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부모의 모습이 결혼 생활까지

부모의 중요성

by Momanf

남편은 말 그대로 미국 사회 중상류층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님은 하버드 대학에서 물리학, MBA 석사에 단거리 기록까지 올렸다. 어머님은 예일대 신학과를 나오고 그녀의 아버지가 할리우드에서 레코드 사를 크게 하시다가 워너브라더스에게 판권을 넘긴 펜실베이니아 주 스크랜튼이라는 도시에서 은행까지 해 유명한 집안이었다. 사업가 아버지 덕에 남편과 두 시누는 유럽과 미국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여행, 스포츠, 공부도 원 없이 했고 럭셔리한 별장에서 요트 타는 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다.

반면, 나는 공부는 꽤 잘했지만 큰아빠의 폭력에 좌절해 공부를 떼려 치우고 고등학교밖에 안 나와 돈 벌기 시작해 자수성가했지만 가족보다는 술과 여자를 좋아한 아빠 밑에서 식당과 집이 함께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지냈다. 아빠는 주위에서 놀랄 정도로 돈을 많이 벌은 머리가 좋은 사업가였지만 가족이 사는 환경을 나몰라라 하고 술 마시고 가게 문 닫는 일이 수두룩했다. 새엄마를 때렸고 나를 때렸다. 무엇을 갖고 싶어 해도 가질 수 없었고 공부시키고 밥 먹이니 감사하라고 한 사람이었다. 난 부엌에서 목욕하고 부엌 귀퉁이에서 소변을 해결했고 대변보려고 옆 자동차 상사 화장실 가서 사용했다. 밤에 화장실 가는 게 무서워서 집 근처에 지하철이 생겨 그곳을 이용해 기뻐했던 게 고등학교 때였다. 그래서 집안에 화장실 있고 가게 전화가 아닌 집전화로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게 가장 부러웠다. 돈이 많았음에도 정말 아이러니하게 그랬다. 아파트로 이사 간 건 내가 20살 때였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이 어머님 별장이 매물로 나왔다고 보여주는데 내가 남편과의 갭이, 유년시절의 갭이 컸다는 게 쓰나미 밀려오듯 실감했다.

내가 평소에 남편으로부터 시부모를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 남편도 우리 부모를 나를 통해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간극이 우리의 유년 시절 갭처럼 크게 느껴졌다. 그렇게 싫은 아빠를 내가 본능적인 순간인, 화가 나는 순간에 원초적으로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남편과 싸울 때, 그 아빠로부터 배운 폭력성과 언어폭력으로 아빠를 남편에게 보여준 꼴이었다.

절대 나는 아빠를 닮지 않았다고, 가정환경이 대물림된다고 부정해왔었는데 아니었다. 화가 날 때, 소리 지르고 참지 못하고 절제 안 되는 내 모습 꼭 아빠였다. 거기다 화가 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지르기 바쁘고 독한 말 하고 극단적인 말 하는 것도 아빠나 고모의 모습이었고 폭력적인 것도 그랬다.


그것을 10년 동안 남편이 내게 고스란히 받으며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최근 그가 심리상담받겠다고 한 이유까지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나간 얘기를 꺼내고 트라우마처럼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예전과 결부시켜 방어하거나 화내는 모습을 보며 나도 힘들었다고 되받아치곤 하며 나는 변했는데 나를 자꾸 과거로 되돌려 놓고 있는 게 당신이라고 비난했었는데... 모두 내게 상처 받아 그랬던 거였다. 내가 남편과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큰 상처를 받지 않았었던 원인은 우리 남편을 가르친 이성적인 부모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은 내게 상처를 받았고, 내게 했던 모진 말도 생각해 보면 나와의 싸움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점점 독해지게 되었고, 그 후에 죄책감으로 괴로워했었다. 남편의 말이 거친 건 나와의 싸움에서 배운 거란 생각에 미쳤다. 내가 남편을 너무 힘들게 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며 오히려 흔들리는 나를 잡아준 것도 내 남편이었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하고 감사하고 많은 걸 가르쳐주는 부모 같은 내 남편... 그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그는 나를 보호하고 가시에 찔리면서도 나를 안아주고 그럼에도 내 상처를 먼저 걱정해주고 그에게 한없는 진정한 사랑을 받으면서 정말로 그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 행복, 가치를 일깨워 주고 그러면서 내세우지 않는...

늘 자신이 나를 더 사랑한다던 그의 말이 이제야 실감 난다.


앞으로는 내가 원초적이거나 본능적일 때 조차도 아빠를 대면하는 게 아니라 남편을 대면하는 모습으로 살아야겠다. 나에게 진정으로 사랑을 가르치고 감사를, 행복을 가르친 사람이 내 남편이니 이제 누군가가 나를 만날 때는 내 모습에서 우리 남편의 모습이 보이게, 살아야겠다. 내 행동, 말투. 이제 정말로 그를 닮아야겠다. 그래서 그가 우리 곁에 없어도 나를 통해, 제임스, 블레어를 통해 항상 서로가 남편을 느낄 수 있도록, 타인이 그를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아빠와 이별해야겠다. 그리고 남편을 더 많이 포용해주도록, 그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빨리 떠나 늘 아쉬워하는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아내로, 오래된 친구처럼 되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