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로세계제패 #푸드컬쳐디렉터 #동남아 #브랜드마케팅
[해외진출] 관련해서 10편을 쓸 생각이었기에 마지막 편에 어떤 것을 쓰는 게 가장 좋을까 많이 고민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2008년 필리핀으로 혼자 가서 여동생과 함께 서울시스터즈 브랜드를 만들어 떡볶이 장사를 하고, 그 뒤 GNP trading cor. 무역회사에 들어가 신사업 개발부 본부장으로 한국 브랜드를 만들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29/2016082900883.html?Dep0=twitter&d=2016082900883
그리고 작년 이 신문기사가 나오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그렇게 잘 되었는데
회사에 왜 들어갔어요?
그런데 만약 3년 반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그 회사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잘 나가던 서울시스터즈를 과감히 접고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중국 회사에 있으면서 나는 "사업"을 배웠고, 중국 화교들의 "경영 방식과 철학"에 대해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했다
그때 나의 오감을 사용하고, 생각을 깨고, 장기적인 관점, 브랜딩, 아주 기본적인 경영 방식까지 자세하게 보고 경험했다
내가 있던 중국 회사는 위에 사진에 있는 제품들과 외식 브랜드들을 가지고 있는 30년 된 무역회사이다
대표님은 오리지널 중국분이시고, 나는 그 회사에서 KPUB BBQ와 OPPA CHICKEN을 직접 기획했고, 출장과 전체적인 미팅도 전부 참여하며 가장 가까이에서 화교의 경영 방식과 철학을 배웠다
1개월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지> 물어봤을 때 나는 지체 없이 이렇게 답을 했다
"중국 회사에 입사한 것을 가장 잘한 일로 꼽는 반면, 가장 아쉬운 것은 팀을 꾸려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화교 사업가 분들은 자신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람들과 팀을 꾸린다.
나는 여동생과 처음 시작하지 않았나. 친자매이기 때문에 잘 맞을 거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사업적으로는 많이 부딪혔다. 물론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것도 동생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http://www.munhw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167
회사 덕분에 많은 중국 화교 사업가들과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 화교들의 사업하는 방식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회장님 덕분에 화교들의 경영 방식이나 사업 철학을 직접 물어보고 답을 얻었다
그래서 오늘은 화교들의 경영 방식과 사업 철학에 대해서 공유를 해보려 한다
-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인들도 사업에서는 굉장히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다
가족이든 친한 친구이든 구두 계약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무조건 서면 계약서를 작성한다
한국 사람들은 우선 사업을 시작하고 나중에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디테일하지 못한 계약서 때문에 싸움 혹은 소송을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데
화교 사업가들은
'돈을 벌면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이 브랜드에 대한 권리는 누가 가질 것인지, 어디까지 자신의 책임이고 어디까지 일에 관여할 수 있는지, 만약 회사가 파산할 경우 책임 배분이며 남은 유무형의 재산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굉장히 디테일하게 계약서에 명시하기에 나중에 사업이 실패하거나 돈을 많이 벌어도 싸움이 발생하거나 오해할 일이 없다
- 기억 남는 일화가 있다
처음 KPUB BBQ를 오픈했을 때 많은 방송사들과 촬영을 했다
하루는 대표님이 직접 인터뷰를 하는 촬영이어서 오신 방송 담당자들에게 소개차 명함 3장을 가져다 드렸다
촬영이 끝난 뒤 명함 1장이 필요할 뿐인데 3장을 가지고 왔다며 엄청 혼이 났다
'명함 한 장도 돈이다 100원도 허투루 쓰지 마라'라고 가르쳐 주셨다
3년 반을 일하면서 내가 경험한 화교 사업가들의 특징은 세는 돈이나 작은 돈에 굉장히 민감했다
허투루 낭비되는 돈이 없고, 돈을 쓸 때는 두 번 세 번 곱씹어서 고민하고 생각했다
상추 하나 사는 것도 식용유 한 방울 사용하는 것도 혹시 버려지거나 낭비되는 것은 없는지 늘 체크했다
지금 와서 깨달은 사실은 초기 투자 비용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나 회사를 오픈하면 생각보다 세는 돈이나 예상치 못한 사고들로 돈을 급하게 써야 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그러기 때문에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돈을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손님이 없이도 최소 6개월을 버티려면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안 써야만 한다
- 혼자 하면 10개가 전부 자기 것이 되지만 중국인들은 혼자 10개 가지려 욕심 부리기보다 팀(team-ship)을 만든다
그런데 여기서 '팀'의 정의는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주고 함께 일할 때 최대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비전과 꿈이 같은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처음에는 작은 파이를 나누려니 각자 가져가는 파이 조각이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최상의 능력을 가진 팀이 모여서 파이 사이즈를 키우는데 집중하다 보면 나중에 파이 덩어리가 커지니 조각 자체가 커지게 된다
혼자 하면 10개를 할 수 있지만, 10명이 모이면 100개를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러니 작은 수익에 너무 연연하고 욕심부리지 말고 큰 비전을 꿈꿔야 한다
그리고 참으로 놀라웠던 것은 중국 리더들은 포기를 모른다
비전이나 꿈이 대충 맞으면 함께 일 할 법도 한데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비전과 꿈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사람을 인내심 있게 찾아낸다
- 브랜드를 만들면서 회사 대표님은 단 한 번도 '매출 얼마나 예상하고 있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
무엇을 만들면 이것이 돈이 될까
어떻게 하면 매출이 오를까 고민하는 내게
늘 본질적인 질문을 하셨다
'손님들이 여기를 왜 올까' '우리는 어떤 콘셉트이지' '이 브랜드의 핵심 컬러는 무엇이지' '어떻게 손님을 더 즐거워할 수 있을까' '우리 브랜드를 얼마나 만족하는가'
회의를 하면서도 매출 보고를 한다거나 내년 매출 지표를 만든 적도 없다
늘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 가짐에 대해 물으셨다
- 가끔 현실에 부딪혀 새로운 아이디어나 새로운 방향에 대해 '안된다' '어려울 것 같다' '아니다'라고 대답을 하면 늘 같은 질문을 하셨다
'왜?'
그럼 나는 그냥 안된다 라고 이야기하면
'왜' '해봐라' '시도하지 않고 어떻게 아느냐'라고 대답해 주셨다
누군가 어렵다 힘들다 이야기해도 그런 말들에 휘둘리지 않고 늘 된다고 믿어야 한다
3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대표님에게 '안된다' '할 수 없다'라는 단어를 들어 본 적이 없다
- 미팅을 하는 동안은 직책이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
서버 이든 주방장 이든 하루 일한 직원이건 총괄 매니저 이건 회사와 관련된 새로운 아이디어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목청 높여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진다
대표님이 미팅에 참여해도 그 순간만큼은 정말 치열하게 토론하고 가감 없이 의견을 제시한다
그리고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충분히 대화하고, 미팅이 마무리되는 순간 우리는 서로 웃으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일하면서 생긴 감정을 사적에 감정이나 관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높은 직책을 가진 직원이 더 나은 advice를 해주는 것이 아니고, 오래 다닌 직원이 더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1주일 근무한 직원의 아이디어를 채택하기도 했고, 가게의 시설을 관리해 주는 guard의 피드백을 수용하기도 했다
- 동남아시아 여행 다녀온 분이라면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을 경험해봤을 거라 생각된다
30분 거리라도 traffic에 걸리면 언제 도착할지 예상 못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화교 사업가들은 시간 약속에 굉장히 철저했고 확실했다
차가 막힐 것 같으면 2시간 전에 출발하는 일이 있어도 시간에 늦는 행동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특히 deal을 해야 하거나 원하는 것을 요청하는 상황에 있어서는 일찍 도착해서 약속 장소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님은 늘 시간 관리에 대해 가르치셨다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데 시간에 늦어서 헐레벌떡 미팅에 들어온다면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없다"
"사람을 만나기 전 자신의 마음부터 체크하고 미팅에 임해라"
- 미팅을 하다 보면 감정 상하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예의 없는 파트너들도 있고,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들이밀며 억지 부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난 단 한 번도 대표님의 찡그린 얼굴을 본 적이 없다
한 번은 미팅에 참여한 파트너 쪽 담당자가 굉장히 예의 없고 심지어 무례하기까지 했다
우리 쪽에서 요청한 미팅도 아니었고, 당장 도움되는 상황도 아니었지만 계속적인 미팅 요청으로 바쁜 스케줄 중에 시간을 빼 미팅을 한 상황이었다
너무 실망스럽고 시간 아까워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조금 찡그리고 말투도 퉁명스러워졌다
미팅이 끝난 뒤 대표님께서 조용히 부르시더니
"우리는 비즈니스 중이니 사적인 감정을 섞지 마라"
이야기하셨다
가끔 대표님과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표님이 저분을 좋아하지 않으셨구나.. 어떻게 저렇게 티가 안나지?'
놀랄 정도이다
늘 이야기하셨다
"어디서 누구와 비즈니스로 연결될지 모른다"
"적을 만들지 말고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마라"
- 여기서 내가 다니던 회사의 매출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회사 매출은 한국 기업과 견줄 정도였다
(3천 군데 독점 납품하는 리테일 회사였다)
작년 대비 매년 성장했으며, 외식업 브랜드들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나 같으면 쉬고 싶고 편하게 일 할 법도 한데 대표님은 하루도 쉬지 않고 정말 열심히 일하셨다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을 하시고 점심을 드신 이후로는 모든 외식업 브랜드 매장들을 돌면서 직접 관리하셨다
바쁜 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행사가 있을 때는 직접 서빙도 하고, 손님들 응대도 했다
어떤 직원들보다 열심히 일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시고, 회사 미팅도 늘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
그런데 대표님만 그러신 게 아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거나 함께 일했던 중국 사업가들 모두 부지런하고 한점 흐트러짐이 없고, 일도 굉장히 열심히 하셨다
게으른 모습이나 행동 말투에서 실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출장을 가도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하루를 맞이하고 하루 종일 걷고 돌아와 함께 토론하고
다음 날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일을 시작하는 부지런한 리더였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의 직원들도 부지런하고 근면 성실했다
그래서 직원들 마음속에 늘 믿음이 있었다
"나도 열심히 해서 우리 회사 대표님처럼 될 수 있다"
- 작은 돈이나 세는 돈에 굉장히 민감했지만 투자해야 하는 곳에는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한국 스타일의 치킨 브랜드를 만들며 많은 돈을 투자했다
브랜드 콘셉트이며 메뉴 사진 촬영, R&D 작업까지 전부 한국에서 진행했기에 필리핀에서 하는 것보다 2~3배 정도의 돈을 더 투자되었지만 그 돈을 절대 아까워하지 않으셨고, 옳은 투자라고 믿으셨다
브랜드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가격이 비싸도 그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대폭 투자했고, 단기간의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봤다
그래서 KPUB BBQ나 OPPA CHICKEN이 단기간에 급한 성장을 이루지는 않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매출이 계속 성장하고 브랜드 인지도가 매년 커지는 이유는 그런 장기적인 과감한 투자 덕분이다
단기 투자와 단기 결과에만 집중하다 보면 큰 투자는 망설이게 되고 당장 눈앞에 이익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10년 이상 존재하는 롱런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투자라 할 지라도 브랜드에 도움이 되고 브랜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투자라면 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총 10편에 걸쳐서 [해외진출]과 관련된 이론적인 내용이 아닌 8년 반 필리핀과 동남아에서 직접 경험한 실무적인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처음 써보는 글이라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내 경험과 스토리가 동남아 진출을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To be continued_
by. foodculture lab. 안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