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08-16 | 발행일 2022-08-16 제21면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전시 개막일이 다가오면 설렘과 긴장감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바리케이드 뒤에서 열심히 준비하던 것을 이제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좌대 위에 올려놓는 셈이니 말이다.
관람객의 중요성은 1960년대 미니멀리즘 개념에 힘입어 부각되었다. 마이클 프리드(Michael Fried)가 부정적 의미로 언급했던 '연극성(theatricality)' 개념을 살펴보자. 이는 미술 작품을 둘러싸는 관람객이 마치 연극을 보는 관객처럼 작품과 마주하는 순간에 새로운 경험과 감정이 발생한다는 것을 뜻한다. 순수한 작품 내부에만 갇혀있던 가치들이 밖으로 넘쳐흘러 심지어 한 무대 위를 동등하게 거니는 하나의 참여자(구성)로서 관객의 위치를 승격시켰다. 이제는 작품 자체보다는 관람자의 체험이 중시되며 작품의 의미가 정답처럼 정해져 있지 않고 각자의 판단에 의해 유동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요즘 변화하는 현대미술 전시의 양상들을 보면 작품과 관객 사이의 '연극성'이 전시와 관객의 관계로 확장된 듯 보인다. 특히 다양해진 전시 관람의 형태와 온라인 속 다양한 플랫폼들을 통해 관람객의 즉각적인 피드백들이 가능해졌다. 때문에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나 기획자는 빠르게 날아오는 날 것의 피드백을 주저 없이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과거의 미술 전시가 관객에게 '오셔서 축하해 주세요'라고 말했다면, 동시대 미술의 전시들은 '(굳이 오실 필요는 없지만) 참여하셔서 의견 주시고 공유해 주세요'에 가깝다. 관람객의 참여와 평가들이 전시를 완전히 완성하는 것이다.
작품 자체가 가지는 '관객참여형'의 경향이 늘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전시기획의 트렌드에도 관람객을 고려한 다양한 기법들이 보인다. 전시장 밖 관객참여 공간을 조성한다든가, 또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해당 전시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집하기도 하며, 아티스트 토크, 큐레이터 투어, 학술 심포지엄, 라운드테이블 등 관람객이 전시를 더 다채롭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연계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미술전시는 다양한 사람과 통로를 통해 평가받지만, 그중 가장 가벼우면서도 파급력 있는 것은 대중, 관람객의 평가다. 마치 연예인이 인터넷 포털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 보는 것처럼, 전시를 오픈한 후 SNS에서의 인증샷과 후기글들을 찾아보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좋은 전시'에 대한 많은 척도가 있겠지만 이제는 많은 이의 공감과 새로운 담론을 만들 수 있는 전시가 가장 좋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과 전시를 통해 새로운 파도(웨이브)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자유로이 서핑하는 상상을 하며….
이혜원(대구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