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왕자'라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책의 제목은 '백조 왕자'이지만, 사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왕자들의 여동생 엘리제다.엘리제는 저주에 걸린 열 한 명의 오빠들을 위해서 쐐기풀 옷을 만든다. 오빠들의 옷을 전부 완성하기 전엔 절대 말을 하면 안 된다.만약 말을 하게 된다면 천사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엘리제와 오빠들은 모두 죽게 된다.
만약 내가 엘리제였다면, 내 오빠와 남동생은 평생 백조로 살거나 허무하게 운명을 달리할 수도 있었다.
- 나는 무심코 혼잣말을 잘한다(탈락!) - 나는 손목이 약해 손을 쓰는 일을 오래 못 할뿐더러 손재주도 없다(탈락!)
오. 그래도 '백조 왕자'의 엘리자와 내가 비슷한 구석이 하나 있긴 하다 나에게는 징크스가 하나 있다. '말하면 망하는'징크스다. 예를 들자면 어떤 일이 있을 예정이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면, 그 일은 시시하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른다. 이 이론의 예시들은 차고 넘치지만, 사실 이 반대의 예시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 징크스가 아니지 않냐고?
내가 이 징크스에 대해서 사뭇 진지하게 말할 때면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당연히 이루어질 것처럼 말했는데, 일이 안 이루어지면 그 상황이 더 각인되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만약 그럴 거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 일이 그대로 이뤄지면 그건 예상 가능한 일이었으니 놀랄 것도 없지'
그래도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가 없다. 호언장담한 후 실패한 기억을 마음에 꾹 담아두는 나로선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해서 망했다고 시무룩해하는 나를 봤던 사람들은 내가 어느 순간 말꼬리를 흘리면(거짓말은 어렵다) 그냥 말하지 말라고 한다. 나에게 동화가 된 것일까.
이렇게 몇 년이 지나자 나는 이 징크스를 역이용하게 되었다. 이뤄지지 않았으면 하는 일을 "아유 이렇게 될지도 몰라!" 하면서 떠들고 다니는 것이다. 이 징크스 덕분에 그런 일은 이뤄지길 바라지 않으면서.
꽤 똑똑하고 재치 있는 묘안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결과. 나는 투덜이, 걱정이가 될 위험에 처했다. 아무래도 어서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