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왔다.
끝까지 버려진 왕, 단종.
그리고 끝까지 그 곁을 떠나지 못한,
아니 떠나지 않았던 사람, 엄흥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고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권력 앞에서의 인간은 이렇게까지 무력해질 수 있구나,
가슴이 먹먹해졌다.
따뜻한 마을 사람들의 정,
그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듯 살아가지만
결국 바꿀 수 없는 역사 앞에서
그저 견디며 살아내야 했던 시간들.
폐위된 왕의 쓸쓸함보다,
그 곁을 지키는 한 사람의 마음이 더 아프게 남는다.
‘내 사람들 따뜻한 밥 한 끼 먹이고 싶다’는 마음,
자식을 가르치고 싶은 부모의 마음.
엄흥도는 그저 충신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누군가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오래 남는다.
힘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삶이 아니라,
그럼에도 끝까지 곁에 남아 있었다는 것.
어쩌면 그게 이 영화가 말하는
가장 큰 용기였을지도 모른다.
나도,
영화처럼
짐을 짊어지고
묵묵히 내길을
걸어 가야겠다.
무력하지만
끝까지
곁을 지킨 엄흥도에게
박수를 보내며
영화 감상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