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푸들이 되다

by 친절한 햇살씨

여름을 맞이하여, 샬랄라 한 하얀 원피스를 장만!


오늘, 처음으로 입고, 출근했다.


학교에 왔더니, 2학년 국어쌤이 “와~우~! 쌤! 여신 같아~!”라고 말씀해주신다.


기분 업!!!


“헤헤~ 진짜요?”

헤벌레 벌어진 입.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교실로 올라갔다.


교실에 갔더니, 우리 아☆이가 한 마디 한다.


“쌤~! 귀신같아요~!”


“너... 이렇게 이쁜 귀신 봤어?”


내 말에 아름이는 어이없다는 듯.

“헐...” 하고 지나간다.


분명, 여신이었는데, 순식간에 귀신이 되었다.


그리고 수업시간.

애교만점 세☆이가 조용히 필기를 하다가 말한다.


“쌤~! 오늘 천사 같으세요~^^”


그 말에 내가 씩~ 웃으며.

“올~!” 하고 말하자 녀석들이 까르르 웃어댄다.


그러자 저쪽에 앉아 있는 아☆이 왈,


“나는 아까 귀신같다고 말했는데.. 귀신같지 않아?”

아☆이의 말에 녀석들이 더 크게 웃어댄다.


점심을 먹는데, 맛있는 김치볶음밥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가 나왔다. 내가 교탁에서 밥을 먹자, 줄을 서 있던 중일이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말을 건넨다.


“쌤! 독이 있나, 제가 먼저 샘 걸 먹어봐야겠어요!”


나 또한 여느때와 다름없이 대답한다.


“됐거든. 쌤이 이따 네 거에 독 있나 먹어볼게.”


내 말에 녀석은 씩 웃으며 밥을 받으러 지나간다.


근데 갑자기 홍☆이와 정☆이, 그리고 호☆이 녀석이 왼쪽 창 밖을 가리킨다.


“쌤쌤~! 저기 봐요~!”

녀석들은 내가 눈을 돌리려는 사이에 바나나 우유를 훔칠(?) 작전을 펴는 것이다.


“보기 싫은데?”


“저기 연예인 있어요~!”


우리 교실은 2층이다.

거짓말을 해도 어쩜.


말해놓고 민망한지, 호준이가 얘기한다.


“야~! 연예인이 귀신이냐.. 2층에 떠 있게? 작전 실패다~!”


녀석들은 깔깔거리며 밥을 받으러 지나간다.


점심을 먹다가, 밥을 먹지 않고 삐져서 혼자 계단에 앉아있는 현수를 겨우 달래어서 밥을 먹이고, 교무실로 와서 잠깐 쉬다가 5교시 수업을 들어갔다.


녀석들은 졸려서 어쩔 줄 몰라한다.


“우리, 졸리는데 노래 한 판 하고 수업할까?”


“네~”


녀석들이 대답하기에, “꿈꾸지 않으면”을 부르고 수업을 한다. 녀석들에게 노트 정리를 시키는데, 갑자기 유☆가 말한다.


“쌤~!”


“왜?”


“쌤 머리가요...”


“응.. 왜?”


“머리가 고개를 숙이니깐, 양쪽이 단발처럼 보여요.”


“그래?”


“그래서요..”


“응.. 그래서?”


“그래서 푸들 같아요..”


그 말에 녀석들이 깔깔대며 웃고 야단이 났다.


“헉~! 이런이런~! 그럼. 한 마디로 지금. 선생님이 [개 같다] 이거 아냐?”


내 말에 , 녀석들은 더 웃기는지 웃어댄다.


“이런이런... 샘을 보고, 푸들이라니. 개 같다니.. 이럴 수가!”


내 말에, 맨 뒤에 앉은 영☆가 한 마디 한다.


“옷은 그리스 여신 같은데요, 진짜 머리는 푸들 같아요!”


“헉~! 차라리 귀신이 낫지, 푸들은 너무 한 거 아냐?”


내 말에 다시 녀석들이 묻는다.


“웬 귀신이요?”


“우리 반 어떤 애는 샘보고 귀신같다는데? 오늘 복장이?”


“귀신은 아닌데...”


“끝까지... 푸들.. 즉! 개 같다 이거지?”


내 말에 킬킬거리는 녀석들.

여신으로 출발했다가, 귀신으로 바뀌었다가... 결국 여신이 푸들이 되었다.(@,@)


여신이면 어떻고, 귀신이면 어떻고, 또 푸들이면 어떻냐.


수다 떨고 수업하며 너희들과 함께 하는 게 즐거우면 그만인 것을!


내 스타일이 너희들에게 작은 즐거움이 될 수 있다면, 그까짓 거 푸들 한 번 되어보지 뭐.


200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