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을 먹는 괴물>

2025 저작권 공모전

by 유선미

<너의, 이름을 먹는 괴물>


석양이 내려앉는 시간이 되면,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마음의 실을 천천히 뽑아내며 밤을 새워 글을 짓는다. 열정과 꿈과 삶이 모두 섞여, 그렇게 글로 태어난다.


창작이란, 그냥 써 내려가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다.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담고, 열정으로 뜸을 들이고, 때로는 부끄럽기까지 한 삶도 녹여내어야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한 문장 속에는 작가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 떨리는 손끝, 부끄러운 마음과 기대가 뒤섞어 세상에 내보낸다. 그래서 모든 작가는 어린아이가 된다. 콩닥콩닥 가슴이 뛰며, 과연 누가 나를 읽어줄까, 사랑해 줄까, 마음 졸인다.


하지만 그 사랑스러운 작품들이, 때로는 괴물 같은 사람들의 잔인함에 의해 내 것이었으나, 내 것이 아니게 된 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내 글이 채 하루도 안 되어서 다른 이의 이름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볼 때,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온다. 슬픔이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 우리 엄마를 자신의 엄마라 부르며 내건 사진을 보는 듯한, 낯설고 곤혹스러운 풍경이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여러 번 죽어버렸다.


밤을 새워 그날의 생각을 정리한 글 한 편을 SNS에 올렸다. 며칠 뒤, 다른 사람의 계정에서 몇 글자만 바꾸고 거의 대부분을 베낀 글을 보았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변장한 그 글은 내 글과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고, 수많은 팔로워들의 하트와 댓글이 달려 있었다. 처음에는 멍해졌다. 나는 왠지 모르겠지만 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에 그 글을 끝까지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귀신을 마주한 듯 재빨리 도망쳤고, 다시 그 계정에 들어가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나쁜 짓을 한 건 내가 아닌데, 왜?


그 괴물들은 정말 그 안에 깃든 누군가의 열정과 꿈, 삶이 보이지 않는 걸까? 아니면, 보고도 모른 척하는 걸까?


가끔은 표 나지 않게 조금씩, 가끔은 모조리 전부 가져간다. 가짜의 이름으로 덮인 진짜의 이름들. 빼앗긴 건 단순한 글뿐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음에서 뽑아낸 영롱한 빛깔의 실들, 밤을 새우며 만들어낸 나의 영혼들이다.


저작권은 단순한 법적 권리가 아니다. 그것은 창작자가 쏟아부은 시간, 열정, 삶에 대한 예의이자,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신성한 약속이다.


이 시대는 빠르고 쉬운 결과만을 원한다. SNS는 휙휙 빠르게 지나간다. 하루에도 몇천 개의 글이 올라오고, 어떤 글들은 읽히지도 못한 채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창작자가 짊어진 고통의 무게들,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클릭 한 번으로 복사하고, 저장하고, 죄의식도 없는 세상 속에서.


나는 오늘도 낡은 책상 앞에 다시 앉아 글을 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나의 이름과 나의 작품들을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그렇게 오늘도 밤 위로 떨어지는 까만 한숨과 눈물을 삼키며, 다시 펜을 든다. 나는 여전히 작가가 되기를 꿈꾼다. 나는 살아 있다, 비록 상처 입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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