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취미-도자공예 클래스 후기
내가 기억하는 도예 수업을 떠올려본다.
4교시의 미술시간, 나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산 지점토를 꺼내놓고선 수업 시작종이 울리기도 전에 열심히 조물딱 거렸다. 만질수록 유연하고 부드러워지는 지점토가 좋았다.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국수를 뽑듯이 흙을 돌돌 말아 한단 한단을 올렸다. 흙이 다 굳었으려나 싶어 푹 찌른 순간, 정성을 다해 만든 연필꽂이는 힘없이 찢어져버렸다. 수업 종료 5분 전. 나는 만지작거리던 지점토를 뭉게 가방에 넣었다.
초등학생 이후로 인연이 끊겼던 도예와 다시 마주하게 된 건 SNS 광고를 통해서다. 일요일 오후에 할 수 있는 취미를 거듭 검색하다가 도예 수업까지 이르렀다. 자극적인 맛과 함께 패스트푸드처럼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경험이 도처에 널린 와중 도예는 어딘가 심심해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심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도예 수업을 그래도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수업에 앞서 만들어낼 도자기를 구상 해오라는 공지를 받고 유명한 사람들의 도자기를 열심히 캡처했다. 인기가 많다는 도자기를 학습하고 나니 기성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양을 만들고 싶어 졌다. 나는 지나가다가 본 돌의 모양, 미술 작품, 우연히 땅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사진첩에 모았다. 별걸 다 뮤즈라 칭했다. 관찰의 시간을 통해 잠시 가우디(자연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 건축물을 완성시킨 건축가)가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하며 스케치를 완성했다.
흙은 자유자재로 늘어났다가 조금만 지나면 단단하게 자리를 잡는다. 계속해서 모양을 고정시키며 작업을 하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과 기다림은 필수적이다. 기다리는 시간에는 손을 푹 찔러 넣는 대신 차를 마시며 한숨 돌리는 법을 배웠다.
물 묻은 스펀지로 보듬어주고 기다리는 일을 반복하면 얄궂게 울퉁불퉁하던 부분이 평평해진다.
한 번은 손에 느껴지는 촉촉함이 좋아 스펀지에 물을 조금 남기고 도자기를 쓸었는데 선생님은 곧바로 알아차리시고 물을 조금 덜어내면 좋을 거 같다고 말하셨다.
“그냥 지나가듯이, 숫자를 세며 천천히,
한 번에 완벽해지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선생님의 차분한 말소리에 따라 자꾸만 속도가 붙는 손을 자제시켜본다. 힘을 뺄수록 천천히 다듬을수록 도자기는 단정한 모습으로 변한다.
유약을 바르고 굽는 과정을 거쳐 2개의 자기를 완성했다. 호쾌하게 제출한 6개의 스케치가 민망할 정도로 적은 양이지만 완성될 때 즈음 더 이상 내가 얻어가는 자기의 개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조급하지 않게 흙을 만지고 있고 그를 위해 비워두는 시간이 생긴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선생님의 칭찬도 한몫 거들었다. 느린 게 아니라 내가 흙의 물성을 이해하고 스트레스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정말 흙을 이해하는데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정규반을 또 등록했다. 물론 도자기를 팔아먹고 살면 큰일 날 재능이다.
도예 수업은 예상했던 대로 오랜 시간이 걸렸고 심심한 구석도 있다. 분명 심심한 맛인데 자꾸만 생각나는 것이 꼭 냉면을 닮아있다.
달고 짜고 맵기만 한 세상이 지겨울 때, 도예수업을 해보길 추천한다. 더딜수록 잘한다고 칭찬받는 독특한 세계 속에 머무르며 당신도 행복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