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과 글쓰기에 관하여

by 정현태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고 두 달째 교정 작업 중이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교정했지만 다시 읽어 보면 또 교정할 곳이 나온다. 한두 군데 나오는 게 아니다. 정말 무수히 많이 나오고, 심한 경우에는 문단을 완전히 새롭게 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문장이 더 정교해지는 것은 물론, 전체적인 구조나 논리가 훨씬 더 튼튼해지는 느낌이다. 다시 책을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초고를 쓸 때 큰 힘을 들이지 않을 것 같다. 그림으로 따지면, 초고는 스케치 같은 느낌이다. 결국 교정도 초고 작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교정이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하면 할수록 원고의 질이 더 좋아지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무한정 교정만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이번 교정이 정말 마지막이다. 최최최최최최최최최최최최종!


교정 작업 가운데 내가 쓴 글을 몇 번이나 읽으면서 묘한 느낌을 받는다. '이 글을 진짜 내가 썼다고?' 내가 쓴 것 명백한 사실이지만, 압도적인 글자수에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글을 온전히 내가 썼다고 믿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내가 혼자서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삶의 모든 존재가,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펜으로 삼아 이 글을 쓰게 했다. 원고를 쓰는 2년이라는 기간 동안 애써 쓸 때도 있었고, 힘 빼고 쓸 때도 있었는데, 좋은 글은 언제나 힘을 뺐을 때 나왔다. 애썼을 때는 내가 쓴 것이요, 힘뺐을 때는 하나님이 쓴 것이었다. 이 삶은 애써서 되지 않는다. 언제나 몸과 마음을 충분히 이완했을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출판을 앞둔 요즘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교정에 집중한다는 핑계로 지난 2개월 동안 백수로 지냈다. 물론 열심히 출판 작업에 몰두하기는 했으니 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벌이는 없었으니. 책이 나오지 않았으니 그 이후 일인 '강의 준비'는 언제나 유보된 채로 있었다. 이제 출판에 들어가면 강의 준비를 해야 하는데 걸어가 보지 않은 일이라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일단 커리큘럼을 짜야한다는 것 정도는 알겠는데, 그다음이 문제다. 강사로서의 커리어가 전혀 없는 나를 누가 불러줄 것인가? 불러주지 않는다면 결국 내가 먼저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은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결혼 전이었다면 실패가 두렵지도 않을 것이요, 마음의 여유도 많았을 터지만 가족들을 챙기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지금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나는 내 삶을 하나님께 바친 사람 아닌가. 하나님은 언제나 길을 보여 주시는 분이다. 하나님을 알기 전에도 후에도 하나님은 단 한 번도 길을 보여주지 않으신 적이 없다. 분명히 알아서 잘해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약한 인간의 마음을 한 자로서 일말의 두려움은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오는 주에 교정승인서를 송부하면 책은 4월 안에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4월은 강의 준비에 열을 올리는 한 달이 되겠군. '사랑'을 주제로 한 강의 준비... 좀 설레는데? 매일매일의 기분이 다르지만, 오늘 밤 느끼는 기분은 제법 가볍다. 왠지 모르게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잘되면 좋겠지만, 잘 안 돼도 괜찮다. 잘되는 것, 잘 안 되는 것, 그거 다 인간의 기준이다. 난 하나님의 기준으로 살아갈 것이다. 하나님의 기준으로는 다 좋은 것이다. 난 알량한 인간 마음 따르지 않고 무한한 하나님의 마음을 좇으련다. 좋아하는 기도 오늘도 드린다.


"하나님 뜻대로 하소서."


KakaoTalk_20260329_220509026.jpg 마지막 교정은 인쇄해서 아날로그 스따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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