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편 예매

by 만정

입국은 베네치아로 할 것이다. 베네치아의 마르코폴로 국제공항은 작고 붐비지 않는다. 빠르고 쉽게 공항을 벗어날 수 있어 좋아하는 공항이다. 버스를 타면 본섬에 차가 닿을 수 있는 유일한 정류장, 로마 광장까지 30분 남짓 걸린다. 버스는 mute 기능이 켜진 것처럼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길을 달린다. 이 30분은 지난 여행의 가장 마법 같은 순간으로 기억된다.


어차피 아직 이탈리아 직항이 여의치 않을 때였다. 이번 여정에서 제일 북부에 위치할 밀라노로 출국 출발지를 정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밀라노 행은 강제된다.


스카이스캐너로 항공편 알아보는 일은 고통이며 즐거움이다. 설레고 떨리는 마음이 지나치면 불안과 별다를 바 없이 힘들다. 다른 의미의 고통은 아니다. 처음에는 날짜를 바꿔가며 일자별 비행 편과 가격을 비교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같은 결과를 반복해 조회하고 확인한다. 하루에 수십 번. 이때부터는 정말 이 여행을 갈 것인지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다. 혹시 코로나 재유행이 오지 않을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까? 이번에는 특히 내가 통제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외부 요인들을 납득하고 여행에 대한 자기 의사를 확인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 나의 답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여행 직전에 무산되거나, 혹은 여행 중에 위험이 닥치더라도) 감행한다’였다.


하루는 (개)꿈을 꿨다. 우리는 에어 프랑스를 타고 경유지인 파리에 막 착륙했다. 확정된 동행인 엄마뿐 아니라 조카도 함께! 그런데 기내에서 짐을 꺼내다 보니 엄마와 조카가 벌써 비행기에서 사라졌다! 여기선 핸드폰 연락도 안되는데, 두 사람을 어떻게 찾는담? 나는 허둥지둥했지만 거긴 파리였고, 우리는 베네치아에 가는 길이었다. 내 귀염둥이까지도. 꿈은 매우 불안한 동시에 긍정적인 의미로 환상적이었다.


실제 여정에서는 파리가 아닌 암스테르담을 경유한다. 전쟁은 이런 식으로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 항공사에서는 두 번 출발 편을 변경했고, 출발 일정을 하루 앞당겨야 했다. 이전에 11-12시간이면 되던 탑승시간도 13시간을 넘겼다. 최종 확정된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11월 9일, 00시 35분 인천공항을 출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11시 30분 베네치아에 도착하고, 11월 23일 오후 6시 밀라노 말펜사 공항을 출발, 파리를 경유해 오후 5시 인천으로 돌아온다. 8월 초의 일이다.


베네치아행은 KLM 항공, 인천 행은 에어 프랑스와 대한항공을 타게 된다. 코로나 이전 두 번의 여행은 아시아나 직항이었다. 모국어로 응대해주는 내 국적 승무원들과 하는 여행은 아무래도 마음이 편안하다. 환승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변수가 없다는 점에서 복잡도도 낮다. 나만 믿고 가는 엄마가 외국 승무원들 대하기 불편하지는 않을까? 나 역시 영어를 쓰는 건 에너지 소모가 큰데, 13시간 비행기에서부터 안테나를 바짝 세워야 하다니. 신경 쓸 포인트가 늘었다. 연착, 특히 비행기 연착은 질색인데, 비행기 이동은 두 번에서 네 번이 되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건 말뿐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 머리를 휘휘 저었다. 이건 세 번째 여행이고, 돌발상황도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일 정도의 경험은 충분히 했다고. 무엇보다 이제 드디어 카페 시칠리아와 산에우스타키오와 폼페이가 있는 이탈리아에 실제로 가게 된다고.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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