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08-02 | 발행일 2022-08-02 제15면
대구미술관은 지난 7월12일, 프랑스 출신의 현대미술 거장 '다니엘 뷔렌'의 개인전을 열었다. 국내 최초로 국공립미술관에서 다니엘 뷔렌의 대형 설치 작업과 영상 작업을 만나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로, 특히 방학과 휴가 기간이 겹쳐 지난 주말 미술관은 관람객으로 가득 찼다.
관람객 맞이를 준비하기 전 약 2주는 전시 설치기간이어서 펜스가 쳐진 전시장에서 '전시 준비 중입니다'라는 안내판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관람객으로 시간을 내서 방문한 미술관에서 이러한 문구를 마주할 때면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그 펜스 안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지어지는 중이다. 공연장의 무대 뒤가 궁금하듯, 전시의 뒷모습이 궁금했다. 이번 '다니엘 뷔렌'전에서는 대구미술관의 '어미홀'이라는 확 트인 공간에 대형 설치작품을 세우는데, 미술관 공간의 특성상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전시 준비 중입니다'라는 안내판 뒤에서는 가벽을 세우고 페인팅을 칠하고, 공간을 예쁘게 단장하여 작품을 걸거나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공사가 이루어진다. 또한 전시도록 제작을 위한 작품 사진 촬영을 하고, 홍보와 아카이브를 위한 영상 제작을 위한 촬영을 진행하기도 하며, 출품작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조명과 카메라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개막 직전의 전시장은 사진 촬영 스튜디오가 되고 영상 촬영을 하는 세트장이 되기도 하며, 공사장이 되기도 한다. 하루에도 한 공간 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장소로 다채롭게 변모한다.
동시에 관리동 사무실 안에서도 새로운 세계를 짓기 위한 벽돌들을 열심히 만드는데, 작품과 전시 설명을 위한 글을 쓰고, 관람객을 위한 오디오 가이드 녹음을 하고,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리플릿이나 도록 등의 인쇄물과 굿즈를 준비하기도 한다. 전시장 안의 의자를 옮기고 작품을 보호하기 위한 인제책을 설치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쌓여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이러한 준비는 모두 작품과 관람객이 만나는 순간을 위한 것이다. 특히 다니엘 뷔렌의 '인-시튜(In-Situ)' 작업은 공간의 특성을 중시하고 관람객의 발걸음을 작품 안으로 이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전시 공간이 단장을 마치고 관람객을 맞이하는 순간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시를 관람할 때, 완성된 무대 뒤의 모습까지 함께 상상하며 본다면 조금 더 깊고 새로운 미적 경험과 설렘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혜원〈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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