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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란 Oct 31. 2024

스토리스튜디오가 게임을 작업으로 대하는 방식

마크 작업자 컨퍼런스 준비기 1편

스토리스튜디오(‘이하 스스)에서  ⌜제1회 마인크래프트 작업자 컨퍼런스⌟가 열렸어요. ‘온라인 게임’을 메인으로 활용해 작업 프로그램을 개최한 첫 사례예요.


여러분은 ‘작업’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청소년 전용 작업 공간인 스토리스튜디오는 작업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청소년 누구든지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 표현하는 과정“


이 정의를 고려할 때 이런 사람들은 작업 중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게임, 드라마, 영화처럼 콘텐츠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 채로 몰입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보면 흔히들 ‘쉬고 있구나’ ‘콘텐츠를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한 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까요? 만일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업자가 될 수 있다면요? 그럼 우리가 흔히 ‘소비’의 장면으로 보았던 ‘혼이 빠진 듯 모니터 속 콘텐츠에 열중하는’ 장면은 작업의 장면이 될 수 있을지 몰라요.


온라인에서 건축 작업을 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스스에서는 마인크래프트를 게임이지만 작업 유형의 하나로 바라보고 있어요. 하지만 게임이라는 콘텐츠의 모호함 때문에 마크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쉬고 있는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인지 분간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스스 운영자들은 작업으로 마크를 제대로 조명하고 자리매김하게 하기 위해 고민을 시작했고, 바로 이런 관점에서  ⌜제1회 마인크래프트 작업자 컨퍼런스⌟가 탄생했습니다. 총 2편에 걸쳐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 과정을 낱낱이 소개해 드릴텐데, space-T 운영자분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이용자들과 어디까지 해볼 수 있는지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작업실에서 게임은 작업일까요? 그냥 게임일 뿐일까요?

스스에서 작업은 나의 이야기를 담는 표현 방식, 즉 작업자들의 언어라고 할 수 있어요. 게임 콘텐츠인 마인크래프트(‘이하 마크)는 건축 작업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어요.


마인크래프트 속에는 서바이벌 모드, 크리에이티브 모드 2가지 모드가 있어요. 세계 속 자원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서바이벌 모드'는 10대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다만, 서바이벌 모드 속에는 다양한 아이템, 무기, 캐릭터 등 재미난 요소들이 많다 보니, 본래 건축 작업의 목적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아 스스에서는 자유롭게 세계를 가꾸는 ‘크리에이티브 모드’로만 작업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마크가 스스안에서 바라는 목적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몇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게임이 가진 유희성 때문에 쉼과 작업 사이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죠.   


    첫째, 크리에이티브 모드로만 작업할 것  
    둘째, 하루 최대 2시간까지만 작업할 수 있고, 미완성할 경우 다음 방문 때 이어서 작업할 것  
    셋째, 내가 만든 건축 작업물을 영상 또는 사진으로 기록하고, 소개할 것 (마크 로그, 마크 스샷)  



그럼에도 스스에서 과연 마크가 “나의 이야기를 담는 하나의 표현 언어로 잘 작동하고 있는가?” 에 대한 의문이 드는 상황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운영자의 눈을 피해 몰래 서바이벌 모드로 아이템을 채굴하는 모습, 건축 작업보다는 폭탄을 터트리며 희열감을 느끼는 모습, 매번 마음에 안 들어서 다 지워버렸다고 하며 어떤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 모습, 항상 유튜브 영상을 보며 똑같이 따라 만들기만 하는 모습, 여러 명이 함께 같은 서버에 접속해 작업보다는 맵을 돌아다니며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모습, 혹은 만들고 싶은 것이 분명하지 않은 채로 작업을 시작했고, 크리에이티브 모드, 건축 경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시간 내에 작업물을 완성하는 개념이 익숙치 않아 진땀을 흘리는 모습 등.


과연 스스를 이용하는 작업자들은 마크를 작업으로 인식하고 하는 것인지, 그냥 게임이 재밌어서 하는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죠. 운영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마크 존립에 위기가 찾아온 적도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따라하는 것도 작업이다. VS 자신만의 이야기/특색까지 담아야 작업이다.


스스러(‘스스를 이용하는 작업자)들 사이에서도 마크를 작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때의 기준은 제각각이었지만, 마크를 작업으로 생각하는 작업자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무엇 때문에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지의 기준이 명확했어요.



기록1 

‘정스스’, ‘최스스’가 급하게 뛰어 들어오며 빨리 마크 자리를 맡아야 한다고 외침. 둘이 함께 마크를 해야 하는데 컴퓨터가 두 대 밖에 없어서 급하다고 함. 마크를 하면서 큰 소리를 내니 근처에 있던 ‘서스스’가 “저기 두 분은 게임을 하기 위해 온 것 아닌가요?”라고 함.


기록2 

    “언제부터 스스가 게임방이 되었어요?" 스스에 마크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이야기함. “예전에는 10명이 있으면 2명 정도만 마크를 했는데, 이젠 5명 넘게 마크를 하는 것 같네요.”, “마크를 하는 분들도 크리에이티브 모드답게 본인의 생각으로 상상을 하면서 만들어 야하는데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 만들고 있어요. 그건 그냥 따라 하는 게 아닌가요?”라며 운영자에게 이야기함.
  


*이용자 명은 가명으로 기제되었습니다.




매일의 기록을 보면, 마크를 작업으로 보지 않는 친구들을 유튜브를 보며 ‘따라하는 것’을 작업으로 보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마크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친구들의 생각은 달랐어요. ‘따라 하는 시간’이 작업을 위해 왜 필요한지 알고 있었죠. 흔히 “와! 잘 만들었다”라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게임 속 아이템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하고, 기술도 연마해야 해요. 따라하는 시간은 마크 작업자로 거듭나기 위한 까마득한 여정에서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마크를 얼마나 오래, 자주, 깊이 경험했는지에 따라 마크가 작업일 때를 정의하는 관점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기록3

오자마자 바로 마크 작업을 노트북으로 함. ‘양스스', ‘김스스'은 항상 유튜브에서 마크 작업 영상을 참고하며 작업하는 방식을 따라 하거나 기술을 연마함. 운영자가 어떤 기능이나 방식들을 배우는지 물어보기 위해 어떤 유튜버를 참고하는지 물어보자 “보고 따라 하는 것도 창작이에요"라고 강조함. 

기록4

그렇게 따라 하는 것을 반복하다 자신의 영역이 생기는 것을 발견함. 유투브 영상을 보면서 만들던 ‘양스스'는 어느 순간 참고하지 않고 그냥 마크 작업을 함. "양스스님은 영상을 참고하지 않고 만드시네요?"라고 운영자가 물어보니, “ 옛날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똑같이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냥 만들어요. 필요한 부분만 참고해요.”라고 함.


기록5
마크는 제가 생각하는 것을 다 구현할 수 있는 게임이라서 좋아해요. 뭔가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면 어떻게든 구현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자신만의 특색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한 것을 잘 보여주기 위해 기획을 잘하는 것을 좋아해요.”


* 이용자명은 가명으로 기재되었습니다.



사실, 운영자들은 마크 작업을 바라볼 때 따라했는지 아닌지, 만든 것이 정교한지 아닌지보다는 작업자들이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의도를 담아 표현했는지 등 자신의 작업 과정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운영자가 마크를 작업으로 바라볼 때는 아래 세 가지 정도라고 할 수 있어요.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 이야기가 명확할 때  
    완성도와 관계없이 마크 로그/마크 스샷를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을 때  
    따라 만들기를 반복하면서 체득하고 싶은 기술이 있을 때, 그 속에 자신만의 한 끗을 더해볼 때
  
의도가 드러난 마크 작업물의 예시


더 이상의 논란이 없으려면, 이용자, 운영자 모두가 ‘마크’에 대해 같은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스스에서 말하는 ‘작업으로서 마인크래프트’의 상이 확고해지되, 작업물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경험은 늘 제공되던 상시 이용이 아닌 새로운 방식이 필요했죠. ‘작업으로서의 마인크래프’의 존재를 재인식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하게 된 계기입니다.




마크를 통해 가볍고, 자연스럽게 자주 연결되는 작업자들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할지 단서를 찾고자 2년간 마크 작업 풍경을 전수 조사했어요. 그렇게 발견한 단 한가지 단서! “그 어떤 작업보다 마크를 할 때 이용자들이 쉽게 연결되고, 자주 소통한다.” 라는 점이었어요.


아이패드로 마크 작업을 할 때는 근처에 있는 작업자의 작업에 호기심을 가지고 힐끗힐끗 곁눈질하고, 누군가 노트북으로 마크 작업을 하면, 대놓고 뒤에 서서 긴 시간 관찰하는 풍경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 외에도 아는 사이든, 모르는 사이든 서로에게 다가가는 온갖 풍경이 마크 작업을 중심으로 나타났어요.









작업자들의 마크 작업 행태를 분석하며, 새로 기획할 마크 프로그램에서 우리의 키맨은 운영자, 마크 유투버, 강사가 아닌 스스 이용자라는 것을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죠. “어, 그거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던데요?”라고 실제로 할 줄 모르면서 말로만 마크를 통달한 척하는 운영자에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마크 작업자 컨퍼런스가 궁금하다면 2편을 기대해 주세요!

게임 콘텐츠를 운영하면서 들었던 고민, 스스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여기에 무엇이든 남겨주세요.




쓰는 이, 육예은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비영리 재단에서 일했습니다. 청소년들의 이야기, 그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는 스토리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청소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작업으로 표현하고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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