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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 Dec 15. 2023

여기는 제주, 일일책방지기입니다

한 손 책방지기의 소감



 오후 2시, 제가 있는 곳 제주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어요. 나고 자란 곳이 바다가 가득 펼쳐진 강원도 동해안이지만, 제주 바다가 주는 풍경은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설레는 것 같아요. 최근 방영하고 있는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는 제주를 떠나온 청춘들이 고향의 품 제주로 다시 돌아와 숨을 고르는 이야기가 방영되고 있는데요. 제 고향은 제주가 아니지만, 저 역시 제주에서 숨을 고르러 이곳에 왔답니다.



JTBC 토일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젊음의 꿈을 찾던 철새들은
돌고 돌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우리 섬, 제주로.



 이제 제 이야기를 해볼까요. 8월부터 이어진 번아웃에 괴로워하고, 여백 없이 달려온 인생에 회의감을 느끼고, 쉴 때도 잘 쉬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어요. 아, 최근 왼손 새끼손가락 골절로 현재 반깁스를 하는 바람에 취미인 수영과 풋살 금지령도 당했지요. 한 순간에 가짜 석고 손(?)을 얻고 좋아하는 모든 것을 잃은 셈이죠. 망가진 제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방황하는 20대 청춘'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어떻게, 왜 이곳 제주로 왔냐고요?



오로지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제주에는, 그리고 제가 일일 책방지기로 있는 여기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뜻하게 책방을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과 방금 막 들어온 반짝이는 새책, 그리고 제 공간을 오롯이 지키는 책들이 있어요. 좋아하는 책과 따뜻한 사람들로부터 찾고 있는 답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 오직 나를 위해 야심 차게 기획한 제주 여정을 고작 가짜 석고 손 따위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독수리 타법이지만 생각보다 타자도 칠만 하고요.(양손 시절에는 한컴 타자 800타, 꽤 멋지죠?)





 '인생은 언제나 예고 없이 흘러간다.'는 생각을 참 자주 하는 요즘입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제주에서 책방지기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고,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손가락이 부러진 채 제주로 향하게 될 줄 몰랐으니까요. 스물다섯의 방황하는 청춘은 늘 그래왔듯 씩씩하고 용감하게 저만의 답을 찾아갈 거예요. 이곳 책방에는 일일 책방지기들이 빼곡히 남긴 방명록이 있는데요. 이만 손님을 응대하러 가기 전, 하나를 공유해 볼게요.



이곳은 제게 따뜻하고 잔잔하지만
단단한 위로를 주었습니다.

여러 책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매일 여러 세상과 사람을 만났으니
이보다 안녕한 여행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좋아하는 책을 맘껏 읽다 누군가 좋아하는 책이 무어냐 물어보면 냉큼 그 책을 말하면 된다는 사장님의 말씀 덕에 용기를 얻은 이곳은, 독립서점 이후북스입니다!



(P.S 이 글을 볼 우리 팀원들에게, 금쪽이 같은 막내가 푸른 섬 제주에서 다정한 사람들과 따뜻한 책 속에서 잘 회복하고 있다는 마음이 닿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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