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지구인들에게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과연 어떤 의미인가
슈퍼볼. 미국 사람들만 "풋볼"이라고 부르는 (아니 주로 손으로 공을 던지면서 왜 "풋볼"이라고 불러서 외국인들 영어 시험 볼 때마다 미국에선 축구를 "사커"라고 부른다고 따로 외워야 하는지. cm 대신 인치 쓰는 건 나중에 따로 불만을 토로하겠다) 미식축구의 내셔널 리그, National Football League (NFL)의 결승전을 슈퍼볼이라고 한다.
사실 미국 사람들만 (또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사람들?)만 열광하는 - 정정하면 미국에서도 아재들이 주로 보는 (아재분들 반박 시 여러분 말씀이 맞습니다) - 미식축구 결승전에 언제부터 이렇게 전 세계인이 열광하게 되었을까. 나도 스포츠는 축구 A 매치, 올림픽 (우리나라 경기만), 월드컵 (우리나라 경기만) 보는 스알못이지만 슈퍼볼은 매년 관심이 간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슈퍼볼 광고"와 "슈퍼볼 하프 타임 쇼"에 관심이 간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슈퍼볼 광고는 마케터라면 어떤 마케팅 케이스를 접하든 많이 들어왔을 것이고, 특히 마케팅 실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출품용 광고들이 주를 이루는 광고제보다는 실제로 각 브랜드들의 현실적인 전략과 노림수가 반영된 슈퍼볼 광고가 (미국 소비자 타깃이라는 것이 아쉽지만) 레퍼런스로 삼기에는 더 확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년 기사 헤드라인이 되는, "올해 슈퍼볼 광고 30초에 얼마" 하는 화젯거리도 비단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2024년 슈퍼볼 광고는 미국 전 지역 방영시 30초에 7백만 달러, 93억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도 빠르게 팔리는 것을 보면 불경기도 슈퍼볼 광고는 피해 가는 것 같다)
그리고 SNS를 뜨겁게 달구는 '진또배기' 슈퍼볼의 핵심 (바꿔 말하면 기업들이 돈을 쏟아 붓게 하는 슈퍼볼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은 "하프 타임 쇼"가 아닐까. 하프 타임쇼는 그야말로 경기 중간 (찾아보니 2 쿼터 끝나고라 한다)에 막간을 채우기 위한 쇼로 1967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궁금해서 wikiedia를 뒤져 보니 "named global" 뮤지션이 등장한 건 1991년 뉴키즈온 더블록 (지금의 BTS + 저스틴 비버 인기 정도?)부터인데, 1991년부터 코카-콜라가 본격적인 하프타임쇼 스폰서가 되었고 이를 기점으로 하프타임쇼를 더욱 퍼포먼스 중심으로 만들면서 비 미식축구 팬들도 이때만큼은 티브이 중계를 볼 수밖에 없는 마케팅 툴 (또는 미디어 판매 전략)로 자리 잡았다. 뉴키즈온 더블록의 하프 타임쇼를 보면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대잔치이다. 아이돌, 어린이들, 그리고 제작사 및 스폰서였던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 미니 마우스까지. 아무튼 세계 경제 호황기였던 90년대답게 매우 번쩍거린다.
그리고 1993년, 최초의 솔로 아티스트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이었던, 당연히 그 아니면 이 무대를 채울 사람이 없었던 마이클 잭슨의 슈퍼볼 하프 타임쇼. 지금도 회자되는 이 공연은, 마이클 잭슨 (MJ)의 완벽한 라이브와 퍼포먼스, 무대 장치 (전광판 위로 뿅 등장하더니 중앙 무대에서 날아 오른 MJ, 드론도 없던 1993년에 항공샷이 계속 나온다)뿐 아니라 MJ 가 이 공연에 집중될 세계의 이목을 제대로 활용해서 아티스트로서 전 세계에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Jam, Billie Jeam, Black or White 같은 히트곡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후, MJ는 평생 노래를 통해 얘기해 온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We are the world, Heal the world를 통해 얘기해 주었다. 공연 마지막에 전 세계의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들에 둘러 쌓여 Heal the world를 함께 부르는 MJ의 행복한 표정이, 이 공연을 지켜본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 순간만큼은 남을 돕고, 어린이들을 보호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지 않았을까?
이후 하프 타임 쇼의 위력을 깨달은 기업과 뮤지션들이 앞다퉈 몰려오면서 매해 출연진들과 무대는 더욱 화려해졌다. 다이애나 로스, U2, 프린스, 롤링 스톤스, 브루노 마스-비욘세-콜드플레이처럼 공연 자체만으로 감명을 주거나 메시지를 전달한 무대들이 이어졌다. 어찌 보면 정말 "지구촌 축제"처럼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더 "누가" 등장할지, 얼마나 "시선을 사로잡는" 무대 연출을 하는지, 얼마나 "의외의" 섭외였는지에 더 집중되는 모양새다.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NFL도, 출연하는 뮤지션들도 사람들의 얘깃거리를 불러일으켜 바이럴 되게 만드는 요소가 스폰서들에게 판매하기도 좋을 테니 말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였던 2022년에는 닥터 드레, 스눕 독, 에미넴, 앤더슨 팍, 메리 제이 블라이즈까지 등장해서 다음날 틱톡은 추억 소환해서 스냅백 쓰고 힙합 그루브를 타는 x세대 부모들을 어이없어하는 젠지들의 영상으로 터져나갈 지경이었다. (니들도 늙으면 포스트 말론 들으면서 눈물 흘릴 거야) 솔직히 닥터 드레가 거대한 콘솔과 함께 등장하며 Still Dre를 부르는 모습은 아직도 소름이다 (x세대 인증).
2024년 하프 타임 쇼에는 어셔가 메인이었고 알리시아 키스가 우정 출연?을 해 주었다. 90년대를 불러온 것이 2022년이었다면 2000년대를 불러온 것이 2024년 하프 타임 쇼가 아니었을까. 전성기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보여 준 어셔가 반가웠고 흰색 러닝셔츠 패션을 당시 한국 남자 연예인들에게 전파했던 어셔 생각에 신나긴 했다.
그런데 왠지 좀 아쉬운 건, 2022년 닥터드레-스눕독의 재탕인 것 같은 기분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 덕에 정말 "실시간"으로 전 세계인들이 같이 보는 쇼인데, 어셔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조금 더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가, 아차차. 그랬다간 지금 대선 앞둔 미국에 뜨거운 감자가 될지도 모르고, 소셜 미디어에서 먹잇감이 될지도 모르고, 광고주들이 난감해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미디어가 발달되고 실시간이 가능해질수록 자기 검열들이 더 심해진다고 느끼는 건, x 세대인 나만의 생각일까?
오늘은 썰이 좀 길어졌다. 슈퍼볼에 부쳐 또 하고 싶었던 "슈퍼볼 광고"에 대한 생각은 다음번 연재에서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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