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는 음식이 내 몸이다.'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쩐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는 잘 먹고 잘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먹을 것이 너무 풍족해 문제인 시대이다. 그 풍족한 먹거리가 건강에 좋은 음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라면이 한국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이긴 하다만..
나만 해도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지 않으면 간편식으로 몇 끼를 때우게 되곤 한다.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를 만든다면 나는 '인간 라면'이나 '인간 밀키트'인 셈이다.
나를 그런 별명으로 나타내기는 싫다.
그래서 나는 음식을 먹을 때 지킬 몇 가지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하루에 한 번은 400g 정도의 채소를 꼭 챙겨 먹기 식재료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는 음식 먹기 물 많이 마시기 배부르면 바로 숟가락 놓기
먹는 이야기에서 '안 먹을 것을 다짐하는' 네 번째 원칙이 갑자기 끼어든 이유는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배부른데도 음식이 아까워 꾸역꾸역 몸에 넣으면 그 음식이 내 배나 허벅지 어딘가에 달랑달랑 매달려 남을 것 같단 상상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먹던 음식이 남으면 따로 용기에 잘 담아 보관해 뒀다가 출출할 때 다시 먹기로 결심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원칙을 가지고, 내 몸을 살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한 마음이 드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나만의 착각이었다.
내 몸 안에 있는 누군가가 SOS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그들의 간절한 구조 신호는 한 장의 종이로나마 간신히 전달이 되었다.
건강검진 진단표 말이다.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나는 비건이다!(하지만 사실 나는 비건이 아니다!)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는 진단에(여기에서는 채소 챙겨 먹기가 유효했다는 생각에 잠시 기뻤다!) 단백질이 부족하니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소견이 붙어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이 나를 울렸다.
그렇게 다섯 번째 원칙이 생겼다.
다섯 번째, 하루 한 번 손바닥만 한 크기의 살코기 챙겨 먹기.
이젠 이 원칙들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내 몸의 목소리에 따라, 얼마든지 바뀌고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