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내가 나를 위로하기 시작한 날

사랑받기보다 이해받고 싶었던 모든 날들에게

by sun


다정함이 세상으로부터 돌아오지 않을 때,
나는 나의 편이 되었다


당신은 언제부터 그렇게 자신을 미워하기 시작했을까.

모두가 괜찮다고 말하던 날,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을 것이다.

괜찮지 않다는 말을 꺼내는 것이

누군가에게 폐가 될까 봐, 혹은 너무 약해 보일까 봐.

그래서 당신은 괜찮은 척을 선택했다.

세상이 요구하는 ‘괜찮음’에

당신의 마음을 억지로 끼워 넣었다.


당신은 늘 그렇게 살아왔다.

타인의 눈치를 먼저 보고,

누군가의 감정을 대신 짊어지고,

자신보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먼저 헤아렸다.

누군가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지만,

정작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은 없었다.

이해하려는 마음이 커질수록

당신의 마음은 조금씩 닳아갔다.

그리고 그 닳아버린 마음의 자리에

조용한 피로가 자리를 잡았다.


당신은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더 잘해야 한다고, 더 단단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다짐은 늘 상처를 감추기 위한 방패였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그 무너짐을 ‘성숙’이라 부르며 버텼지만,

그건 단지 당신이 외면당하지 않기 위한 마지막 방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게 멈춰버렸다.

사람들의 말이 멀게 들리고,

하루의 소음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 당신은 문득 알게 되었을 것이다.

세상 속의 ‘당신’이 아니라,

세상과 분리된 ‘진짜 당신’이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아주 오래된 그 침묵 끝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이제 그만 애써도 돼.”


그건 낯설었지만 이상하게 따뜻한 말이었다.

그 목소리는 누군가의 위로가 아니라,

당신의 마음속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온 자신이었다.

그때 당신은 처음으로 깨달았을 것이다.

진짜 위로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나를 향해 흘러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당신은 아주 천천히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왜 나는 늘 사람들에게 잘해야만 했을까?”

“왜 나는 쉬는 게 이렇게 어렵지?”

그 질문들은 자책이 아니라,

당신이 자신을 진심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당신은 그제야 알았다.

당신이 그렇게까지 애써왔던 이유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저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걸.


그걸 인정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인정하고 나니 조금은 편안해졌다.

스스로를 감싸는 손길이 서툴고 어색했지만,

그건 오랜만에 느껴보는 진짜 따뜻함이었다.

그 온도는 누군가의 위로보다 오래 남았다.


당신은 그렇게 하루에 한 번,

스스로를 다정하게 대하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괜찮을 거야.”라고,

잠들기 전에는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그건 거창한 주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짧은 문장들이

당신의 하루를 조금씩 바꾸어놓았다.

삶이 다시 견딜 만해지는 건,

항상 그런 사소한 다정함 덕분이었다.


어느 날은 여전히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군가에게 연락할 힘조차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땐 그저 그렇게 있어도 괜찮다.

위로는 움직임이 아니라 머묾에서 시작되니까.

당신이 멈춰 선 그 자리가

당신의 숨을 되찾는 자리이기도 하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지만,

당신은 이제 알 것이다.

모든 사람의 시간이 같을 필요는 없다는 걸.


사람들은 말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사랑은 이해의 결과일 뿐,

이해하지 못한 자신을 사랑할 수는 없다.

그러니 당신은 이제 사랑보다 먼저,

‘이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왜 아팠는지, 왜 버텼는지, 왜 무너졌는지를.

그 모든 이유를 알아줄 때

비로소 당신은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용서가 바로 진짜 회복의 시작이다.


당신의 불안은 잘못이 아니다.

그건 세상을 너무 깊게 느끼는 사람만이 겪는 섬세함이다.

그 불안이 있기에, 당신은 더 쉽게 공감하고,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다.

그러니 불안을 버리지 말고,

그 불안과 함께 천천히 살아가라.

당신이 감정의 파도 속에서 흔들릴 때마다

그 흔들림은 당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언젠가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조금은 괜찮아졌구나.”

그건 눈부신 변화가 아니라,

조용한 일상의 한순간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평화일 것이다.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는 김,

창문을 스치는 바람,

누군가의 짧은 안부 메시지.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당신을 위로하는 사소한 기적이 된다.


당신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무너진 적이 있어도 괜찮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일어나도,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해도 괜찮다.

당신의 삶은 남의 시계가 아닌,

당신만의 호흡으로 흘러가야 한다.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당신이 스스로의 속도를 믿는 순간,

세상은 더 이상 당신을 재촉하지 못한다.


이제 당신은 알 것이다.

진짜 강함이란 무너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후에도 자신을 안아주는 힘이라는 걸.

세상의 위로는 금세 사라지지만,

당신이 자신에게 건넨 위로는

평생의 언어로 남는다.


그러니 오늘도 자신에게 조용히 말하라.

“괜찮아. 오늘은 이만큼이면 충분해.”

그 말 한마디면 된다. 또 그거면 된 것이다.

그건 당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세상에 존재할 이유다.


당신이 자신을 위로하기 시작한 날,
세상은 여전히 바쁘고 혼잡했지만이상하게도,
살아볼 만한 곳이 되었습니다.
왜냐면 그날부터, 당신의 마음이
세상보다 조금 더 따뜻해졌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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