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보험업 도전기 8

by 정현태

지점장님께 조심스레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많이 확고해 보였는지 지점장님께서는 말을 아끼셨다. 몹쓸 병 때문에 일주일 쉰 것을 제외하면 정확히 4주, 그러니까 한 달을 일한 셈이다. 지점장님은 나오려는 말을 억지로 삼키셨는데, 아마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벌써 그만두느냐고 말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솔직히 그렇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한 달 만에 그만두는 것은 오만한 태도일 수도 있다. 마치 한 사람을 만났는데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고 저런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확신한 뒤 멀리하는 것처럼. 근데 나로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직관이 말해준다. 자연히 피어오르는 생각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만두어야 했다.


솔직히 자존심이 많이 상하고 답답하다.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싶었다. 나의 직관과 신념과 상관없이 이 삶의 모든 부분을, 그것이 설령 내 기준에서 '악'일 지라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보험이 가치 없는 것이더라도 나는 마치 게임을 하듯 그저 재미를 느끼며 보험을 팔아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입장보다 나 자신이 경험하는 순수한 즐거움을 좇아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했다. 마음이 자꾸 말을 거는데 이걸 무시할 재간이 없다. 이것은 진정 바꿀 수 없는 나의 본질일까? 나는 나의 결정을 '포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이 조소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내가 끈기 없다고 욕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가정이 있으면서도 멋대로 행동하는 날 보며 책임감이 없다고 욕할 것이다. 이런 시선은 분명 아프지만 나는 이들을 이해한다. 나조차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의 내면을, 그곳에 들어와 본 적도 없는 이들이 어찌 이해하겠는가.


약 한 달이라는 시간과 그 시간 동안 일을 위해 쓴 돈이 200만 원 정도, 그리고 기회비용까지 따지면 수 백은 깨진 것이겠지만 그래도 배운 것이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역시 경험이 좋다. 경험만이 나의 존재를 더 선명하게 하고, 경험만이 나의 존재를 더 확장시킨다. 이 시리즈를 끝내기 전에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 몇 가지를 공유한다.


1. 직관에 관하여

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무언가 부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만나는 사람이나 업 자체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아니다. 업이나 사람들의 결이 다만 '정현태'라는 사람과 맞지 않을 뿐이었다. 이런 에너지는 전에도 느껴본 적이 있었다. 2019년에 술집 하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그 술집 사장에게서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었다. 주변 사람들이 나의 계약을 말렸지만, 나는 불나방처럼 무언가에 홀려버렸고 결국 사기를 당했다. 그 당시 나에게는 몹시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나는 앞으로 직관을 조금 더 신뢰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번에도 나는 직관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불구덩이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내가 뛰어든 게 아니라 던져진 느낌도 든다. 하나님께서 무언가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으셔서 나를 이 업으로 인도하신 건 아닐까.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고 싶으셨던 건 아닐까?


"자, 봤지? 앞으로는 너의 직관을 온전히 신뢰해 봐."


2. 자기 초월에 관하여

직관을 무시했던 것은 나를 한계에 가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진정 이 '나(에고)'라는 개념을 초월해보고 싶었다. '나'라는 경계가 허물어지면 '너' 또한 없어지며 삶은 하나의 전체가 되고, 그렇게 되면 맞고 안 맞고 따위의 불편한 감정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최종 결론은 나갈 수 없는 감옥, 즉 '나'가 실재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의 긴 대화를 통해 이 자기 초월을 향한 욕망마저 나의 에고였음을 깨달았다. 다시는 '나'를 초월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도 자체를 버리면 '나'라는 실체는 감옥이 아니라 안식처가 된다. 도전하지 않겠다. 애쓰지 않겠다. 온전히 내맡기고 흐름을 따르겠다. 적절한 때가 되면 나는 기존의 나를 자연히 초월한다. 이미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지 않았는가.


3. 보험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질

보험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적는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는 무조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첫째는 보험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다. 보험의 힘을 진실로 믿어야 고객을 설득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보험도 부족함 없이 잘 설계되어 있다. 믿음과 행동이 일치하니 말에 힘이 실리고 고객은 그 힘을 자연히 느낀다. 둘째는 뻔뻔함이다. 보험의 힘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뻔뻔함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뻔뻔함이 있는 사람에게는 보험의 가치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자신의 할 일을 한다. 이 뻔뻔함은 단순함을 포함하고 있다. 속내가 복잡하면서 뻔뻔한 사람은 없다. 뻔뻔하려면 단순해야 한다. 나는 보험의 가치를 믿지 않으며 뻔뻔하지 못하고 복잡한 사람이라 이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좌충우돌 보험업 도전기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