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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니엘 Jan 11. 2024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 바덴바덴에서

올림픽 도시

Baden 주의 바덴. 두 번째 바덴은 목욕탕이라는 뜻이다. 아버지와 기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아버지는 이곳의 역사를 알고 있냐고 묻는다. 뭐 목욕탕을 이야기하려는 거냐고 그 어원 정도는 알고 있다고 했는데,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이야기한다.


아버지가 말씀하기를 바덴바덴, 이곳이 서울의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었던 곳이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생각했다. 서울올림픽의 유치장소까지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겠는가. 그래도 알아본다. 때는 바야흐로 1981년, 역사적인 올림픽 유치의 순간.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로는, 당장 올림픽 유치에 자신이 없었던 전두환 정부는 유치 경쟁국인 일본에 양보하고 이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올림픽 유치권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이런 의사를 일본 측에 전하니, 일본은 ‘너희가 뭘 양보하냐. 당연히 우리가 하는 건데.’하며 콧방귀를 뀌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분기탱천한 한국 정부는 이후 유치 총력전을 펼쳤다고.


믿거나 말거나, 모든 게 끝난 다음에야 해프닝으로 나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88올림픽이 우리나라 현대사의 큰 획을 그은 사건이었던 점은 틀림없는데, 그 이유는 일제의 식민지배와 전쟁을 겪고 세계에서 제일 가난했던 나라가 당당히 국제사회에 내딛는 상징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성공적이었던 올림픽은 세계사, 즉 냉전 종식에도 큰 역할을 했는데, 기존의 올림픽은 모스크바에서 할 때는 서구권 국가가 참여하지 않았고, 서구에서 하면 소련 및 동구권 국가가 참여를 하지 않았는데, 서울올림픽은 총 160개 국가가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임과 동시에 8년 만에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함께 참가한 대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역사가 시작된 곳은 바로 이 바덴바덴이다.




이제 서울올림픽을 뒤로하고 바덴바덴만 생각해보자. 이름부터 온천이라고 했고 라인강 유역이다. 역시, 로마에 그 뿌리가 있다. 로마 시대의 이곳의 이름은 Aurelia Aquensis, 로마 5현제 중 한 명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물’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바덴바덴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역시 로마의 병참기지였던 스트라스부르의 병사들이 이용하던 장소였다. 지금도 바덴바덴 온천장이 있는 곳에 로마의 유적이 있다. 로마 황제와 병사들의 온천탕은 분리된 채로.

로마 멸망 이후 폐허가 된 이곳은 중세의 바덴 후작이 이곳에 머무르면서 발전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계에 있었던 만큼 수많은 전쟁을 피해가진 못했으며 2차 세계대전엔 폭격을 받기도 한다. 전쟁 이후, 미ㆍ영국, 프랑스, 소련으로 나뉜 독일 중 프랑스 주둔군의 본부가 되는데 이것이 나는 결정적으로 카를로비 바리와 다른 온천의 역사를 갖게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덕분에 온천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졌고, 문화예술 분야에도 큰 투자가 이뤄져 이는 독일 내에서도 큰 규모의 극장과 특급 호텔이 들어서거나 유지되는 계기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곳의 특급 호텔 중 하나인 Kurhaus에 갔는데 이곳이 IOC 총회가 열린, 서울올림픽 유치가 성공했던 장소이다. 이곳의 카지노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직접 방문 후 소설의 모티프로 썼던 곳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역사와 다소 사악한 물가, 멋진 건축물이 있던 도시 바덴바덴. 맑고 화창한 날씨에 목욕을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 법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그런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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