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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을 파는 사람 Jan 02. 2022

광고기획자 하길 정말 잘했어

8년 동안 광고기획자로 일하며 느낀 장점 7가지

하쿠호도제일을 시작으로, 넥스트라운드, 그룹아이디디, 그리고 이노션까지.. 8년이란 적다면 적은, 길다면 긴 시간동안 광고기획자로 일하며 광고기획자가 된 것을 한 번도 후회한적이 없다. "광고하는 친구랑은 평일에 약속잡으면 안돼"라는 말처럼 야근이 많으며, (광고주를 잘못 만나면) 매일같이 광고주에 시달리며,  A to Z까지 다 해야되는 극한직업이라는 등 다양한 단점들이 있지만, 이를 상쇄할만큼 광고기획자 직무의 매력은 달다. 마케터로 직무를 전환하면서 이전 광고기획자의 삶을 돌이켜보니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이 떠올랐으며, 이를 공유하는 게 향후 광고기획자를 고려하는 분들에게 도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광고기획자가 무슨 일을 하는 지는 인터넷에 검색해도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지니, 나는 업무관점에서 장점 위주로 내용을 채워보겠다. (광고기획자이자 광고인의 장점일 수도 있겠다)





첫 번째, 평생 연애하는 사람

선배들에게 들었던 광고기획자의 장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점은, 광고인은 평생 연애하면서 일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마케터는 하나의 브랜드를 담당한다. 특정 브랜드와 결혼한 사람이다. 그러나 광고기획자는 매번 담당 브랜드가 바뀐다. 여름에는 스마트폰 브랜드를 담당했다가 가을에는 커머스 플랫폼 브랜드를 담당하는게 광고기획자다. 그래서 광고기획자를 '브랜드를 바꿔가며 연애하는 사람'이라고 비유한다. (에이전시 업의 공통점일 듯 싶다) 연애 상대(=브랜드)를 바꿔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자극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나도 특정 브랜드가 지겨워질 때 즈음, 새로운 카테고리의 브랜드를 담당하면서 동기부여가 되어 업무를 즐긴 적이 많다.


마케터의 매력이 한 브랜드를 담당하며 해당 업을 깊이있게 파고들고 그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몸소 경험하는 것이라면, 광고기획자의 매력은 다소 다르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자동차부터 카메라, 건강음료까지.. 매일 매일, 다양한 카테고리를 경험하고 다양한 브랜드의 마케팅 문제를 해결한다. 깊이 파고드는 게 브랜드 마케터라면, 넓게 경험하는 게 광고기획자다. (개인적으로는 넓게 경험했으니 이젠 하나에 깊이 파고 들어보고 싶었다)


광고기획자가 평생 연애하듯 여러 카테고리를 두루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장점이 있을까? 혁신이 새로운 문화나 개념 간 융합으로 만들어지듯, 여러 산업의 관점을 경험하는 것은 통섭적 사고에 유리하다. 그래서일까? 광고회사에 일을 맡기면, 그동안 마케터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는 광고기획자가 타 카테고리의 접근법을 대입하는 등의 통섭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광고회사에서 PO(Product Owner), PM(Product Manger)의 역할을 하는 사람

요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 프로덕트의 개발 및 운영 등 프로덕트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담당하고 관리하며 책임지는 사람인 PO가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PO 영입 전쟁 중'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다. PO처럼 프로젝트 전반을 리딩하며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구성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리드하는 프로젝트 메니징의 역할, 프로듀싱의 경험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IT 회사의 PO와는 다루는 업무 영역은 다르지만(Product이 아니라 Project의 Manager이지만), 광고회사에서 이 역할을 하는 직무가 있다면 바로 광고기획자다. 광고기획자는 광고 업무의 다방면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존재이자 광고회사 업무를 실질적으로 리딩하는 존재다. 전략수립부터 스태핑, 스케줄, 예산, 그리고 광고주 커뮤니케이션 등 광고제작 업무 전반을 리딩한다. 제작팀, 미디어팀, 프로모션팀 등을 이끌어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컨트롤하고 프로듀싱하는 것도 광고기획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IT회사의 꽃이 PO라면, 광고회사의 꽃은 광고기획자라고 생각한다. 광고기획자는 마음만 먹으면, 광고 제작에 있어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제작물에 관여하고 싶다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류하며 자신의 생각을 반영시킬 수 있을 것이며, 프로모션도 자신이 세운 전략 방향에 맞는 아이템을 진행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직무다. 즉, 프로젝트의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광고기획자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제작(크리에이티브를 담당하는 CD, 카피라이터, 아트디렉터 등)이 광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광고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면, 광고기획자는 광고 업무 자체를 진행케 하는 '가장 필요한 존재'이지 않을까?


세 번째, 소비자만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마케터의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가로 막는 장애물은 늘상 내부에 있기 마련이다. 내부에서 세운 중요 목표는 마케터가 추구하는 '브랜딩'이나 '콘텐츠'적인 목표가 아닌, 영업적 목표에 가까울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기업 내에서 '브랜딩'이나 '콘텐츠'는 '영업' '매출'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존이 먼저니까) 물론 마케터도 기업의 일원으로 기업 전체의 성장과 목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의 목표를 고려하여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이와 달리 광고기획자는 광고라는 결과물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 광고 그 자체의 결과물에 집중하여 일한다. 마케터처럼 기업 전체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에서 좀 더 자유롭다. 그래서 광고기획자는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생각을 집중할 수 있는 직무다. 기업이나 제품 관점에서 보다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며 광고기획자의 최우선 과제는 '소비자가 좋아하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그래서 광고회사에서 일하면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더 가깝게 일할 수 있다. 나는 광고회사에서 일할 때면 "요즘 소비자가 좋아해요"라는 핑계?와 함께 내가 해보고 싶은 콘텐츠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다. 특히 '소비자가 좋아하는 아이디어'이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내가 납득되며, 해보고 싶은 아이디어일 확률이 높았다. 기업이나 제품 관점이 지나치게 담기게 되면, 다소 이해되지 않지만 해야 하는 아이디어일 확률이 높은데 말이다.


광고회사가 광고주에게 광고를 제안하면(보통 복수의 안을 제안한다), 광고기획자는 소비자의 흥미를 유도하는 안을 선호하고, 마케터는 덜 흥미롭더라도 우리 제품의 장점을 더 잘 설명하는 안을 선호하는 것도 위에 서술한 것처럼 두 직무의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제품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는 마케터와 마케터보다 좀 더 자유롭게 소비자 지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광고기획자의 배경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같은 광고 제작 프로젝트가 있더라도, 마케터의 KPI는 광고를 통한 유입량 등 직접적인 매출 기여의 측면이 제일 중요한 반면에 광고기획자의 KPI는 직접적인 매출 기여 외에도 광고 제작물의 퀄리티, 대중 반응, 광고주 케어 등 여러 방면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더 공격적으로 소비자 지향적인 콘텐츠를 추구할 수 있다. 


소비자를 무기로 일해보고 싶다면, 광고기획자를 추천한다. 


네 번째, 나이가 들어도 트렌디함을 갖추어야 하는 사람

두 번째와 연결되는데, 소비자 지향적인 콘텐츠를 추구하는 사람이다보니 최신 트렌드를 누구보다 잘 읽고 있어야 한다. 특히 대부분의 메인 마케팅 타겟이 소비력이 우수하며, 트렌드를 이끄는 2030 세대이기 때문에 40대를 넘어선 광고기획자라고 할 지라도 유행하는 콘텐츠, 소비자 트렌드 코드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행여나 광고주보다 트렌드에 느리다면, 광고회사의 가장 큰 무기인 '소비자'를 무기로 광고주를 설득할 수 없다. 괜히 매년 말 발행되는 트렌드코리아가 광고인들 책상마다 꽂혀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일까? (운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났던 선배들 대부분은 나이가 들어도 트렌디했다. 옷 입는 것부터 소비하는 콘텐츠 등이 꽤 젊었다. 정확히는 트렌디했다기 보다는, 트렌디하기 위해 노력했다. 본인이 트렌드를 잘 모르더라도,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젊은 세대들의 화법, 사고방식들을 이해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선배들이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일할 때 세대 차이가 덜 난다고 느꼈다. 대학생 때 상상했던 부장님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후배는 선배를 보면서 미래의 자기 모습을 예상하곤 한다. 그 모습이 답답하고 숨막히면,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내 선배들을 보며, 미래의 내 모습이 꽤 매력적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젊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 트렌디함을 갖추려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 바로 광고회사다.


다섯 번재, 아이디어 앞에서 모두가 평등한 사람

광고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해서 처음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회의에 참석했을 때, 팀장님부터 차장, 대리님이 모두 내 아이디어를 경청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니어일 때부터 내 아이디어가 종종 선정되었고, 나는 뿌듯함을 느끼며 일에 동기부여를 얻곤 했다. 실제로 광고회사에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사람은 사원, 대리급의 주니어들이다. 아무래도 가장 트렌디하며, 편견없이 신선한 관점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디벨롭해주는 건, 시니어였다. 회의할 때 트렌디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젊은 세대에 맡겨두고, 본인은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살려주고 발전시켜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점점 나이가 들면,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에서 아이디어를 알아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광고회사에서는 아이디어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 직급이나 이름은 중요치 않다. 시니어들은 좋은 아이디어의 씨앗이 주니어들에게 나온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주니어 아이디어는 얕다고 무시하며, 본인 아이디어만 좋다고 하는 시니어도 간혹 있긴 하다) 아이디어로 승부하게 되는 직무라는 점에서 다른 직무보다 주니어부터 '일에 내가 기여하는 정도'가 큰 직무가 광고기획자다. 


여섯 번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는 사람

우리가 살면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필요한 능력이 있다면, 그건 문제해결 능력일 것이다. 우리가 하는 대다수의 일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광고기획자는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한다. 별 매력없어 보이는 물건을 팔기 위해 무슨 광고를 만들어야 하는지, SNS 채널의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어떤 콘텐츠가 필요할 지, 수많은 제품 장점 중 소비자가 좋아할 장점이 무엇인지 찾는 일까지 광고기획자는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한다. 광고주가 던지는 문제는 정말 어렵기도, 터무니없기도, 때론 단순하기도 하다. 수없이 다양한 문제들에 단련되어온 광고기획자라면 어떤 문제를 만나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문제해결에서 더 나아가, 누군가를 설득하는 능력, 누군가를 이해하는 능력,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능력, 그 생각을 실현하는 능력 등 광고일을 하면 저절로 생기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능력들은 어떤 일을 하든 유용할 인생 실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광고 일을 했다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 해결해나갈 수 수 있지 않을까? (소속감에서 오는 지나친 자신감일지도 모른다^^;)


일곱 번째, 한 편의 쇼를 펼치는 사람

광고기획자를 하면서 가장 긴장되고 설레였던 순간은 프레젠테이션 PT를 하는 순간이었다. 광고주 앞에서 그 동안 준비한 전략 및 아이디어를 펼칠 때 그 긴장감, 그리고 PT가 끝나고 광고주에게 긍정 반응을 받았을 때의 그 쾌감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흔히 광고회사의 꽃을 경쟁PT라고 한다. 수십억의 광고비를 갖고 복수의 광고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점에서 경쟁사회의 끝판왕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광고회사는 한 번의 PT를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광고기획팀부터 제작팀, 미디어팀 등 모든 유관부서들이 총 출동하여 광고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노력의 결과물을 PT로 전달하는 사람이 바로 광고기획자(광고기획자 중에서도 PM이 대부분 PT를 한다)다. 준비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잘 알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하다. 그래서 광고기획자는 한 번의 PT를 위해 프레젠테이션 장표 한 장 한 장에 애정을 쏟는다. 장표의 순서도 바꿔보고, 논리도 바꿔보는 등 끊임없이 수정 작업을 거친다. 


개인적으로 광고회사의 프레젠테이션을 한 편의 쇼라고 생각한다. 결국 프레젠테이션은 사람(광고주)을 설득하기 위한 행위이며, 주어진 시간 동안(보통 30~40분) 어떤 내용 구성으로 광고주를 설득할 지 고민하여 '한 편의 쇼'를 보여주는 행위이다. 기승전결을 갖추어 차근차근 내용을 보여준다거나 혹은 더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앞 부분에 중요한 화두를 터트린다거나,, 한 편의 쇼를 구성하고 연출하는 건 오롯이 광고기획자의 몫이다. 주어진 시간을 어떤 내용을 넣어서 전개시킬 지는 광고기획자의 머리 속에서 구성된다. 나중에라도 광고기획자가 그리워진다면, 이 쇼를 못하는 것에서 그리움이 생길 것 같다.




광고기획자의 장점을 일곱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순전히 개인적 경험으로 느꼈던 바를 정리한 장점이라서 실제 모든 광고기획자가 이러한 장점을 누린다고는 말 못하겠다. 개인마다,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생각한 장점이 타인에게는 단점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최소한 광고기획자는 여러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력적인 직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너무 긍정적으로 작성한 것 같다는 우려도 마음 속 한켠에 있지만, 그만큼 광고기획자 경험이 나아게는 꽤 괜찮았다. 최소한 나에게 있어 광고기획자는 매일매일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날 수 있으며, PO처럼 프로젝트를 리딩할 수 있으며, 항상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할 수 있는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광고기획자 하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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