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탈리아 여행이다. 코로나로 비행 편 수가 급감한 채 여행이 재개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더니, 비행기 티켓이 3년 전 보다 20만 원은 비싸다. 하지만 나도 더는 못 참는다. 지금 맡은 프로젝트 오픈이 다시 연기되더라도 11월엔 휴가를 쓸 수 있겠지. 그렇게 5월 중순에 11월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이번엔 베네치아에 오래 머물러야지. 조지프 브로드스키의 ’베네치아의 겨울빛’ 책 표지 사진처럼 안개 낀 무채색 베네치아에서 미로 같은 길을 마음껏 헤맬 생각이었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허용되지 않는 멜랑콜리함과 자괴감, (어쩐지 귀여운 투정처럼 느껴지는) 찌질함을 나도 만끽할 것이다.
설명이 필요한 모순이지만, 동시에 나는 엄마에게 동행을 제안했고 엄마는 기꺼이 수락했다. 엄마와의 세 번째 이탈리아 여행이다.
여정에는 변화가 필요했다. 우중충 할 우기의 베네치아에서 엄마와 열흘을 헤맬 수는 없다. 그렇다면 시칠리아 노토에 있는 카페 시칠리아에 가서 그라니타를 먹고 싶다. 그렇지만 삼 년만이다. 판테온과 포로 로마노, 라파엘의 ‘라 포르나리나’를 다시 봐야겠다. 무엇보다 산 에우스타키오의 커피를 더 마셔야 한다. 긴 기다림에 피렌체마저 그리워졌다. 우피치. 천장의 그로테스크화와 복도 끝에 보이는 아르노 강 너머 그림 같은 풍경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무엇보다, 때가 됐다. 이젠 숙제 같은 남부 여행을 해치워야 한다. 나폴리의 고고학 박물관도 그렇지만 결국 폼페이에 가야 한다. 악명 높은 남부는 여전히 자신 없었지만 이번엔 물러서지 않으리라. 남부에 비하면 소소한 다른 숙제, 밀라노도 여정에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