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양 #푸드컬쳐랩 #키위 #스토리텔링 #브랜드마케팅
초등학교 3학년까지 주공아파트에 살았는데
나는 주공아파트에서 행복했던 기억들이 참 많다
단지가 크지 않은데 세대수가 많다 보니 앞집 옆집뿐만 아니라 앞동 뒷동까지 전부 가족만큼이나 친했다
몇 시에 언제 모이자는 약속 없이 우리는 항상 저녁 먹고 오후 6시쯤 모여 아파트 앞 주차장에서 매일 숨바꼭질질을 했다
서로의 가족사부터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인지, 오늘 어느 집이 김장을 하고 누가 새로 이사 오고 이사 나가는지 모르는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동네에서 우리 엄마의 LA갈비는 엄청 유명했다
아버지가 소고기를 좋아하셨는데 특히 엘에이 갈비를 좋아하셔서 우리 집은 전라도 스타일의 손 큰 울 엄마가 엄청 큰 빨간 다라에 매달 엘에이 갈비를 10KG씩 재우셨다
물론 우리 가족만을 위한 건 아니었다
나와 내 동생은 엄마가 갈비를 재우면 옆집 윗집 등 동네 식구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담당했다
어쩔 땐 아예 동네 가족들이 우리 집에 모여 신문지를 깔고 부르스타에 갈비를 구워 먹는 일종의 파티 타임(?)도 자주 있었다
입맛 까다로운 아빠도 엄마의 엘에이 갈비는 항상 엄지 손가락을 올리며 극찬했다
밖에서 먹는 거랑은 차원이 틀린
그 보들보들하고 쥬시하며 달짝 지근한 맛은 내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의 맛이다
엄마가 만드는 모든 음식에는 꼭 들어가는 시크릿 재료가 있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매일 집에서 쌓아놓고 먹던 그거
나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이것을 우리 가족들 빼고 다들 키위로 부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외할아버지는 전라남도 보성 정확히 말하면 예당이라는 곳에서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참다래 농장을 크게 하셔서 매년 참다래를 엄청 보내주셨다
그러다 보니 엄마는 너무 물렁해져서 그냥 먹기 어려운 참다래를 단맛 내는 모든 요리에 항상 사용하셨다
(어릴 때 기억을 돌이켜 보면 아빠가 커피 마실 때 빼고는 설탕을 구경한 일이 거의 없다)
거기에 우리 외할머니의 음식은 시골 그 동네에서 유명했다
매번 아침에 따뜻한 새 국에 10첩 반찬은 기본이었고, 전라도 로컬 음식부터 떡이며 한과, 곶감, 식혜 모든 장류들 까지 직접 만들어 주셨다
어찌나 맛있던지 외할아버지는 늘 친구분들을 초대해서 잔치를 하셨다
어머니는 3 자매 중 둘째였는데
다른 이모들보다 엄마가 손 맛이 좋았다
할머니 말의 의하면
손 끝이 야무지다
김장 100포기 기본
뭘 만들어도 너무 맛있어서 주위 지인들은 늘 엄마에게 음식점 차리면 대박 날 거라고 칭찬하셨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외식보다는 집에서 삼시세끼 엄마 밥 먹는 게 훨씬 좋았다
외식은 엄청 특별한 날 예를 들면 결혼기념일 같은 날 했는데 아버지는 한 끼 음식에도 철학과 의미를 담으시는 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중학생 때는 부모님 결혼기념일에 바다가 보이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를 주문하셔서
나와 동생에게 먹는 법을 설명해 주셨다
맛없는 음식도 싫지만
정성과 가치를 담지 않는 레스토랑들을 마주할 때 너무 슬프다
그래서 우리가 필리핀에서 한국 바비큐 레스토랑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음식
그 안에 정성을 담고 싶었다
특히 엘에이 갈비만큼은 내 세포 어디인가에 저장되어 있는 과거의 "가족과 함께 나눈 따뜻하고 행복한 맛"을 재현하기 위해 한 달 이상을 동생과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며 만들어낸 신경을 가장 많이 쓴 메뉴이다
제 story telling 어땠나요?
글 읽다가 갑작스러운 화제 전화에 뭐지?라고 의아해하실 텐데
맛을 보지도 본 적도 없지만 지금까지 이야기를 쭉 들으면
왠지 먹기도 전에 신뢰가 가고 맛있을 거라 이미 짐작하게 된다
이게 바로 진정성 있는 STORY TELLING 스토리텔링이다
거짓말이나 허구는 아니지만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것
보고 맛보고 사기 전에 이미 감정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스토리 텔링의 핵심이다
To be continued_
by. foodculture lab. 안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