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이 되는 큰 아이는 여행을 무척 좋아해서 어릴 때 부터 스스로 여행을 기획하곤 했다.
첫번째 작품은 2014년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 2학년 시작을 앞두고 파이팅! 하자고 기획한 여행이었다.
어릴 적 보이스카웃이었던 아빠는 늘상 아이에게 "보이스카웃은 길을 묻지 않는다!"며 지도읽기를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어떤 여행지던 새로운 도시에 가면 그 도시의 지도를 이미지로 머릿속에 스냅샷으로 집어 넣고 여행을 시작한다.
어릴 때 부터 티맵 네비게이션 + 세발자전거를 타며 노는게 남달랐다던 아이
첫번째 기획 여행은 '경주' 이다.
경주는 아이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에도 여러차례 다녀왔기에
'또, 경주야?' 했으나, 아이가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읽으며 가보고 싶어했던 김유신장군 묘, 경주 도립 박물관 , 경주 양씨의 집성촌으로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된 양동마을 등 구석 구석 볼 것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큰 아이가 처음으로 기획했었던 2박 3일 경주여행 (2014년 2월 )
생각해보면 아이는 어린이를 위한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무척 좋아했다. 강원도에 살고 계시는 외할머니를 찾아 뵙기 위해 일년에 서너번은 강원도를 여행 삼아 다녀왔기에 강원도 편을 시작으로 제주도 편까지 시리즈를 구입하여 족히 수백번은 읽었던 것 같다. 우연찮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집필하신 유홍준 선생님께서 회사에 강연하러 방문하신 적이 있는데, 유홍준 선생님을 뵙기 위해 할머니와 손 꼭잡고 사인을 받으러 온 적이 있다.
지금도 아이 방 책꽂이엔 어릴 때 가장 즐겨 보았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마도 아이의 소울 북 중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듯!
그리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아이는 6학년 무렵부터 이른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평소에 재잘재잘 이야기를 많이 해던 아이가 갑자기 말수도 줄어 들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찾고 자신만의 성을 쌓기 시작했다.
아이가 두번째로 기획한 여행은 "사춘기 아들과 떠나는 엄마 같이가!" - 타이페이편이다.
나는 3박 4일 항공편과 호텔만 예약하고 그 외 모든 계획은 온전히 아이가 준비했다. 여행 계획을 보면 자신이 가고 싶은 곳, 산책과 쇼핑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한 곳, 여행 마지막 날 야경구경 그리고 최후의 만찬 등 여행자의 취향을 고려한 여행 계획, 스토리 텔링이 담겨져 있었다.
어렸을 때 부터 지도와 내비게이션을 가지고 놀았던 세대 답게 처음 방문한 타이베이에서도 거침없이 엄마를 리드했다.
생각해 보면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소도시로 이동할 때 우버(Uber)를 이용하곤 했었는데, 우버가 운행되지 않는 곳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거였다. 택시잡기도 쉽지 않았고, 완전 조폭처럼 생긴 현지인이 모는 택시를 타고 시외 도시로 이동하는데 어찌나 과속을 하시는지..... 겂없는 아들은 옆에서 계속 게임이나 하고 있었고....
암튼 아들과 나는 1식 1 망고빙수를 먹으며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 딤섬먹다가 야경 구경 놓친 에피소드 등 잊지못할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2박 3일 타이페이 여행 기록 (2018년 11월)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아들과 엄마의 여행은 꼭 추천하고 싶다. 서로가 서로를 더욱 깊이 있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고, 나 역시 내 아들이 언제 저렇게 컸지? 깨다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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