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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플래닛 Dec 11. 2023

그때가 되면 진짜 인생이 시작될 거야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시작일 거라고 믿는 당신에게

그때가 오면, 그 일만 이루어지면, 그걸 얻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고, 그때 진정한 내 인생이 시작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


내가 비록 지금은 이래 보여도..

저 멋들어진 다이어리를 산다면, 그 다이어리에 걸맞은 이야기들이 채워질 거야.

내가 외국에 한 번 나갔다 오면 내 시야는 확 트이고, 난 완전 다른 삶을 살게 되겠지?

대학만 가봐라, 취업 성공만 해 봐라! 운명의 그 사람을 만나기만 해 봐!


반짝하는 한 순간이 찾아오면, 모든 것이 변하고, 그때 진짜 내 인생이 시작될 거야.


지금은 마치 책의 도입부의
'옛날에 평범한 한 아이가 살았어요'
와 같은 문장으로 정리되는
 시간일 뿐이라니까?

나도 참 많이 했던 생각이다. 하지만 세상에 모든 것이 한순간에 변하는 순간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물론 인생의 나침반의 침을 돌려놓고, 나를 변화시키는 순간이 아예 없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지만 그 빈도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는 의미이다.)  인생에 몇 번 안 되는 때를 기다리며, 그 남은 시간을 사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아직 내 인생은 시작이 아니라며 특별한 계기를 바라고, 그때 비로소 내 인생이 진짜 시작될 것이라 믿는 것은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것과 같다.(감이 달려있는지 안 달려있는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말하는 나야말로 누구보다 운명과 극적인 요소들에 가슴이 뛰는 사람이지만,

때로 진짜 운명적인 무엇인가는 훨씬 더 나중에 그 의미를 밝혀지기도 한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약 6년 전의 나는 슬펐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으로 고군분투를 하다가 크게 좌절을 했었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의 긍정에너지는 바닥이 난 지 오래였고, 부모님을 뵙기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대로 내 인생은 하향곡선을 그리겠다는 생각에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매일밤 고민했다. 늦은 새벽 혼자 방에서 예능보며 깔깔깔 웃다가도 다음 이 시간에 다시 뵙겠다는 마무리 멘트가 나오면 그 순간엔 정말 어마무시한 좌절감이 나를 강타했다. 그 순간이 내가 맞닥뜨린 '진실의 순간'이었달까. 방금 전까지 배를 잡고  나는 모두 허상이었다.

깊은 우울과 무기력함에 빠질 것 같을 때면,  다시 서둘러 다른 방송프로그램을 틀고, 현실을 잊게 만드는 남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던 때에 내가 지원을 한 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외국으로 인턴십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계기로 나는 미국으로 인턴십을 다녀왔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내 인생이 달라졌냐고 묻는다면, 달라졌다.

하지만 행복하고, 멋지게만 바뀐 것은 아니다. 그곳에서도 그저 생활이 있었을 뿐이었다.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 나는 미국에서 약 1년 간을 살다.

- 미국 동, 서부와 캐나다를 구석구석 여행했다.

- 성질이 고약한 상사를 만나서 그 여파로 지독한 우울증 증세를 경험하고, 건강이 악화되었다.

- 구 남친 현남편 만났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내가 언제 미국에 다녀왔었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고민을 했고, 괴로워 밤새 한숨지었고, 도전을 했고, 또 아주 천천히 달라졌다.

점이 모여 생기는 나의 인생그래프

인생은 마치 무수히 작은 오늘의 행동을 모아 그래프를 그리는 것 같다.

때론 그래프의 점 하나가 급격하게 치솟고, 바닥을 칠 수 있어도 그건 그냥 추억할 아름다운 점  혹은 뼈아픈 점 하나가 될 뿐 내 인생의 큰 흐름을 바꿀 '점 하나'는 별로 없다는 생각을 감히 한다.


새로운 해가 다가오고 있다. 새해엔 내 일상을 흔들 점과 같은 일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그려놓은 선들이 나를 붙잡고 있을 것을 안다. 그 선이 나에게 안전선이 될지 족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선들을 든든하게 느끼기 위해서 오늘의 점을 찍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을 다짐해 본다.


오랫동안 나는
이제 곧 진정한 삶이 시작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내 앞에는 언제나
온갖 방해물들과 먼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과
바쳐야 할 시간들과
갚아야 할 빛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모두 끝내고 나면
진정한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런 방해물들과 사소한 일들이 바로 내 삶이었다는 것을.

삶, 알프레드 디 수자(Alfred D. Sou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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