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에 대하여
월말 김어준에서 홍성택 대장의 베링해협 횡단 에피소드를 듣고난 직후 나는 탐험과 등반, 탐험가와 등반가라는 사람들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영하 60도에서 얼어붙는 바다, 그러나 온난화로 인해 수없는 덩어리들로 조각 나 태평양 쪽으로 떠내려가는 얼음 대륙들, 그 움직이는 대륙 위 거친 얼음산을 넘고 바다가 드러난 얼음 대륙 사이를 건너 러시아에서 알라스카로 걸어가는 사람.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극한의 상황에 스스로를 위치시키고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나가는 사람. 그는 자신을 탐험가라고 했다.
아홉 손가락과 두 개 발가락을 잃고도 아름다운 히말라야가 보고 또 보고 싶은 사람 이야기도 있었다. 박정헌 대장은 알파인 스타일로 촐라체를 등반하다 조난사고를 당한 후 무동력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다시금 히말라야로 간다. 남들이야 알든 모르든 내 알 바는 아니지. 내가 아는 아름다움에 이끌려 발길을 끊을 방도가 없는 열망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이탈리아를 떠올리면서. 여하간,
극한의 상황을 자처해 완전히 그 순간만을 사는 탐험가들이 부러워졌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인생. 그러나 “무슨 철학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하는”, 내가 정한 목표와 목적을 따르는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인생이 전부 탐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홍성택 대장의 에피소드를 접한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그의 책, <아무도 밟지 않은 땅, 5극지>를 읽고 있다. 탐험일지를 기반으로 한 책인 듯 한데, 좀 더 사려 깊은 편집(아니면 교정, 윤문이라도)이 있었다면 더욱 더 의미가 잘 전달됐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 그 자체로서 이미 큰 의미를 지니지 않나 싶다.
홍성택 대장이 언급한 세계 최정상의 등반가이자 산악문학가인 라인홀드 메스너도 궁금해졌다. 메스너는 저작이 아주 많았는데, 그중 <검은 고독 흰 고독>을 먼저 읽고 있다. 탐험하는 사람의 내면을 이렇게까지 들여다봐도 되나 싶을 정도의 심도 깊은 수기이다. 성공한 탐험가의 인생, 엄청난 성취에도 불구하고 탐험하지 않는 다수의 다른 인간들에게 이해받을 수 없는 특수함에서 비롯되는 고독과 피로감, 특수하고도 보편적인 인간적 불안을 거침없이 서술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불안을 많이 언급한 책은 처음이다. 모든 불안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하므로 내 것처럼 이해되지는 않지만 자꾸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런 진지한 탐험기 사이에 빌 브라이슨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기 <나를 부르는 숲>을 껴넣은 이유를 나도 잘 모르겠다. 고통스럽고 위험한 와중에도 웃고 싶다, 아니, 웃기고 싶다. 내가 그런 사람인 건 맞다.
요즘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면 나도 모르게 홍성택 대장을 생각한다. 로체 직벽을 오르거나 그 틈 어딘가의 텐트에서 밤을 보내고 있을 그의 안녕을, 그 원정대원 모두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것이다. 성공은 딱히 기도하지 않는다. 새로운 실패가 다음을 기약하게 하는 끝없는 이야기 역시 나는 사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하게, 그들의 안녕과 무사귀환. 그것을 마음으로 읊조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