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나는 요즘 월요일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나는 내 일을 하고, 주어진 목표에 최선을 다하는 내가 좋다.
독일에서 1년의 육아휴직 기간 동안 "나는 일하잖아, "라며 발뺌하는 듯한 홈오피스하는 남편이 얄미웠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그의 말은 틀린 건 없었다. 당연히 업무에 집중해야 되는 시간인데 집에 있으니까 나를 좀 더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가 울어재끼는 데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는 날이면 퇴근하자마자 애를 안겨주고 성질이 나서 저녁 내내 신경질을 부렸다. (그 뒤로 아이가 울 때마다 와서 챙겨주긴 했다)
육아 휴직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휴직이 아닌 24시간 끝이 없는 업무의 연속. 그게 바로 육아인데.
아이가 같이 집에서 성장하고 우리와 애착을 형성하는 모습에 나도 기뻤지만, 사실 복직하는 그날이 두려우면서도 기다려졌던 것은 아마도 육아만 하면서 지치고 잃어가던 나의 자아를 다시 찾고 싶었던지도 모른다.
아이위주의 육아 방식을 고집하는 독일.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부모와 하루에 10분 떨어져 있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그다음 주는 20분... 그렇게 아이의 템포에 맞추는 데 꼬박 2개월 반이 지났다. 첫 주에 4시간 파트타임으로 복귀한 나에게 회사는 끊임없이 프로젝트를 던져주었고. 하루의 4시간은 의미 없는 미팅들로만 채워지기 바빴다. 그마저 4시간 중 2시간은 집에 아이가 항상 있었으니 그야말로 업무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이럴 거면 홈오피스를 하느니 차라리 회사에 나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가도, 그럼 아이는 누가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 휴직 후 복직을 한 나의 첫 느낌은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발이 꽉 묶인 그런 기분이었다.
아이가 드디어 어린이집에서 점심시간을 지나 낮잠까지 자던 그 주, 나는 이미 풀타임에 복귀한 지 오래였다. 하루하루 시간을 쪼개가며 일을 하고 아이가 집에 같이 있던 날이 없던 날보다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잔치같이 이어지던 아이의 각종 잔병치레.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프랑스에 와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린이집에 맡겨놓으면 최대한 아이를 맡아준다는 것. 열이 나도 아이가 잘 놀면 해열제를 먹이고 보낼 수 있고, 딱히 큰 문제가 없다면 전화해서 아이 데려가라는 일은 없으며, 아침마다 어린이집 문 닫았다는 갑작스러운 문자는 안 보내니.. 이만하면 평타 친다고 본다. 너무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독일의 어린이집.
그럼에도 애가 아프면 온 가족이 끙끙 앓아가며 일도 하고 아이도 봐야 하는 그런 생활은, 독일이나 프랑스나 별반 다를 것은 없다.
프랑스에 와서 옮긴 새로운 직장은 그 전 직장들보다 두 배, 세배는 업무 강도가 높고, 아픈 와중에도 일이 중요하면 확인해야 하는 그런 회사이지만. 한 가지 내가 마음에 들고 일하는 부분은 매니저와 그 위의 매니저 모두 아이를 가진 부모라는 것.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해야 하는 나의 상황이 그들의 상황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두 돌 안된 아이의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아는 그들. 이것이 메리트라면 메리트. 물론 그만큼 알아서 시간을 쪼개서 일하고 성과는 내야 하지만 말이다.
다행히... 수습은 잘 지난 것 같다. 꽤나 걱정했는데-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 할 수 있는 걸 잘한다고 인정받는 이 기분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1년 동안 무직이라면 무직인 상태로 있었다가 다시 돌아가니 더 그런 느낌이다.
아무튼 요즘의 나는 매주, 매달 퀘스트가 주어지는 운명을 가진 채, 하루하루 체크리스트를 채워나가고 있다. 아이와 오로지 함께 보낸 1년의 그 시간도 너무 그립지만, 참 아이러니하게도, 미칠 만큼 힘든 이 일상이 싫지만은 않다.
당장 다음 주에 프랑스어 시험이다.
........^^
살만하니 이런 글을 쓰면서도 매한가지 드는 생각은, 제발 앞으로 몇 주는 아프지 말자-라는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