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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Oct 09. 2017

교사는 로봇으로 대체될 것인가

교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만에 집중해서 3천자 정도의 글을 써볼까 했는데 쉽지 않다. 새 글쓰기 툴이 익숙지 않아서 그렇다고 핑계를 대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문단 하나에서도 주제가 여러 개다. 문단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고 심지어 문장도 따로 논다. 짧은 글쓰기에 익숙해진 탓이다. 쉬운 글쓰기만 한 탓이다.


글쓰기만 그럴까. 쉬운 일만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능력이 그에 맞게 줄어든다. 운동 없이 일상생활만 한다면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능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의 과정 중 핵심 요소 하나는, 종류나 수준이 다른 과제를 적절하게 선정하는 것이다. 과제가 너무 쉬우면 교육 효과가 떨어지거나 역효과를 낳는다. 반대로 너무 어려우면 도전의식이 생기지 않거나 좌절할 수 있다. 적절한 과제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습자를 파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 과정을 평가라고 한다.


한국에서 평가는 흔히 지필평가로 인식된다. 평가란 말을 들었을 때 대다수는 선다형이나 단답형 문항으로 이루어진 시험지를 먼저 떠올린다. 누군가는 서술형이나 논술 문항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평가유형,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항의 유형은 평가의 극히 일부이다. 이들의 강조점은 학습자의 지식수준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과제 선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교육이 단순히 학습자의 지식수준에 따라 결정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학습자의 학습 동기, 과제에 대한 관심, 학습 패턴, 감정 상태, 지식 간의 유의미한 연결 정도, 다른 교육 참여자들과의 관계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요소들을 빠뜨린 평가를 바탕으로 과제를 선정하면 어떻게 될까. 학습자가 지식 외의 학습조건이 매우 좋은 상태라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어떤 조건이 학습을 방해한다면 선정된 과제가 학습자에게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교육 상황에서 교사가 필요한 이유는 이 미세한 차이를 파악할 수 있는 존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교사의 필요성' 논쟁과도 연결된다. 미래에는 AI(인공지능)의 발달로 교사가 사라질 것이라 예측하는 이가 있다. 정말로 그럴까? 교육 장면에서 인공지능이 교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AI가 위에서 상술한 학습자의 여러 조건까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의 표정과 말투, 눈빛과 몸짓을 읽어낼 수 있는 AI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이것이 가능한 AI가 개발된다면, 그때는 교육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영역이 바뀌게 된다. 그러니 적어도 그런 시대가 오지 않는 한 교사가 사라질 일은 없다.


과연 네 맘대로 될까?


그러나 이는 교육자의 관점일 뿐이다. 만약 지금처럼 교육의 목적을 사회에 필요한 특정 영역의 능력자를 길러내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 지배적인 상태가 지속된다면 AI가 교사를 대체할 수 있다. 그저 학습자의 지식수준에 따라 적정 수준의 과제를 끊임없이 제시해주고 학습 결과를 피드백해주는 로봇교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미 그런 시도는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만 해도 학습자의 지식수준에 따라 학습 과제를 선정해주는 프로그램이 꾸준히 출시되는 상황이다. 이 경향이 지속된다면 교사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결국 교사가 로봇으로 대체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그 사회가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에 달렸다. 교육을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적절한 과제를 투입하여 원하는 능력을 지닌 인재로 산출하는 공학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교육 상황에 학습자를 참여시켜 그를 변화시키는 예술로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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