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광고 소재로 다수의 대중을 사로잡으려는 시도는 이제 그만.
저비용고효율 마케팅을 원하시는 스타트업 마케터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어보실 수 있는 마케팅 방식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다만, 높은 노력이 필요하니.. 야근이 과다한 마케터분이시라면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길 추천드린다.
웬만하면 옥외광고에 눈길을 주지 않는 편인데, 우연히 길을 걷던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광고가 있었다. 바로 배달의 민족의 초정밀 타겟팅 광고였다. 동 이름이 나오면서 “부럽다 OO동, OO맛집이 있어서!”라는 내용의 광고였다. 내가 사는 동 이름이 나오기에 자연스럽게 눈이 갔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맛집이었지만 한번 시켜먹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냉정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아이디어가 담긴 크리에이티브 광고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체가 새로웠던 것도 아니다. 단순히 지역에 맞는 동 이름만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관심이 갔을까? 그건 마케팅 트랜드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타겟팅 광고의 중요성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광고 역시 변화의 물결을 타게 된다. 기존에 대중들의 정보습득 매체는 TV나 신문, 라디오 등의 ATL 매체들이 유일했기 때문에 ATL에만 광고를 노출하면 됐다. 그러나 미디어도 디지털 化되면서 다양한 인터넷 언론의 등장, 동영상 플랫폼(유투브, SMR), 포털(네이버, 다음), SNS 기반의 매체(인사이트, 위키트리 등), 1인 크리에이터 등 대중들이 정보를 습득할 수 창구가 절대적으로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매체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고, 수많은 매체 중에서 소비자를 타겟팅 할 수 있어 효율적인 타겟팅 광고가 주목받게 되었다.
인터넷 서핑 중에 검색했던 키워드들을 분석하여 배너 광고로 노출시키는 구글의 GDN(Google Display Network) 광고가 대표적인 온라인 타겟팅 광고이다. 유투브에서도 유저의 관심사를 분석하여 원하는 관심사를 가진 타겟에게만 영상을 노출할 수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기반으로 접근하는 타겟팅 광고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하나의 광고 소재로 다수의 대중을 사로잡으려던 시도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스킵버튼을 기다리는 소비자자들의 '광고회피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타겟팅 광고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는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고 매체를 아무리 타겟팅하더라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는 역부족이다. 광고 지면에 노출되는 소재가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가 부족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메시지 자체가 타겟팅이 안 되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네이버 배너 광고를 떠올려본다면, 1시간 동안 하나의 광고 소재로 다수의 대중을 설득하고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소비자에게 단 하나의 메시지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그래서 내가 관심 있던 제품이 배너로 노출되더라도 내가 아닌 다수를 향한 일반적인 메시지이기 때문에 보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교한 타겟팅으로 관심사에 딱 맞는 소비자에게 광고를 노출한다고 하더라도, 이 광고가 매력적이지 않아서 보지 않으면 그 광고는 그것으로 생명력이 없는 것이다. 요즘 같이 미디어의 권력이 소비자에게 넘어간 시점에서는 더욱 이러한 부분에 주목하게 된다.
요즘처럼 개인의 취향,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도 없다. 예전에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대다수의 소비자가 설득될 수 있었다면, 이제 개인마다 다른 취향을 존중하여 개인에 맞는 커스텀마이징된 광고를 제안해야 한다. 사람의 성향이 너무도 다양한데 한편의 광고만을 만들어 소비자를 설득하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메체 타겟팅을 넘어 메시지 타겟팅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집행할 매체에 딱 맞는 메시지를 노출하는 시도도 있었다. 영화관 광고 중, 버거킹에서 “영화 끝나면 통새우 와퍼 맛보세요”라는 카피를 통해 매체 타겟팅을 진행한 경우나 유투브 광고 중 “5초 이내에 스킵하지 마세요”라는 광고도 매체 타겟팅으로 유명한 사례들이다. 이 또한 잠깐의 흥미는 유도하겠지만, 소비자와 브랜드를 메시지로 연결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매체 타겟팅을 넘어,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해주기 위해 메시지 자체를 초정밀로 타겟팅하는 시도가 초정밀 마케팅의 발현이었다.
초정밀 마케팅이란 대중이 아닌 개인이나 집단을 겨냥한 세분화된 메시지 전달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메시지가 다수를 향하지 않고 소수를 향하기 때문에 소수에 해당하는 소비자라면 공감유도가 되고 높은 주목도를 보이게 된다.
초정밀 마케팅은 목표 타겟을 정확히 타겟팅한 후, 타겟에게 노출될 수 있는 맞춤형 매체를 선정하여 광고메시지를 노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포인트다. 앞서 소개했던 배달의 민족 사례를 보면, ‘동’이라는 지역 거주민을 타겟팅하여 지역별 구분이 가능한 버스쉘터 매체에 지역의 맛집을 소개해주는 메시지를 결합해 주목도를 높인 케이스다.
이 외에도 초정밀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들은 많다.
Case2. 야놀자)
숙박앱 야놀자에서 지난여름 버스 외부광고를 통해 초정밀 마케팅을 보여줬다. 당시 유행하던 아재개그를 활용하여, “방은 없고 어떡하남?” “방 없대, 우리 어떡해운대!” 등의 지역 타겟팅 광고를 집행했다. 버스 노선을 분석하여, 해당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을 타겟팅한 초정밀 광고다.
Case3. 플리토)
필자가 직접 진행했던, 집단지성 번역앱 플리토의 사례도 대학생을 타겟으로한 초정밀 마케팅으로 상당한 홍보 효과를 거두었다. 우선 매체부터 대학생 타겟접점 매체들을 공략하였다. 대학생들이 TV는 안 봐도 학교는 가기 때문에 대학교 내부의 다양한 요소들을 매체로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정문에 있는 현수막부터 교내 곳곳에 이/T는 게시판의 대자보, 수업 듣는 건물 앞에서 배포하는 대학내일 잡지,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 가면 만나게 되는 북스틱(책갈피), 공부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가게 되는 교내식당의 냅킨, 휴식시간에 찾는 교내카페의 컵홀더, 통학할 때 만나게 되는 버스쉘터까지.. 대학생들의 접점을 분석하여 그 접점마다 플리토의 광고를 노출한 것
이다.
물론 노출한 광고의 메시지는 초정밀이었다. 대학생들의 애교심이라는 심리코드를 활용하여, 대학교마다 메시지를 다르게 작성하였다. 예를 들어 중앙대는 ‘번역 앱 플리토를 향한 뜨거운 관심에 청룡탕도 부글부글’이라는 광고를 집행했는데, 이는 중앙대의 상징인 청룡을 활용한 문구로서 중앙대 학생이라서 알 수 있는 카피였다. 이 외에도 언덕이 높기로 유명하다는 상명대에는 ‘상명대 언덕만큼 High 클래스 번역을 자랑하는 번역 앱 플리토’라는 메시지를 집행했다.
이처럼 전국 100여 개의 대학교마다 각기 다른 카피로 광고를 집행하였고, 대학생들의 신청이 많아 추가로 100개 학교에 2차 부착을 진행하였다. 집행 전과 후에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비교해보았는데, 집행 전보다 후에 브랜드 인지도가 약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Case4. 알리바바)
초정밀 메시지를 사람이 하면 소요되는 시간이 많지만, 이를 AI(인공지능)가 자동으로 해준다면 획기적으로 시간이 단축될 것이다. 실제로 초정밀 메시지를 AI로 진행한 사례가 있다.
작년 중국 광군제 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바는 알리바바의 자체 개발 AI '루반'을 통해 4억개의 배너를 각기 다르게 만들었고 이를 실제 광고로 집행했다. 타오바바 유저들은 접속할 때마다 매번 다른 디자인과 메시지의 배너가, 물론 유저마다도 각기 다른 배너가 노출되었다. 당시 루반이 디자인한 배너는 1.7억개에 달하며 만약 사람이 디자인했다면 1개당 20분으로 계산할 경우 100명이 300년간 작업해야 하는 분량이라고 한다. 루반은 100만명 이상의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응용하면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창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1억개 이상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실제 루반이 디자인한 배너가 도입된 이후 상품 클릭률은 100%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 정도의 AI를 가질 수 있는 브랜드가 많지 않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사람은 쨉도 안되어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AI가 인간만의 센스나 공감유도능력이 높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루반이 만든 배너의 메시지는 앞서 플리토처럼 인사이트를 뽑아낸 메시지라기 보다는 단순 제품 홍보문구의 차별화 정도였다.
아직까지는 인간만이 타겟팅할 수 있는 메시지의 매력이 존재해보인다.
(알리바바의 사례를 제외하고)
앞선 배달의 민족, 야놀자, 플리토의 사례를 통해 초정밀 마케팅의 법칙 3가지를 정리해보면,
1. 적절한 타겟의 분류
타겟을 분류할 때, 분류된 타겟군에 타겟이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한 매체도 분류될 수 있어야 하는데 플리토의 사례를 보면, 대학교는 대학 별로 매체집행이 가능하다는 점과 애교심이 타겟에게 존재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2. 타겟의 공감을 유도하는 초정밀 메시지
초정밀 마케팅도 초반에는 단순한 말장난(아재개그)에서 출발한 메시지가 많았는데, 앞서 소개한 중앙대생이어야 이해할 수 있었던 카피처럼 이제는 타겟을 연구하여 공감유도가 가능한 초정밀 메시지가 필요하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더 다가오려고 노력하는 메시지에 더 끌리기 때문이다.
3.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끈기
메시지 1개를 만드는 것보다 100개를 만드는 게 당연히 손이 많이 간다. 초정밀 마케팅은 영상이나 배너를 만들어 매체에 집행하는 기존 광고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이다. 타겟팅이 가능한 매체도 외부 BTL 매체들이 많아 실제 집행하는데 고생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아무리 번뜩이는 초정밀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끈기가 없다면 소용없는 마케팅 방식이다.
초정밀 마케팅에 대해서…
잘 만든 영상 하나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소비자 한명 한명을 집중적으로 타겟팅하는 초정밀 마케팅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대안이 될 것이다. 손은 많이 가더라도 영상광고 제작 및 매체 집행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게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만큼, 스타트업 마케터분들에게 매력적인 마케팅 기법이라고 생각된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마케팅을 계획 중이라면 초정밀 마케팅 기법을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