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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을 파는 사람 Jan 08. 2022

브랜드 마케터와 광고기획자의 역할 중복 현상

앞으로 광고기획자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보통 과거에 광고회사가 PT를 하면, 앞부분은 광고기획자가 PT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기획 장표, 그리고 뒷부분은 그 기획 방향성을 받아 눈에 보이는 크리에이티브 결과물을 제시하는 제작CD의 장표로 구성되었다. 앞부분의 전략/기획 장표는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을 어느 방향으로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한 광고회사의 고민이 담겨있는 중요한 정수였다.



클라이언트(광고주)에게 크리에이티브만큼 커뮤니케이션 전략/기획 방향성도 중요했는데 그 이유는 브랜드 마케터가 제시하는 RFP(OT)가 다분히 제품/메이커 관점에서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기획자는 제품/메이커 관점의 메시지를 소비자 관점의 메시지로 바꾸는 것에 주력했다. 상품의 다양한 장점 중에서도 소비자가 더 좋아할만한 상품의 엣지 포인트를 찾고 이를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일은 광고인들이 가장 잘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광고기획자가 브랜드 마케터에게 큰소리할 수 있었던 단 하나는 '소비자 전문가'라는 사실이었다. 클라이언트와 달리 소비자 중심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에게 신선한 관점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 RFP를 보면,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이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다. 어느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싶은지 명확하다. 특히 소비자 관점에서 우리 서비스의 어떤 점이 차별점이며, 소비자에게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지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걸 크리에이티브하게 풀어주면 되는, 일명 크리 PT가 많아진 게 광고계의 흐름이다. 브랜드 마케터가 이미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을 정리해둔, 일종의 광고기획자의 ROLE을 향한 영역 침범이다. 왜 브랜드 마케터들은 기존 광고기획자의 ROLE을 침범하게 된 것일까?


브랜드 마케터가 광고기획자의 ROLE을 침범하게 된 이유

그 이유는 사회문화적 배경의 변화가 한몫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미디어 주권은 정부, 언론, 기업에서 소비자로 넘어갔다. 미디어 채널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면서, 미디어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하는, 즉 콘텐츠 소비자가 '왕'인 상황이 되었다. 과거에는 제품 하나 딱 만들고 광고 한편 잘 만들면 고객이 알아서 구매했다. 그러나 이제 광고를 만들어도 미디어가 다양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보여주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요즘 MZ들은 광고자체를 잘 보지도 않고 기업에서 발행하는 정보를 쉽게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광고 한편 만드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해졌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마케터에게 더 중요해진 것이다. 더구나 인터넷과 SNS덕분에 소비자 개개인이 미치는 영향력은 높아졌으며, 우리는 정보를 판단할 때 내 주변 소비자의 댓글이나 반응을 먼저 살핀다. '소비자' 한 명 한 명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제품의 형태도 바뀌었는데 공장에서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드는 '완성품'의형태가 아닌, 출시하고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또 업데이트하는 무형의 디지털 서비스 형태로 바뀌었다. 소비자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듣고 소비자 지향적으로 제품을 업데이트해나가는 게 디지털 기업의 핵심이다. 과거처럼 '니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우리가 만들어서 한번에 짠 하고 보여줄게'의 접근법은 통하지 않는다. 경쟁도 심화되서 소비자 중심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소비자 눈치를 봐야 하는 브랜드 마케터

이처럼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기업들은 소비자 눈치를 보기에 바빠졌다. '소비자가 좋아하는'은 이제 기업에게 기본 전제 조건이다. 괜히 요즘 잘나가는 기업들이 '소비자 중심 경영' '고객 감동'이라는 기치를 내 거는 게 아니다. 이제 기업 전체가 소비자 중심적으로 움직이게 되었으며, 기업 안에서도 마케터는 가장 소비자 중심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되었다. 


정리해보면, 디지털로 산업이 전환되면서 브랜드 마케터도 '소비자 중심적' 사고로 움직이게 되었고 브랜드 마케터보다 소비자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장점이 있었던 광고기획자의 장점이 희미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마케터가 이미 생각한 방향을, 한번 더 생각하고 더 가다듬는 정도로 기획/전략이 정리되는 추세다. 메이커 관점에서 소비자 관점으로 커뮤니케이션 방향성을 튜닝해주던 광고기획자 역할의 중요성이 줄어들었으며, 광고기획자와 브랜드 마케터의 역할 경계가 애매모호해진 것이다. 


변화하고 있는 광고기획자의 역할

그렇다 보니 요즘 광고기획자에게 중요해진 역할은 PM의 역할이다. 스케줄, 스태핑, 예산, 광고주 커뮤니케이션 등 광고제작 업무 전반을 리딩하며 유관부서들(광고회사 내부 제작팀이나 미디어팀, 더 나아가 미디어 랩사나 프로덕션 등)이 하나의 목표로 몰입하게 만드는 PM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 전부터 PM의 역할은 광고기획자의 주요 역할 중 하나였지만, 커뮤니케이션 전략/기획의 역할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더 중요하게 요구된다. 물론 브랜드 마케터를 뛰어 넘는 전략적 사고 능력, 기획력을 가진 광고기획자들은 브랜드 마케터가 정리한 커뮤니케이션 방향을 한단계 뛰어 넘는 접근법을 제시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뽐내는 경우도 있다. 또한 브랜드 마케터가 소비자 중심적으로 사고하게 되면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브랜드의 마케팅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파트너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역할의 구분없이, 함께 브랜드의 마케팅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서 광고기획자를 바라보는 브랜드 마케터가 많아지고 있고 이는 광고기획자 입장에서는 더 오너십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기도 하다. 


변화된 환경이 광고기획자에게
좋게 작용할 지, 나쁘게 작용할 지는
오롯이 광고기획자의 몫이다.

우리가 늘 답을 찾아왔듯이,
광고기획자도 변화된 환경에서
자신들만의 역할을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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