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플래닛 Dec 19. 2023

백조 왕자와 '말하면 망하는' 징크스

'백조왕자'의 주인공 엘리제와 나의 공통점


'백조 왕자'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책의 제목은 '백조 왕자'이지만, 사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왕자들의 여동생 엘리제다. 엘리제는 저주에 걸린 열 한 명의 오빠들을 위해서 쐐기풀 옷을 만든다. 오빠들의 옷을 전부 완성하기 전엔 절대 말을 하면 안 된다. 만약 말을 하게 된다면 천사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엘리제와 오빠들은 모두 죽게 된다.


만약 내가 엘리였다면, 오빠와 남동생은 평생 백조로 살거나 허무하게 운명을 달리할 수도 있었다.

- 나는 무심코 혼잣말을 잘한다(탈락!)
- 나는 손목이 약해 손을 쓰는 일을 오래 못 할뿐더러 손재주 없다(탈락!)

오. 그래도 '백조 왕자'의 엘리자와 내가 비슷한 구석이 하나 있긴 하다 나에게는 징크스가 하나 있다. '말하면 망하는'징크스다. 예를 들자면 어떤 일이 있을 예정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면, 그 일은 시시하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른다.  이 이론의 예시들은 차고 넘치지만, 사실 이 반대의 예시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 징크스가 아니지 않냐고?


내가 이 징크스에 대해서 사뭇 진지하게 말할 때면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당연히 이루어질 것처럼 말했는데, 일이 안 이루어지면 그 상황이 더 각인되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만약 그럴 거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 일이 그대로 이뤄지면 그건 예상 가능한 일이었으니 놀랄 것도 없지'



그래도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가 없다. 호언장담한 후 실패한 기억을 마음에 꾹 담아두는 나로선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해서 망했다고 시무룩해하는 나를 봤던 사람들은 내가 어느 순간 말꼬리를 흘리면(거짓말은 어렵다) 그냥 말하지 말라고 한다. 나에게 동화가 된 것일까.


이렇게 몇 년이 지나자 나는 이 징크스를 역이용하게 되었다. 이뤄지지 않았으면 하는 일을 "아유 이렇게 될지도 몰라!" 하면서 떠들고 다니는 것이다. 이 징크스 덕분에 그런 일은 이뤄지길 바라지 않으면서.


꽤 똑똑하고 재치 있는 묘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결과. 나는 투덜이, 걱정이가 될 위험에 처했다.
아무래도 어서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햄스터는 햄스터답게 화를 내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