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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성 Sep 10. 2020

(1) 요즘, 핫한 지역

Nowadays, Working Locals

영화 <심야식당2> 스틸컷

영화 <심야식당>은 ‘심야’라는 특정 시간에 ‘식당’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그리 마주칠 일 없는 사람들이 모여 낯설지 않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각자의 로컬에도 이런 일이 존재할까? 아니면 존재해야 하는 걸가? 만일 존재해야 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만들고 싶은가?


요즘 서울엔 ‘핫(hot)하다’는 지역이 너무나도 많다. 하루에 한 곳을 가본다 해도 한 주가 모자라다. 하루에 두 곳을 간다 해도 될까 싶다.

경리단길의 흥행(?) 이후 ‘O리단길’들 등장, 가로수길과 유사한 ‘O로수길’ 등이 생겨나며, 낯설던 이미테이션들이 나름 핫하다는 곳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요즘은 수도권을 넘어 충청, 강원권까지 ‘핫플레이스’들이 너무 많아져서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곳들에 호젓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 텅 빈 듯, 고요한 듯 가끔은 쓸쓸한 듯...

열을 식히는 순간은 나쁘지 않게 느껴지지만, 껍질만 화려하고 알맹이는 없는 것처럼 씁쓸함이 맴돌 때도 있다. 사람들이 모이지만 집처럼 애정이 가지 않는 미술관처럼, 목적을 위해 잠시 스쳐가는 영화관처럼 말이다.

다시 말해 흔한 핫플레이스들에 ‘방문객(Visitor)’은 많지만, ‘사는 사람(Player)’들은 전혀 없는 쇼윈도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곳들이 ‘작동 가능한 지역(워킹로컬; Working Local)’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있을까?

코로나의 여파로 도시, 건축, 사회가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다는 소식들을 계속해서 접하다 보면 안타까움도 있지만 동시에 흥미롭다. 특히 ①한정된 개인 공간이 극렬한 다용도(micro multi-usage)로 변화된다는 주장과 ②도시에 집중된 인구가 분산되면서 개인단위 공간의 면적이 넓어지고 복합화되며 주거-업무-교육-여가 등이 집에서 모두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다.

한편, 대기업들의 거점오피스가 새로운 방식에 적용되며 도시와 개인의 삶을 바꿔갈지 기대된다. 여타 다양한 주장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도시를 사용하는 방법을 바꿔 갈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시기인 것 같다.

지금 나오고 있는 주장들의 공통분모는 대중교통을 활용한 도시 광역화 보다는 ‘특정 거점을 중심으로 한 다핵화’가 물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과 다핵화된 거점들이 처음에는 타 지역을 모방하지만 정보량의 증가로 점차 지역성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우리가 어디에 가서, 놀고, 일하고, 만나고, 공부하고, 먹고, 쉬고, 혼자 있는 현상은 사라질 수 없다. 단지, 멀리 가던 우리가 가까운 어떤 장소를 찾고, 여럿이 모이기보다는 소규모로 모이는 현상, 즉 도보생활권이 주목을 받는 워킹 로컬 워킹(Working Local Walking) 현상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겐 어디가 핫한 곳일까? 우리의 시간이 어디에서 소비되는 것일까?

요즘은 꽤나 많은 이들이 가고 싶은 곳을 찾을 때 무의식적으로 SNS를 뒤진다. 이는 SNS를 통해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몇 가지 요소들이 있는 곳을 찾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공통점을 찾아보면 분위기, 장식소품, 제품(상품이나 서비스), 공간, 위치, 인근 스팟들이 공유된다.

이를 6가지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①디테일: 매력적인 소품이나 장식으로 인해 고객(User)이 자신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한다.

  ②서비스: 제공된 서비스와 상품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여 지속적 소비를 유도한다.

  ③공간: 시각적 흥미, 편안함, 편리함, 서비스와의 일체감을 주는 브랜드를 체험하게 한다.

  ④위치: 오가는 길이 유독 편리 하거나, 흥미롭거나, 아름답거나 한 차별성이 존재한다.

  ⑤확장: 근거리에 갈만한 다른 곳이 있어 지역적 확장이 가능하다. (도보접근이면 더 좋다)

  ⑥경관: ④위치나 ⑤확장을 넘어, 자연적, 사회적, 도시적 풍경의 특이성을 갖추고 있다.

①~③번이 SNS의 이미지를 통해 직관적이고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정보라면, ④~⑥번은 텍스트 등으로 구체화되는 감상적 정보이다. 이 조건들이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런 조건들을 확인한다.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아도 특정한 조건이 유난히 부각되어 관심을 받는 곳도 존재한다. 개척자적 성격의 주체가 몇 가지 혹은 한 가지 요소로 자신이 위치한 지역의 지역성을 만들곤 하기 때문이다.

위 기준으로 자기가 사는 로컬을 한 번 점검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만약 그 범위 내에 크리에이터가 있다면, 그와 함께 우리 동네를 어떤 ‘워킹로컬(Working Local)’로 변화시켜볼지 상상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나의 기억 속에 떠오르는 공간은 아파트 단지에서의 생활이다. 아파트가 만드는 편리함과 아늑함을 쉽게 포기 못하는 것이 내 현실이다. 아마 앞으로도 아파트를 주거로 택할 듯하다.

하지만 인생 속에서 10년의 시간을 다르게 써봤다. 불과 몇 번 뿐이지만 스쾃(Squat, 빈 집이나 건물을 점유해 예술활동으로 지역성을 새롭게 해석 시키는 행위)과 거리설치미술을 하고 도시한옥이 밀집한 지역의 현황을 기록해왔다.

이주노동자의 쪽방과 해당지역의 지역성의 설립 과정을 연구하고, 구도심내 노점상으로 이루어진 전통시장의 현대화를 연구했다. 또 서울의 보편적 주거인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의 마을만들기도 적극적으로 실천해 보았다. 이런 작업들은 아파트단지에 대한 부정적 해석에서 시작했었는데, 결국 지역재생이라 말하는 ‘수복형 도시개발’도 절대적 대안이 아니라는 연구자적인 방향성을 갖게 해주었다.

다음 회에서는 도시의 구성원까지 다둘 예정이다. ‘마을-공동체-로컬-문화센터-계모임 등’의 사회관계가 ‘원룸-노점-빌라-아파트-단지내상가-대형쇼핑몰 등’의 도시공간 안에서 지금 현재 로컬들로 작동되고 있는지 재미있게 풀어보려 한다. 골목, 거리로 대표되는 로컬영역은 우리가 잃어버린, 회복해야 할 ‘무엇’이라기 보다는 현대화 되지 못한 영역이다. 예상치 못하게 맞이한 코로나 정국은 현재의 도시를 변화시킬 것이 분명하며 이 변화는 로컬의 현대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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