 어지러울 듯..


4. 주관적시수직수평검사

이제 쉬운것만 남았나보다 하고 긴장이 풀려서 쉽게 했다. 벽에 레이저로 수직선과 수평선을 쏘는데 내가 봤을떄 수직/수평이 맞았다고 생각될 때까지 레버로 조절한 뒤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근데 이건.. 평소에 폰으로 사진 편집하면서 수직 수평을 많이 맞춰봤는데도 어려웠어서 내가 잘 한지 모르겠다. 귀에 이상이 있어서 잘 못하는건지 그냥 평소 거북목 + 어깨선 수평이 안맞고 자세가 삐딱하고 그래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어지럽지도 않고 쉬웠음.


5. 비디오 안진검사 - 자발안진검사, 주시안진검사, 두진후안진검사, 두위/두위변환안진검사, 온도안진검사 (☆☆☆☆)

VR같이 생긴 고글을 쓴다. 근데 이제 VR을 끈 채.. 앞이 깜깜하다.

자발안진검사는 가만히 앉아서 그냥 앞에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쳐다보는 검사이다.

주시안진검사는 수평으로 놓인 막대기에 왼쪽, 가운데, 오른쪽에 불빛이 들어오는데 불빛을 따라 보면 되는 검사이다. 평소에 주시안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 주시안안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궁금하다. 나는 여태껏 왼쪽이라고 생각해서 영화관에 가도 항상 오른쪽 좌석을 좋아했고, 사람 옆에 설 때도 오른쪽에 서는 걸 좋아했었는데.. 왼쪽이 이명+먹먹도 심하고 검사 하면서 왼쪽을 좀 더 못하는 것 같아서 주시안이 오른쪽일까 생각하면서 검사했다.

두진후안진검사는 검사자가 머리를 좌우로 막 흔든 뒤 앞을 쳐다보면 되는 검사다.

두위/두위변환안진검사는 누워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가 오른쪽으로 돌렸다가하고 앉아있던 상태에서 누우면서 머리를 베드 밑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45도 떨궈서 보는 검사다.

사실 나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 위의 것들이 쉽다고 느꼈는데 어지럼이 심한 사람들은 두진후 검사도 너무 고역일듯..

라고 마지막 온도안진검사를 하기 전까진 생각했다. 누워서 꿀빨고있다가 갑자기 당함. 처음엔 검사자가 오른쪽 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느낌이 어떠냐고 해서 별로 아무느낌 없다고 했더니 원래 물로 하는건데 물로 하면 너무 어지러울 수 있어서 처음에 바람으로 해본거라고 하셨다. 나는 물로 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셔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다. 식염수를 귀에 졸졸졸 흘려보내는데 처음엔 아무 느낌 없다가 물이 더이상 안들어오게되면 갑자기 느낌이 난다. 살짝 회전의자정도라 괜찮았다. 왼쪽귀에 할 때도 오른쪽보단 살짝 어지러웠지만 30초정도 쉬니 금방 회복됐다. 다음은 뜨거운물을 했다. 살 데일정도는 아니고 살짝 뜨끈한물인데 오른쪽귀에 먼저 했는데 찬물보다 살짝 더 어지러웠다. 그 동안 하도 회전을 많이해서 조금 미식거리는 상태에서 자극하니까 어지러운 정도 같아서 참을만했다. 어느 방향으로 도는 것 같냐고 질문도 받았다. 왼쪽으로 도는 것 같았는데.. "COWS"에 의하면 찬 물이랑 뜨거운 물이랑 뭔가 반대방향으로 회전을 느껴야 하는 것 같은데 난 그냥 오른쪽 귀는 둘 다 왼쪽으로 도는 것 같았음..

마지막으로 왼쪽 귀에 뜨거운물을 넣었다. 한 10초정도 넣었나. 심하게 어지러워서 온세상이 핑글핑글 도는 것 같았다. 고글을 쓰고있어서 밖이 안보이는데도 눈을 감았을때 펼쳐지는 세상의 그래픽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었다. 어지럽다고 말 하긴 했는데 계속 물을 넣으면서 어느방향으로 어지럽냐고 질문하셨는데 그 사이에 이미 방향 상실한채 360도(?)로 어지러운 기분이어서 "저 토할거같아요ㅠㅠ!!"라고 외쳤더니 검사자분이 중단하겠다고 하시고 고글에 시야 보일 수 있게 앞에 가림막을 빼주셨다. 봉지 드리냐고도 물어보셨는데 차마 토는 하고싶지 않았다..ㅠㅠㅋㅋ 눈이 보이는 와중에도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있었다. 오른쪽보다 어지러웠냐, 방향이 어느쪽인 것 같았냐 라는 질문에 대답이나 제대로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마지막에 치명타 입은 것 같았다. 진정을 1분 이상하고, 귀에 물을 닦고 검사실 밖으로 나왔다.


태어나서 이렇게 어지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던 듯.. 원래 차멀미도 잘 하는 스타일인데 한 번 올라온 멀미가 진정이 안되었다. 검사를 거의 1시간 40분정도 해서 밖에 나와보니 외래에 아무도 없었고 로비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메스꺼우니 하품을 3초에 한 번씩 하며 하품때문에 눈물 줄줄 흘리면서 좀비처럼 나왔다. 밥맛도 뚝떨어짐..이라고 해놓고 신거 먹고싶어서 냉면 먹었다.

검사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검사 결과 나오면 업데이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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