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을 파는 사람 Nov 15. 2019

알리바바부터 무신사까지,
오프라인 고객경험 전쟁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에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이유


필자의 지인이 중국에 놀러 갔을 때, 길거리 노점상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현금을 내려고 하니 그 노점상 주인이 상당히 당황하면서 모바일 페이를 사용하지 않느냐고 물었다는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 참고로 최근이 아닌 3년 전에 들었던 일화다. 사실 중국만큼 IT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보급된 곳도 없다. 중국에서는 거지도 QR코드로 구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국의 핀테크 도입률은 69%로 전세계 1위다. 국가가 주도하고 ‘알리바바’나 ‘샤오미’처럼 기술과 비전을 갖춘 기업들이 받쳐주니 중국의 디지털화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 마윈은 완전히 알리바바에서 은퇴했다



#세계를 리딩하는 알리바바의 신유통전략

  

오프라인의 디지털화 영역에서만큼은
아마존이 미국의 알리바바로 불려야 한다


위의 말은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이 ‘알리바바’의 신유통전략을 보도하면서 한 말인데, 미국의 알리바바라니.. 자국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미국언론에서 한 말이라서 더 강력하게 울린다. ‘알리바바’는 지난 11월11일 광군제 하루 동안 일 매출 44조라는 기적 같은 기록을 남겼다. 44조라는 매출도 놀랍지만 사실 전세계인이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이러한 매출을 만들고 있는 전략 즉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알리바바’의 신유통전략이다. “순수 전자상거래 개념은 매우 빨리 사라질 것이다. 온.오프라인과 물류가 결합한 신유통의 개념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알리바바의 전 수장 마윈이 했던 말인데, 신유통전략의 핵심은 오프라인의 디지털화다. 온라인 기반이었던 기업에서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여, 온.오프 소비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 것이다. 


   

신유통전략이 가장 잘 반영된 매장은 디지털 신선식품매장 ‘허마셴셩’이다. 상품은 수산물과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언뜻 보면 일반 마트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트라기보다는 체험 공간에 가깝다. 구매과정을 들여다보면, 고객은 물건을 담을 필요 없이 제품의 QR코드를 스캔한 뒤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자동화 시스템으로 알아서 30분 내(반경 3km이내)에 집 앞으로 배달해준다. 특히 이 매장에서는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로만 결제가 이뤄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현금이나 카드만 있다면 구매할 수 없다. 또한, 얼굴인식 시스템을 이용해 결제할 수도 있다. 이처럼 매장의 편리한 구매 과정을 경험한 고객이라면, ‘알리바바’의 기술력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디지털 체험 외에 아날로그를 자극하는 체험도 충분하다.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인 제품 신선도를 눈으로 직접 확할 수 있으며, 고객이 고른 식재료를 완제품으로 파는 식사코너도 만날 수 있다. 점심이나 저녁시간에는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로 식탁이 모자랄 정도다. 2016년 상하이에 1호점을 낸 이후 불과 3년새 매장수는 15개 이상으로 불어났다. 허마셴셩 매장 주변은 허취팡(盒區房)이라 불리며 역세권처럼 집값이 치솟는다. 



2017년부터 운영된 '알리바바’의 무인편의점 ‘타오카페’도 무척 흥미롭다. 고객은 매장 입구에서 앱을 켜 QR코드를 찍고 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입장한 고객의 얼굴을 센서가 인식해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 계정과 연동해준다. 고객이 물건을 골라 담으면 센서가 상품을 식별해주고, 결제구역 검색대를 빠져만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는 완료된다. ‘알리바바’만의 셀프 감지 센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기술에 기반을 둬 점원이 없어도 쇼핑이 가능한 무인마트를 구현한 것이다.



 #
차원이 다른 ‘고객경험’을 제공한 알리바바

‘알리바바’의 신유통전략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고객경험’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알리바바’의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 온라인에서는 제공해주지 못하던 실체가 있는 경험이다. 신선한 제품을 눈으로 직접 보여주는 아날로그적 경험부터 AI, 생체인식, 무인시스템 등의 기술을 오프라인 매장에 접목한 디지털적 경험까지.. 알리바바가 창출하는 ‘고객경험’은 매우 특별하다. 특히 온.오프 경계를 넘나들며 쇼핑할 수 있는 경험은 고객에게 매장을 넘어 체험형 공간으로 느끼게 해준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요와 재고, 배송을 관리해줌으로써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편리함은 기본이다. 


기반이 온라인이었던 ‘알리바바’는 신유통전략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진출, 차원이 다른 고객경험을 제공하며 새로운 기업의 성장동력을 얻은 모양새다. ‘알리바바’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알리바바’ 외에도 온라인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온라인 기반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시야를 확장하는 현상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아마존고부터 무신사 테라스까지..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 경험을 설계하는 현상



1.  아마존 – ‘아마존고’ ‘아마존북스’ 

‘알리바바’의 기세에 눌린 감이 없지 않지만,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한 ‘아마존’은 오프라인 고객경험을 가장 선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기업이다. 계산대 없는 무인상점인 ‘아마존고’와 온라인 서점 같은 오프라인 서점 ‘아마존북스’가 대표적인 아마존의 오프라인 경험 전진기지다. ‘아마존고’는 2016년부터 소개영상이 공개되면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머신러닝, 인공지능, 센서 기술 등을 활용한 무인마트인데 앞서 소개했던 ‘알리바바’의 ‘타오카페’와 비슷하다. 다만, 2017년에 실제 매장을 오픈하겠다고 밝혔다가 기술적 한계 때문에 예정된 오픈이 미뤄졌고 작년 8월부터 시애틀을 시작으로 현재 미국 전역에서 1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마존은 2021년까지 최대 3천개 매장을 목표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북스’에 설계한 고객경험을 보면, 무척 정교하고 매력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존북스’는 온라인(아마존닷컴)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리뷰 1만 건 이상, 평점 4.8점(5.0 만점) 이상의 책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한다. 평점 4점 미만의 책은 진열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얻은 데이터로 흥미로운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가령, ‘킨들 사용자라면 3일 이내에 읽을 수 있는 책들’, ‘뉴욕에서 잘 팔리는 소설’, ‘고객리뷰 1만 건 이상 받은 책들’을 추천하는 식이다. 고객 입장에서 손길이 갈 법한 큐레이션이다. 또 최신 아마존 기기들인 ‘아마존 에코’ 등을 전시해 온라인 업체가 가질 수 없었던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존북스’가 만드는 고객경험은 온라인에서 모은 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며, ‘아마존’은 이 장점을 오프라인에서 매력적으로 잘 구현했다. 




2. 텐센트 - 이지 고(easy go)

사용자만 약 10억명에 달하는 중국의 카톡으로 잘 알려진 위챗(Wechat)을 보유한 IT공룡 텐센트도 무인시장에 진입했다. 텐센트는 17년 초, 광저우에 이지 고라는 편의점을 열었다. 출입문을 결제구역으로 설계한 최초의 편의점이었다. 모든 상품 안에는 RFID칩이 내정되어 있고 고객은 QR코드를 스캔해 상품을 선택한 뒤 가게를 벗어나면 위챗페이가 자동으로 계산하고 결제한다. 2017년 8월 30일 이지고는 2000만 위안(약 32억 3000만 원) 엔젤 라운드 투자를 받았고, 공동 창업자인 왕무무(王牧牧)는 이 자금으로 새로운 매장을 열고 기술을 향상시키며 데이터 백엔드를 구축하는 데 사용할 것 이라고 발표했다.




3. 무신사 - 무신사 테라스

올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온라인 공룡 '무신사'는 지난 8월 홍대 애경타워 건물에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테라스'를 오픈했다. 온라인 서비스에 주력했던 무신사가 이제 브랜드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소비자와 오프라인 릴레이션쉽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온라인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공간 체험’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매장은 필요하다"면서 "주요 거래는 온라인에서 이뤄지더라도 제품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을 갖추는 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O2O(online to offline)를 넘어 O4O(online for offline) 시대

‘아마존고’부터 '무신사 테라스’까지.. 위에 열거한 사례들의 공통점은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그 진출의 형태는 매장, 즉 플랫폼의 형태를 띠고 있고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경험하기 힘들었던 차원이 다른 고객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온라인에서 쌓은 노하우와 지위가 오프라인 경험 확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회자되고 있는 O4O와 맞닿는다. O4O란 온라인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고객 정보와 자산을 기반으로 오프라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여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O2O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주는 단순 중개업이었다면(배달의민족이나 카카오택시처럼), O4O는 중개를 넘어 오프라인 사업(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면서 시장 혁신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상승 중이라고는 해도, 아직 국내 쇼핑 시장에서 온라인 쇼핑은 21.4%만을 차지하고 있으니 오프라인에서 매출 모멘텀을 찾으려는 행동은 유의미하다.


다만, 이 글에서는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형태는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의 형태이며, 매출은 목적 중의 하나이고 고객경험이라는 더 큰 차원의 목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즉, 온라인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축적한 노하우, 지위를 활용해 고객경험 제공이라는 목적을 갖고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흐름 정도로 O4O를 해석하고자 한다.



#경험 불만족, "Z세대는 온라인 대신 오프라인을 즐긴다"

그렇다면 온라인 기업은 왜 오프라인을 통한 고객경험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최근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가 앞 세대보다 오히려 온라인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맥캔지는 Z세대가 넘쳐나는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스트레스때문에 기존 온라인이 제공하는 경험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온라인이 제공하는 경험은, 결국 간접경험이다. 누구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샀다가 실망하고 반품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양말 한 켤레를 구매하더라도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후기를 챙기는 등 구매 전에 상당한 고민의 과정을 거치는 게 디지털 소비자의 특성인데 단순 이미지나 영상으로는 제대로 된 제품 확인이 어렵다. 모니터에 따라 색상이 다를 수도 있고, 사이즈는 결국 입어야 확인이 되며, 질감도 만져봐야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온라인으로만 확인하고 주문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준다면, 향후 매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결국, 온라인은 간접경험이며, 온라인 경험은 구매의 확신을 제공하지 못한다. 반면에 오프라인 경험은 직접 만지고 입고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구매의 확신을 제공할 수 있다. 아직도 영상이나 이미지는 우리 눈의 망막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는 트렌드가 ‘쇼루밍’ ‘역쇼루밍’ 현상이다. ‘쇼루밍’ 현상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제품을 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현상을 말하며, ‘역쇼루밍’ 현상은 온라인에서 제품을 보고 오프라인에서 최종적으로 구매하는 현상을 말한다. 순서의 차이일 뿐, 두 현상 모두 온라인 경험으로는 부족하며 오프라인 경험이 필요함을 의미하며 온라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있어야 ‘쇼루밍’과 ‘역쇼루밍’을 대응할 수 있다. 고객들의 다양한 소비 패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오프라인 플랫폼은 필수다.


온라인의 경험 불만족 현상은 사람들이 팩트(FACT)를 찾는 현상과도 연결된다. 정보의 홍수라는 요즘, 과다한 정보로 인해 소비자는 점점 정보를 불신하게 되었고, 이제 팩트가 아니면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리뷰나 테스트, ASMR 등의 팩트형 콘텐트가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http://platum.kr/archives/79870 팩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글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앞서 설명했듯이, 온라인 경험은 간접경험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확신을 줄 수 없고 신뢰하기에는 부족한 경험이다. 그래서 실체가 있는 오프라인 경험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경험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제공할 때 소비자는 불신이 아닌 확신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방’이 아무리 디지털상에서 ‘허위매물’과 관련된 콘텐트를 보여주더라도 ‘다방 케어센터’라는 실체를 보여주는 것보다 강하진 않을 것이다. ‘야놀자’가 아무리 자신들의 인테리어 디자인 역량을 보여주고 싶더라도 실제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만큼 전달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은 직접 경험할 때 더 강하게 믿는다.


이처럼 온라인 기업이 온라인으로만 소비자와 소통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경험과 소통을 원하고 있다. “인간은 오감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는 육체적 존재다”라는 리테일 컨설턴트 ‘파코 언더힐’의 말처럼 소비자는 불편하더라도 모든 감각을 동원해 제품이나 서비스와 소통하길 원한다. ‘알리바바’나 ‘아마존’ 등의 시대에 발 빠른 기업들이 발 빠르게 오프라인 경험을 설계하고 있는 이유다. 



#차원이 다른 ‘고객경험’을 제공하여 온라인 기업이 얻는 건 ‘매출’과 ‘데이터’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에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얻는 것은 무엇일까? 브랜드 인지도 증가나 혁신적 기업 이미지 구축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 외에 실질적으로 얻게 되는 건 두 가지다. ‘매출’ 그리고 ‘데이터’다. 


1. 오프라인 경험이 만드는 ‘매출’

앞서 소개했던 알리바바의 ‘허마셴셩’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우선 매장 자체의 매출이 높다. ‘허마셴셩’ 매장의 단위 면적당 매출은 일반 슈퍼마켓의 3~5배에 달한다. 기존 마트가 제공하던 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니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매출만 느는 건 아니다. 오프라인 매장 덕분에 온라인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허마셴셩’의 호우이 CEO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질에 신뢰를 갖게 된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허마셴셩’의 고객 주문은 현재 50% 이상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고객경험이 온라인 매출까지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출하량 3위를 기록하며 반짝스타로 떠올랐던 ‘샤오미’는 자국 경쟁업체 ‘화웨이’나 신예 업체 ‘오포’, ‘비보’ 등에 밀려 5위권 밖으로 밀려났었다. 이러한 ‘샤오미’가 다시 살아난 이유는 온라인 중심(온라인 온리 전략)에서 벗어나 오프라인으로 채널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오프라인 스토어 ‘샤오미의 집’은 ‘샤오미’의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직영 매장이다. 이곳에는 주력제품인 스마트폰 외에 TV, 로봇청소기, 밥솥 등 가전제품,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체중계 등 생활용품, 액션카메라나 미밴드, 캐리어까지 다양한 ‘샤오미’의 제품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매장 한쪽에는 제품 수리를 해주는 서비스 센터도 있다. ‘샤오미의 집’의 한 매장 당 월평균 매출은 519만 위안(약 8억7천만 원)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16년에 첫 매장을 연 이후 현재까지 중국 전역에 1,000여개가 넘는 매장을 열었다.


이처럼 ‘샤오미의 집’이 엄청난 매출을 만들 수 있던 비결은 ‘샤오미’만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집’을 두고 중국에서는 ‘성인들이 방문하는 사탕가게’라 평한다고 한다. 들어가면 각양각색의 흥미로운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매달 제품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대형 박물관의 큐레이팅을 연상케 한다. 아울러 소비하기에 과하지 않은 가격이기 때문에 ‘지름신’도 유발한다는 장점이 있다. 한 제품에 관심이 있어 방문하게 되더라도 자연스레 ‘샤오미’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고 추가적인 매출까지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에게 직접 경험을 통한 ‘구매의 확신’을 제공하며 ‘우연’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유발하여 기존에 계획하지 않은 새로운 매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이유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의 단기적인 매출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매출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데, 미국의 백화점 체인 브랜드 ‘콜스(Kohl’s)’의 사례를 보면 오프라인 18개 매장을 폐쇄한 후 온라인 판매가 10%로 감소했다고 한다. 눈에 보여야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구매가 일어나는 것이다. 콜스는 온라인 매출을 위해 당분간 매장 수를 줄이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에 대한 경험을 통한 호감도 상승으로 장기적인 매출 기여도 예상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고객경험을 설계한다면 충분히 매출을 만들 수 있다.
 
 

2.  오프라인 경험이 만드는 ‘데이터’

디지털 시대에 데이터 수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알리바바’나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집할 데이터가 얼마나 가치 있을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알리바바’는 자신들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행위를 한 고객들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고객의 소비패턴을 추적한다. 예를 들어 ‘타오카페’의 경우, 매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는 고객이 어떤 상품 앞에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렀는지, 몇 시에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등을 파악해 고객의 소비 취향을 분석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얻게 되는 데이터는 실제 고객의 라이프가 담긴 데이터이기 때문에 돈 주고 살 수 없는 가치 있는 데이터다. 고객이 어떤 경험을 선호하고 반응하는지, 구매과정에서의 디테일한 정보 등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비즈니스 전반에 적용 및 활용한다면, 그 활용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더 나아가 데이터는 온라인, 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할 때 궁극적인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온라인 기업의 오프라인 데이터 수집은 더욱 가치가 있다.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 경험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첫째, 경험의 차별화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과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는 수준으로는 고객의 방문을 유도하기 어렵다. 공간의 컨셉이나 디자인, 디지털 기술의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험의 차별화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온라인 기업의 정체성을 강화해 줄 것이며 불편했던 아날로그 경험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브랜드는 언택트(untact) 기술이나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er), 모바일 결제 등의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경험 설계에 적용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에서 부족한 경험을 어떻게 채워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병행되어야 한다. 경험의 혁신 없이는 누구라도 오프라인에서 성과를 내긴 어렵다.


둘째,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O4O의 탄생 목적은 새로운 수익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온라인 기업은 오프라인 경험을 설계할 때, 어떻게 수익 창출을 할 것인지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허마셴셩’이나 ‘아마존북스’ 등이 매장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온라인 기업에는 수익을 만들어 줄 오프라인 플랫폼이 필요하다.


셋째, 온라인 경험의 오프라인 적용

‘아마존북스’처럼 온라인에서 브랜드가 제공했던 긍정적 경험을 오프라인에서도 적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온.오프라인의 경험 연계를 통해 브랜드의 경험을 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소비자에게 충분히 학습된 온라인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이동시킴으로써 브랜드는 경험설계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세 가지 모두, 결국 소비자에게 멋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오프라인에서 펼쳐질 고객경험 전쟁

물론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기존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 안테나숍이나 가이드숍 등의 ‘마케팅 채널’로 바라보았다면, 이제 새로운 매출이 만들어지고 사업 성장을 위한 데이터가 축적되며 무엇보다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채널’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정리하면, 장단기적으로 브랜드의 복합적인 목적이 담긴 ‘비즈니스 플랫폼’(신성장동력)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가지 우려되는 건, 제대로 된 경험설계 없이 섣불리 오프라인 진출을 하면 자칫 온라인에서 쌓은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매장임대료부터 인건비 등 투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더욱 시간을 들여 충분히 정보를 수집하고 준비해야 하며, 충분한 준비를 거친 오프라인 매장만이 브랜드에 새로운 성장동력과 매출을 제공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온라인에 묶이면 묶일수록, 오프라인 경험은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사람은 경험을 추구하는 존재인데 그 경험을 온라인이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지만, 아날로그의 매력에 사람들이 다시 빠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세계의 PK마트나 스타필드처럼, 온라인 기반 기업 외에 오프라인 기반의 기업들도 오프라인에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소비자가 오프라인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더는 온.오프라인을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누가 소비자에게 더 편리한, 더 매력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오프라인에서 펼쳐질 고객경험 전쟁이 무척 기대된다.


작가의 이전글 이케아, 움프쿠아은행, 모나미, 파타고니아의 롱런 비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