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부모님께
아버지만 생각하면 가슴부터 먹먹해진다. 우리 아버지는 참 선한 분이셨다. 평생 거짓말이나 나쁜 짓을 하지 않으시고 올바른 길만 걸으려 하셨던 분. 그렇기에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 못하셨다.
커서야 알게 되었다. 부자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속임수와 욕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영악하지 않고, 그저 선한 사람이 부자가 되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 탁하다.
오 형제 중 맏이로 태어나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셨고, 그 덕분에 우리 엄마는 그 많은 집안 제사를 죽을 때까지 떠맡아야 했다. 부부끼리는 닮는다고 우리 엄마도 그저 선한 분이셨다. 배곯는 개들을 데려와 다 먹여 보내시곤 하셨다.
철없는 시절, 부잣집이 아닌 게 서러웠는데, 부모님은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게 나를 잘 길러주셨고,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어주셨다. 그런데 나는 참 욕심 많고 어리석었던 자식이었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자다가도 뭐가 먹고 싶다면 벌떡 일어나셔 만들어 주셨다. 찐빵, 호떡, 빈대떡 다 손수 만들어 먹여주셨다. 엄마는 몸이 그리 건강한 편이 아니셨고, 평생 일을 해 본 적이 없으셨다. 집에 가기만 하면 당연히 엄마가 계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 또한 크나큰 복이었다.
두 분 다 채 일 년이 안 된 사이에 돌아가셨다. 먼저 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엄마를 데리러 오셨더라.
나는 어릴 적,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서 도통 이해를 못 했다. 저런 일이 가능한 일이야? 작가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드라마를 쓸까 싶어, 드라마 보는 것조차 경멸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다 부모님의 덕이었다. 그만큼 아름답게 지켜 주셨기에 세상이 순하고 좋은 곳이라 믿으면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세상은, 그 말도 안 되는 드라마보다 훨씬 더하다는 것을.
언젠가 보았던 아버지가 오르막길을 오르시던 뒷모습. 그날 왜 그렇게 가슴이 찡했던지 그때는 몰랐었다. 항상 든든한 큰 어른이셨던 아빠의 뒷모습이, 학생이었던 내 눈에도 쓸쓸해 보였었다. 지금은 아빠 등 위에 보이지 않게 올라탄 '삶'이란 녀석과 '가족'이라는 짐이 아빠를 그렇게 힘들게 했었다는 것을 아주 잘 안다. 그리고 그 짐 속에 나도 있었다는 것을.
엄마, 아빠가 몹시 그리운 날이다.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면 죽음조차 무섭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