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을 핵심 3요소로 설명합니다
브랜딩이란 관점과 다움을 매력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지속 공유하는 작은 액션들로 고객 공감을 쌓아가는 과정
#프롤로그 : 우리는 브랜딩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
디지털 시대의 비즈니스는 빠른 속도 그리고 숫자로 움직입니다. 빠르게 제품을 업데이트해야 하며, 모든 비즈니스적 행동은 정량화되길 원하죠. 그러나 비즈니스가 늘 숫자로만 움직이는 건 아닙니다. 디지털화되어도 여전히 소비자 구매행위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조금 더 비싸더라도 더 신뢰를 주는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하고, 스펙은 좀 떨어져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경우는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그래서 기업에게 브랜딩은 늘 주요하게 다루어야 할 주제인데요.
중요하지만 늘 뒷전에 놓이기 쉬운 게 브랜딩이기도 합니다. 마케팅 우선순위를 고민할 때, 당장의 생존과 직결되는 액션들이 우선되기 마련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브랜딩은 후순위로 밀리기 마련입니다.
브랜딩이 중요한 건 대강 알고 있지만, 브랜딩의 핵심이 무엇이며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 지 명확히 몰라서 브랜딩에 소홀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브랜딩을 디자인의 영역이라 생각하거나 브랜딩은 돈이 많이 드는 커뮤니케이션이라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만 보더라도요. “브랜딩은 대중을 타겟팅하는 액션이다” “브랜딩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브랜딩은 큰 브랜드만 하는 거다” “제품 자체가 브랜딩이니 브랜딩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은 중요성이 낮다” 등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브랜딩과 관련된 오해와 편견들이 많습니다. 브랜딩에 대한 정의나 이해 수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내부 합의를 이루기 어렵고 추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브랜딩의 핵심은 무엇이며 브랜딩을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지를 다뤄보겠습니다. 브랜딩의 핵심을 3요소로 정의하고, 각각의 3요소를 어떻게 도출, 전개하면 좋을 지 조금이나마 tip을 드리고자 해요.
요즘 브랜딩 잘하는 집들을 참고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토스나 29cm, 라파, 룰루레몬, 김씨네과일가게, 모베러웍스 등을 브랜딩 잘하는 집이라고 생각하는데 해당 브랜드들이 전개하는 브랜딩 액션에는 크게 3가지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관점’, ‘다움’, ‘공감'입니다.
#브랜드를 가치있는 자산으로 만들어내는 일
마케팅에 정답이 없듯, 브랜딩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가치와 감성을 다루는 영역이니까요. 그래서 브랜딩이 무엇인지는 본인 나름대로 개념을 정의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제 나름의 생각을 공유해보겠습니다.
브랜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의미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브랜드의 사전적 의미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쉽게 알아보고 널리 알리기 위해 나타내는 이름이자, 상징(심벌)”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브랜드로 표현하고 브랜드에 네임과 기호, 디자인이나 스토리 등을 담아내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죠. 그래야 경쟁사 제품보다 우리 제품을 더 기억하기 쉽게 가치있게 만들 수 있고, 그래서 더 비싸게 팔 수 있으니까요. 삼성이 본인들의 스마트폰 제품을 갤럭시라는 브랜드로 표현하고 갤럭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건, 갤럭시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더 비싸게 팔고 싶기 때문입니다. 고객 역시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믿고 구매하고 있고요. 그래서 브랜드는 기업의 귀중한 무형 자산으로 일컫어집니다.
브랜딩은 브랜드를 가치있는 자산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좀 더 풀어보자면, 브랜딩은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긍정 영향을 주기 위해(비즈니스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브랜드라는 무형의 자산을 더 가치있게 만드는 모든 활동의 총합이자 과정을 의미합니다. (장기적 관점으로) 제품을 팔기 위해 전개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마케팅에 포함되는데요. 쿠팡이 배송/택배 직원을 직접 고용하며 쿠팡맨으로 호칭했던 것은 브랜딩의 좋은 예시입니다. 택배 기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쿠팡맨’이라는 이름으로 호칭
하고 택배가 잘 도착한 것을 알리기 위해 문 앞에 놓아둔 택배 박스를 사진 찍어 보내는 등의 정성어린 액션으로 쿠팡맨이라는 브랜드에 전문성과 친근함을 부여하여 긍정적인 호감을 만들었던 게 좋은 예시일 것 같습니다. 초코파이라는 제품에 정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서 친근하고 호감가는 인식을 만들어낸 것도 브랜딩이고요.
존재하지 않았던 존재(=브랜드)에 인격적인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브랜딩을 “브랜드에 페르소나(*어떤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자아, 외부로 드러나는 특정 인격)를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예를 들어 나이키의 페르소나는 자기 자신에 집중하는 당당한 인격일 것이며 이러한 페르소나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상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 존재 이유, 방향성을 일관되게 어필하며 만들어가야 합니다. 실적이나 비즈니스 이슈에 쉽게 좌우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죠.
#브랜딩을 잘하고 싶다면, 핵심 가치를 정의하고 이를 공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를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첫째, 브랜드의 핵심 가치(이자 핵심 경험)를 매력적으로 정의하고, 둘째, 이를 고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액션들을 지속 전개해야 합니다.
1) 핵심 가치를 매력적으로 정의
브랜드라는 무형의 자산에 어떤 가치(경험)를 부여할 지부터 규정하는 게 우선이겠죠? 우리 브랜드 만의 차별화된 존재 이유, 개성 등이 무엇인지 그래서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은 경험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필요한 게, ‘관점’과 ‘다움’입니다. 우리 브랜드가 어떤 가치관과 생각을 가졌는지(관점), 우리 브랜드는 어떤 개성을 가진 브랜드인지(다움)를 규정해야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의 what to say(고객에게 우리 브랜드의 ‘무엇’을 가지고 설득할 것인가, 목표 달성을 위해 전달해야 할 핵심 가치이자 경험)가 정해집니다.
브랜딩은 단순하고 정확한 하나의 소구 포인트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욕심내면서 이것저것 담으려다가 기억에 아무것도 안 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점’과 ‘다움’이 중요합니다. 이 관점과 다움을 규정하는 작업은 우리 브랜드를 어떤 가치의 브랜드로(어떤 기능적/감성적 가치를 지닌 페르소나로) 고객들에게 인식시킬 것인지 하나의 명쾌한 문장으로 규정하는 작업이며, 해당 관점과 다움에 맞춰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전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브랜딩의 핵심입니다.
관점이란 시장/고객을 바라보는 우리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관점입니다. 우리가 금융업계인데 금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래서 우리는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지 등을 대고객향 관점에서 메시지로 정리하는 것이죠. 쉽게,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리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브랜드를 사람으로 생각해본다면 그 사람만의 강점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관점을 기능적 가치라고 표현합니다.
다움이란, 감성적 가치에 해당하는데요. 우리 브랜드를 접할 때 반드시 고객이 느끼게 될 개성이나 성격을 의미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그 사람만의 또렷한 개성을 설정하는 것이며, 이는 외모/스타일 등과 연결되겠지요. 그래서 다움에는 시각적 경험과 커뮤니케이션 표현 방식이 중점적으로 포함됩니다. 고객은 이렇게 설정한 개성/성격으로 표현되는 브랜드의 모습을 접하게 되고 그 브랜드만의 고유한 이미지가 자리잡게 되죠.
정리해보면, 관점은 개념이자 메시지, 즉 브랜드 스토리이며, 다움은 시각적+청각적 요소가 수반된 브랜드 퍼스널리티입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관점은 내면 속에 내제하고 있는 가치관/사고관에 해당하며, 다움은 외면으로 표현되는 성격/개성에 해당한다고 보면 쉽습니다. 사람의 행동에 가치관과 성격이 담겨 있듯, 브랜드의 행동, 커뮤니케이션 액션들에는 당연히 관점과 다움이 담겨있어야 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관점과 다움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쇼핑 문화를 혁신하자는 진취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외면으로 표현되는 건 조용하고 착하기만 하다면 하나의 완전한 인격으로 인식되기 어려우니까요. 또한 시대 변화에 따라 우리 브랜드의 메시지나 이미지에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은 늘 염두해야 합니다. 그래서 꾸준히 브랜드를 관리하고 정교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브랜딩은 마케팅의 기본인 What to say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what(브랜드의 핵심 가치이자 경험)이 무엇이냐에 따라 how to say(마케팅 액션들)가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우리 브랜드/제품/서비스가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이 ‘What’이 날카롭지 못하면, 아무리 잘하는 퍼포먼스 마케터가 와도 마케팅 효율은 낮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매체 효율을 더 높이고 싶다면, 조회수를 확보하고 싶다면, 유입 유저의 퀄리티를 높이고 싶다면, 브랜딩을 통해 what(관점과 다움)부터 매력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2) 핵심 가치를 지속 공유하는 작은 액션들을 끈질기게 전개
우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매력적으로 정의했더라도 이를 선언하고 주장하는 방식으로는 고객의 공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소통 방식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여전히 브랜딩을 번쩍이는 메시지를 만들어 한 번에 임팩트 있게 알리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그런 방식으로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샤오미의 CMO 리완창은 자신의 저서 <참여감>에서 “과거에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부터 소비자와의 관계가 시작된다. 제품을 판매한 뒤에도 소비자와 끊임없이 상호교류하면서 사용자 참여를 통해 제품을 더욱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는데요. 기업과 고객은 수평적인 관계이며 상호 존중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강조되고 있는 요즘, 주장하고 선언하는 방식보다 꾸준히 고객과 소통하며 공감을 빌드업해나가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사실, 아무리 “내가 OOO이다” 라고 떠들어도 사람들은 쉽게 공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정 기간 그 사람의 OOO한 모습을 경험해야, 그 사람이 진정으로 “OOO 하다”라고 인식하고 공감하게 되니까요. 인격을 형성하는 과정과 유사한 브랜딩도 동일합니다. 우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오롯이 공감하게 유도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인식이라는 것은 단 번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메시지와 경험을 통해 축적되었을 때 형성되니까요.
모든 브랜드는 성장 과정에 놓여있습니다.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브랜드는 꾸준히 관리해야 할 대상이며 50년이 넘은 브랜드여도 그 인격을 꾸준히 관리해줘야 합니다. 50년 동안 멋진 브랜드 가치를 구축했더라도 5시간 만에 부정적 이미지가 쌓일 수 있는 게 브랜드니까요. 그래서 신생 브랜드든 장수 브랜드든 모든 브랜드는 영원히 성장 과정에 놓여있는 것이며, 우리 브랜드가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지속 공유하며 핵심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야 고객에게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딩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해야 합니다. 마케팅을 넘어,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을 포함해야하죠. 그래야 일관된 경험이 확보되어 공감 형성에 유리하니까요. 앱의 메뉴 버튼이나 UX 문구, SNS에서 보내는 카피 문구, 고객센터에서 고객 응대 시 사용하는 언어의 톤 등 기업 구성원들이 하는 모든 일이 고객 입장에서는 하나의 브랜드 경험이며,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기업이 원하는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브랜딩은 마케팅 뿐만 아니라 서비스, 디자인, 고객 서비스 등 브랜드의 모든 영역을 포함하고 연관시켜야 합니다.
#에필로그
브랜딩 잘하는 집을 보면,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액션들을 지속 전개하며 공감을 빌드업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물론 그 안에는 시장/고객을 바라보는 본인들만의 차별화된 관점이 있으며, 늘 본인들답게 커뮤니케이션하고요. 브랜드의 핵심 가치(관점, 다움)를 정교화해나가는 과정 속 이야기를 고객에게 지속 건내는 것이 바로 브랜딩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겠네요.
*아웃스탠딩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