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 너머 나의 친구
날 기다리고 있니?
한밤중에 꿈에서 깨어났다. 꽤 강하게 마음에 와닿은 꿈이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용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꿈, 아니 돌아가는 꿈?
떠나는 이가 편히 가도록 하려면 인연의 끈을 잘 놓아주어야 한다는데...
진정 마음 내려놓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음을...
벌써 4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내가 너무 오래, 내 감정에 묻혀 그를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천천히 떠난 녀석을 잊기로 했었다.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글을 쓰며 함께한 날들을 돌아보았었다. 글을 쓰며 용이와의 추억을 하나하나 생각하는 시간은, 꽤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내는 동안 사랑했기에 남겨진 큰 아픔을 토닥토닥 어루만지며 마음의 상처가 곱게 아물게 해 준 시간이 되었다.
나는 죽은 것처럼 보일 거예요. 그렇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에요.
이해해요. 그곳은 너무 멀어요. 나는 몸을 가져갈 수가 없어요. 너무 무거워요. 내 몸은 버려진 오래된 껍질처럼 누워 있을 거예요. 그 낡은 껍질 때문에 슬퍼해서는 안돼요."
-어린 왕자
책 속의 그 글귀가 눈에 들어와 이젠 그 아이를 훌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그날 밤 꿈을 꾸었던 것이다.
떠나는 길인지, 돌아오는 길인지가 희미한 속에서도 녀석의 밝은 모습은 꿈속에서 내게 꼭 그런 메시지를 전해 주는 듯했다.
‘이젠 그만 슬퍼해도 돼요.’
함께 하던 산책길이 있던 숲.
새로운 길을 만드느라 길 한가운데 외롭게 서있게 된 후박나무. 녀석의 재를 묻어 준 그 나무의 곁에 서면, 아직도 늘 십여 년 전 그때처럼 바람 속에 용이와 함께 서서 저 멀리 우리가 사는 곳을 바라보는 듯하다.
"엄마! 섬처럼 혼자 떨어져 있어도 외롭지 않아요.
떨어져 있기는 해도 다른 나무 친구들이 가까이에 있고, 우리 집이 바라다 보이는 이 언덕에서 바람을 느끼며 서있을 수 있으니까. 함께 거닐던 없어진 그 옛길을 아직도 나는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용이 나무가 섬처럼 외로워 보여 마음 아픈 나를
늠름하게 선 나무가 푸릇한 위로를 건넨다.
나는 가만히 나무의 등을 쓸으며 안아본다.
다정하게 곁을 주고 믿음이 가득 찬 눈빛으로 늘 나를 바라보던 용이.
함께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던 우리.
함께 숲을 거닐며 꽃들과 풀들을 바라보던 우리.
우리는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을까.
추운 한겨울날 그를 보내고 나서 맞은 첫 봄.
산수유가 피어나고 진달래가 피어나고 연둣빛 새싹이 움트던 봄날 유난히 그리움으로 가슴 시리던 날들.
함께 했던 그때 그 봄이 우리의 마지막 봄이었음을... 그렇게 보낸 그 봄이 너무도 아쉬워, 그리워하던 마음은 꽃들을 바라보며 슬퍼했었다.
함께 바라보던 이 꽃 저 꽃 속에 용이의 얼굴이 있어서.
이제 앞으로 내게 남은 봄은 몇 번이 남았을까?
중년의 어느 날 만나서 60대의 초입에서 헤어진 너와 나.
우리가 헤어진 봄을 이제는 되돌아보지 않기로 한다.
우리는 이별을 했지만 이제는 다시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만남의 날이 점점 가까워 오고 있노라고.
그런 기다림으로 봄을 마주하리라고.
함께 한 시간만큼이나, 그리워하며 보낸 사 년 여의 시간은 아프지만 그 또한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사람의 사랑을 많이 받은 먼저 떠난 반려견은 무지개다리 너머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서, 나중에 시간이 지나 주인이 죽으면 그 다리에 마중을 나와서 함께 무지개다리를 건너 헤어짐 없는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는데..
너는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여전히 나를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있겠구나!
폰 화면에서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다보고 있는 녀석에게 나직이 말을 건넨다.
우리 가족 모두의 별인 용이에게.
나의 아이 같은 용이에게.
나의 영원한 친구로 남은 용이에게.
용이야 안녕!
다시 만날 날까지 이제는 안녕!
마지막 날 좋아하던 북경 올림픽 기념 옷을 입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