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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Green Club Nov 29. 2020

회사 건물에 또 확진자가 나왔다

홍콩 빌딩의 실체

홍콩은 2003년에 사스를 경험하면서 바이러스 트라우마가 생겼다. 사스 직후 홍콩의 모든 쇼핑몰, 상업시설에는 손 세정제가 입구, 출구, 복도, 여기저기 비치되기 시작했다. 나는 공유 오피스 건물에서 일하면서, 코로나 발생 전에도 감기 기운이 있으면  마스크를 쓰고 미팅을 하는 홍콩인들을 종종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도시 홍콩은 코로나 확진자가 멈추지 않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건물에도 세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그렇다면 손 세정제와 마스크 만으로 코로나를 막기에는 부족한 것인가?



홍콩 사무실 건물엔 창문이 없다

 

홍콩의 상업용 건물에는 여닫이 창문이 없다. 언제부터 홍콩의 모든 새 상업용 건물들은 열고 닫을 수 있는 창문이 사라지고, 천장부터 바닥까지 통유리로 된 형태의 외벽만 존재한다. (이것은 아마도 홍콩의 태풍 피해 방지를 위한 엄격한 건설 규정 때문일 것이다.)


나는 공유 오피스에서 일하면서 작은 5인실을 쓰고 있는데, 햇빛은 잘 들지만 창문을 열 수가 없다. 더군다나 중앙 환기 시스템이라 건물 관리자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환기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홍콩은 일 년 내내 덥고 습도가 높아서 (공기 반 물 반) 에어컨을 하루 종일 켜 놓긴 하는데… 시원한 바람만 나오고 온도와 습도만 잘 낮출 뿐 환기에는 도움이 안 된다.


실내 감염의 확률을 줄일 수는 없을까?


실내에서 바이러스 노출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실내 공기를 개선해서 바이러스 노출 확률을 줄일 수는 없을까? 그리고 사람들이 실내 공기의 질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연구를 해보면서 나름 개발한 공식이 있다.


    실내 공기 질 = 환기 + 습도 + 단기적 솔루션

    환기 >> 습도 >>> 단기적 솔루션



환기: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 공간에서는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감퇴한다. 환기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아래 세 가지가 있다.

창문을 연다. (배기가스와 바깥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저층은 제외)

중앙 환기 시스템이 아닌 이상 최대한도로 환기 시스템을 켜 놓는다.

공기 재순환 시스템 사용은 최대한 피해라. 공기 재순환 시스템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실내 공간의 기존의 공기를 재사용하는 원리인데, 재사용되는 공기에는 바이러스와 기타 오염물질 분자가 떠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 건축물 설계를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 시국에는 실제로 많은 건물주들이 9-6 근무시간 외에도 24시간 환기 시스템을 가동하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과 환기 효율의 적절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앞으로 설계 엔지니어들에게 아주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다.


습도: 공기로 전파되는 호흡기 바이러스는 공기 중 물체 표면을 통해 감염 위기를 증가시킨다. 실내 습도는 40% ~ 60% 사이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40% 이하 또는 60% 이상일 경우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감퇴하지만, 습한 홍콩에선 60% 정도만 돼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단기적 솔루션: 위와 같은 장기적인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임시방편으로 헤파(HEPA) 필터가 장착된 이동식 공기 청정기 사용을 추천한다. (헤파필터(HEPA 필터): '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의 약자로 고성능 공기정화 필터를 뜻함)


그리고…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실내 공기의 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모니터

문제를 고치는 건 쉽지만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건 어렵다. 게다가 실내 공기는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온습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트렌드를 분석해야 문제가 생기면 즉시 발견하고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소비자들은 공기 질 데이터를 요구할 것이고, 건물 관리자들은 실내 환경 데이터를 소유하고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마 공기 질 데이터 분석(data analytics) 산업 또한 전보다 더 떠오를 것이다.




지속되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인해 불행하게도 과학자들은 앞으로 10년마다 새로운 전염병이 유행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 실내 환기의 중요성이 더욱더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실내 공기의 질을 높이는 등 환기 관련 규정을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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