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을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지만
스포일러 :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줄거리나 내용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 특히 네티즌들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
에픽하이의 '스포일러'란 노래를 처음 듣고 감탄했었다. 어쩜 이런 비유를 할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고.
스포일러의 존재가 얼마나 성가시고 밉살맞은지 잘 알면서도 이제 막 연애의 책을 펴든, 혹은 한참 연애라는 영화에 푹 빠져든 이들에게 나도 모르게 그 끝을 암시하는 얘기를 하게 될 때가 있다.
너무도 그 끝이 보여서, 그 끝이 참담하고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남길 것 같으면 같을수록 나도 모르게 주제넘은 짓을 하게 되는데 결국 깨닫는 건 항상, 어차피 그 사람의 몫이라는 것.
내가 정색을 하고 말리든, 독설을 퍼붓든, 눈물을 흘리며 부탁을 하든 결국엔 자기 맘 끌리는 대로 할 텐데도 그걸 너무나 잘 알면서도 한마디 하고야 마는 것은, 비단 나의 오지랖이 뻗쳐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인간의 선의지에서 비롯되지 않나 싶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선을 베풀려는 의지.'
마치 내가 여행지에서 유명한 언덕 위의 레스토랑에 가려고 땀을 뻘뻘 흘리고
올라갔을 때 금일 휴업 표지판이 있어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사람들에게 허탕 치지 않도록 알려주었던 것과 마찬가지의, 뻔히 내가 했던 헛수고를 내 눈앞에서 다른 사람이 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 그런 선의지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하물며 낯선 사람도 아니고, 내가 정을 주었고 내가 항상 잘되었으면, 행복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의 일이라면 그건 정말 어쩔 수가 없지 않냐는 말이다.
너의 모든 행동 속에 우리의 끝이 보여.
아니라고 말해도 느껴지는 스포일러.
끝까지 봐야 할까? 지금 떠나야 할까?
나의 연애도 그러했을 테지만, 제 3자가 보는 관점이 더 정확한 경우가 많다.
"끝이 빤히 보인다."
하지만 해피엔딩만 엔딩이 아니니까.
어떤 만남이든 그 만남 자체가 주는 교훈과 의미가 있을 테니까. 환영받지 못할 것이 뻔한 연애 스포일러는 있는 힘을 다해 꾹 참았다가 집에 가는 어두운 골목길에서나 혼잣말로 풀고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