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로 치면 나는 중간계투요원으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것 같은 인물이다. 선발이나 마무리처럼 주목받고 싶지 않고(‘받을 필요 없고’가 아니라) 그 정도의 책임을 지고 싶지도 않다. 마무리 보다는 선발에 가까운 타입이지만 6 이닝을 뛰기는 기운이 좀 달리는 선수다(실재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그러나 미들맨(셋업맨 보다는 좀 더 길게 뛰어도 좋을 것 같다) 역할이라면 마음이 동한다. 선발 투수가 잘 다져놓은 경기를 예쁘게 포장해 마무리 투수에게 건네주는 역할이라면 한번 해볼까 싶은 마음이 난다. 한 타자라도 덜 상대하게 양쪽의 부담을 덜어줘볼까 라고 생각하면 그 역할을 기꺼이 맡고 싶어진다.
우리 사회는 중간계투요원이 없는 사람인 듯 말하곤 한다. 있다 하더라도 별거 아닌 존재인 듯 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만 있는 게임이란 말이 되지 않는다. 완투만 해대다간 선수 생명을 일찍 마감하게 될 것이다. 둘이 다 해내기엔 기복이라는 인간 전제가 있다.
나는 혼자 돋보이거나 내 공을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래도 내가 한 일에 대해 한 만큼의 평가는 받고 싶다. 오늘도 내일도 3이닝 정도를 뛰고 내 역할을 잘 해낸 후에는 오늘의 선발이나 마무리 투수처럼 뉴스에서 다뤄주길 기대한다.
중간계투요원이 꿈인 소박하고 성실한 선수들이 기껍게 한 자기 일의 결과로 충분히 상찬 받는 세계를 상상해본다.
그러거나말거나 나는 미들맨으로서 내 몫을 할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