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발

by 만정

나는 완벽한 발을 알고 있다. 그 발은 하얗다기보다는 투명하다. 투명한 발가락과 발톱은 한치의 오차없이 제자리에 있다. 한번도 지구의 땅 위를 디딘 적 없는 듯한 고운 발과 발가락에, 공들여 오린 것 같은 발톱이 살포시 얹어져 있다. 베르니니가 조각한 대리석 같다. 페르세포네의 발이라면 이 정도로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발을 거의 알지 못한다. 엄지 발가락이 지나치게 넓고 굵으며 힘쓴 흔적이 있는 내 발은 거친 인간의 것임에 틀림없다. 영락없는 우리 엄마 솜씨다. 빠르고 간단히, 그러나 빠짐없이 일을 해치우는 우리 엄마 솜씨 말이다. 발톱은 내 솜씨를 입어서 좁고 비뚤어졌다. 첫번째 수술 후 희안하게 엄지발톱에 조개처럼 가로결이 생겼다. 나는 내 발을 내 몸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사랑하지만 생김이 완벽하기 때문은 아니다.


여름의 괴로움 중 하나는 사람들의 발을 보는 것이다. 매니큐어를 바른 발가락이 비뚤어진 건 가장 참을만한 괴로움이다. 가끔은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아름답지 않다. 다른 아름답지 않은 것들에는 관대한 것 같은데 유독 발은 참기 힘들다. 눈을 감고 내가 아는 완벽한 발을 머릿 속에 떠올리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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