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을 파는 사람 Nov 18. 2019

와디즈는 어떻게 위기를 대처할까

조작에 민감한 요즘, 와디즈가 직면한 위기의 순간


#국내에도 누적 펀딩금액이 1,000억을 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등장

2년 전,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 후원을 받기 위해 아이템을 준비하던 스타트업의 지인이 있었다. 당시 처음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업계의 규모가 굉장히 커서 놀랐었다. 특히 자금이 없는 창작자가 작품을 소개하고 이를 불특정 다수가 후원한다는 구조에 호감이 갔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돈은 없는 수많은 미래의 CEO들에게는 큰 가능성을 주는 모델이라고 생각되었고 사회를 선순환시키는 긍정적 소비 모델이라는 생각에 국내도 빠르게 발전하기를 기대했다. 



올해 초, 국내에도 누적 펀딩금액이 1,000억을 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탄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인공은 와디즈였다. 와디즈는 국내 No.1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2016년 106억에서 2018년 601억까지 해마다 수배 성장했다. 와디즈의 성장세는 국내에도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정부는 제도를 신설해 자금 조달 창구를 열어줬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코넥스 기업에 크라우드 펀딩 공모를 허용하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될성부른 스타트업에 자금 창구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산업을 육성한 것이다. 항상 시대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구박받던 정부가 나름은 빠르게 대응했던 케이스다.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하여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는 업체들의 뉴스도 쉽사리 만나볼 수 있었다. 수제 자동차부터 로봇을 이용한 도색 업체, 세탁 주문 중개 플랫폼, 프리미엄 주스 온라인 배달 등 다양한 산업의 아이디어가 와디즈에 몰렸다. 필자도 와디즈의 팬이었고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대형 악재가 터진, 와디즈

유튜브에서 '와디즈' 검색 시 노출 화면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요즘, 와디즈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유튜브에 와디즈를 검색하면 상단에 뜨는 콘텐트들은 '와디즈 사기'다. 사망여우라는 유튜버가 최근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던 다모칫솔 사례를 들며, 와디즈의 문제점을 폭로한 영상인데 하루 만에 조회수가 18만을 넘어가고 있다. 바른리빙이라는 업체에서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인 '다모칫솔'은 "0.001mm로(소비자가 의문을 제기하자 0.003mm로 수정) 솜털처럼 부드러운 극강 미세모를 무려 만오천 개나 빽빽하게 들어 있거든요. 자극 없는 착한 양치의 시작, 다모칫솔"이라는 홍보문구로 기존 칫솔보다 월등히 좋은 상품성을 보유한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모칫솔이라는 제품이 중국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뿐 아니라, 이미 국내에서도 쇼핑몰 등을 통해 유통 중이라는 것이다. 


와디즈 페이지에 올라온, 바른리빙 대표의 사과문


투자자들은 격분했고 현재 '다모칫솔'의 펀딩은 종료된 상태이며, 바른리빙의 대표가 사과문을 올리고 그 다음으로 와디즈에서도 사과문을 올린 상태다.사과문을 읽어보면, 해명 내용이 신뢰가지 않는 부분이 꽤 많다. 특히 다른 플랫폼에서 이미 제품을 파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인정했는데,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와디즈 투자를 중단하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사실, 다모칫솔 사건 외에도 탄수화물을 줄여주는 밥솥인 다미쿡이나 일러소리의 빔 프로젝트 역시 중국 쇼핑몰 등에서 브랜드만 바꿔 판매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일이 계속된다는 것은 분명 와디즈의 사전 제품 검증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와디즈 정도의 규모의 회사라면 더더욱 펀딩 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와디즈가 눈감아준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들 수 있는 상황이다.



#와디즈의 소비자 특성 상, 더 심각할 수 있다

사건이 점차 번지다보니, 와디즈라는 플랫폼, 브랜드의 신뢰도에 큰 흠집이 생기고 있다. 와디즈의 유튜브에는 이미 와디즈의 신뢰도에 의문을 표하는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와디즈는 일반 커머스와는 태생이 다른 '투자 플랫폼'이다. 와디즈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각광을 받은 건, 가치소비 성향과 맞닿는다. 크라우드 펀딩은 소비자 자신의 가치나 취향과 맞는 제품,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새로운 소비 행태다. 조금 기다리더라도 조금 불편하더라도 소비자는 감수한다. 일반적으로 제품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기준인 가성비나 브랜드를 보기 보다, 아이디어나 성장 가능성 등 미래 가치에 투자를 한다는 개념이다. 투자라는 행위 속에 투자했던 제품/서비스와 깊은 릴레이션십을 느끼는 것이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의 특징이다. 새롭게 돋아나는 새싹에 본인이 물을 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와디즈 홈페이지 메인 "누구나 당당한 스타트업/콘텐츠 투자 플랫폼"


이러한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의 입장에서 펀딩하는 제품의 공정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 요소다.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투자한 대상이 알고보니 거짓이었다? 와디즈의 고객은 배신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반 커머스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면, 와디즈만큼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투자 플랫폼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조작에 더 민감한 요즘



우리는 디지털의 시대에 유튜브 영상 하나가 얼마나 많이 공유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아직은 언론에서도 주요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더 이슈가 확산될 것이다. 최근 한국을 뒤흔든 엠넷의 프로듀스 조작 파문도 처음에 인터넷에 올렸던 수학적 데이터가 출발점이 되어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되는 상황을 몰고왔다. 최근 여러 제보로 조작 의혹이 불거진 50여년 전통의 미슐랭 가이드도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조작에 민감하고 조작의 팩트가 손쉽게 공유되는 시대의 중심에 와디즈가 놓이게 된 것이다.



#중요한 건, 실수 이후의 대처다

필자는 와디즈가 이러한 위기의 시점에서 어떻게 대처할 지 무척 궁금하다. 사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위기 상황은 쉽게 만날 수 있다. 아직 성장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수나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그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1) 킥스타터

"킥스타터는 온라인 스토어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전세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No.1 '킥스타터'도 비슷한 사건을 겪었다. 판매자가 사기를 쳤던 것인데, 일본의 최고급 소고기 와규로 육포를 만든다고 하여 12만 달러 가량을 모았다가 미심쩍게 여기던 몇몇 사람들이 조사한 결과 페이지에 올려진 정보가 위조됐다는 것이 폭로되어 프로젝트가 중단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원래 의도에 어긋나는 펀딩 사례가 발생하니, 킥스타터는 정책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본인들은 온라인 스토어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후원자를 모을 때 프로젝트 어느 단계인지, 생산 가능한지 혹은 실험 단계인지, 그렇다면 어떠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등을 확실히 명시하도록 바꾸었다. 또한 프로토타입이나 목업이 없는 제품은 랜더링 이미지로만 등록할 수 없게 하는 등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얻었다.




2) 무신사

무신사 사과문


최근에는 무신사가 진정성있는 사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케이스가 있다. 박종열 열사 고문치사사건을 희화화한 SNS광고로 논란이 있었는데,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에 방문해 사과하고 담당직원을 경계했다. 또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현대사와 민주화 운동 교육을 실시했다. 무신사의 이런 대처에 소비자는 마음이 누그러졌고 오히려 호감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3) 배달의 민족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례도 있었다. 배달의 민족 사례인데, 15년에 배달의민족은 배달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배달앱 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수익성은 낮은 상황에서 결제 수수료로 인해 소상공인을 착취한다는 부정적 여론까지 겪으며 큰 위기에 봉착했던 것이다. 그 때 배달의 민족은 ‘결제 수수료 0%’ 정책을 깜짝 발표했다. 이는 가맹점주와 상생하겠다는 배달의민족의 브랜드 가치를 지킨 결정으로써, 눈앞의 수수료 이익보다는 미래의 브랜드 가치를 염두해둔 결정이었다. 이 결정으로 여론은 돌아섰고, 결정 자체가 상당한 홍보거리가 되었다. 




#와디즈의 위기 대처 능력을 기대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게 제일 중요한 건, 투자의 공정성 확보이다. 그래야 판매자도, 소비자도 안심하고 자신의 능력을, 자신의 돈을 투자할 수 있다. 분명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실수 이후의 대처다. 임블리처럼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지 말고, 와디즈를 성장시켰던 와디즈의 가치에 다시 집중한다면 분명 위기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와디즈의 위기 대처 사례를 공부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마케팅은 어떠한 감정을 유발하고 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