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보다 문제 해결력, IT 마케터의 방향성
“우리는 그로스 PM을 뽑고 있습니다, 물론 마케팅 업무가 주된 업무겠지만, PM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야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을지 보고자 합니다” 최근 인상적이었던 어느 IT 기업의 채용 공고 문구다. 요즘 그로스 PM(project manager)이나 그로스 마케터를 뽑는 IT 기업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기능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초점 맞춘 것인데 오퍼레이터를 넘어 솔루셔너를 원한다는 맥락이다. 과거 마케터를 퍼포먼스 마케터, CRM 마케터, 브랜드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서비스 마케터 등 기능별로 세분화했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마케팅 조직을 기능이 아닌 문제 해결이 필요한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예: 유입, 세일즈, 리텐션 등 특정 고객 여정을 담당하는) 기존 마케터를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시키는 움직임도 발견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은 마케터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제조업 기반의 아날로그 시대에는 제품을 런칭(출시)하는 시대였다. 공장에서 물건 형태의 제품을 생산해 유통을 거쳐 소비자 손에 쥐어질 때까지 기업은 하나의 제품을 완성도 있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아날로그 시대의 마케팅은 개별 기능들을 완성도 있게 준비하여 하나의 강력한 캠페인으로 화력을 집중하는 형태였다. 공장에서 열심히 준비한 제품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노출해 최대한 많은 관심과 구매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제품은 물건 형태가 아닌 디지털 형태의 서비스다. 공장이 아닌 개발자의 컴퓨터에서 생산되며, 앱을 만들어서 출시해도 앱을 만들어서 출시해도 물리적 비용 없이 끊임없이 업데이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시대의 제품은 고객과 소통하며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를 그로스라고 표현)이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마케터는 리텐션(기존 고객 유지)에 더 큰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고객이 우리 서비스에 재방문, 재구매를 할 수 있도록 고객 여정 중 문제 해결이 필요한 부분을 마케팅으로 개선하길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디지털 시대의 마케터는 인지, 유입부터 리텐션까지 우리 서비스의 고객 여정 중 문제가 있는 영역을 발견하고 이를 마케팅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인지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마케팅이 무엇인지, 리텐션을 위해 필요한 마케팅이 무엇인지 커뮤니케이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관성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고객을 잘 이해하고 데이터로 고객 행동을 분석해 마케팅이 필요한 지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기능들(퍼포먼스 광고, CRM, 제품, 이벤트 등)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마케터, 온드 미디어(Owned Media), 페이드 미디어(Paid Media), 언드 미디어(Earned Media)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문제 해결사’, 다시 말해 서두에 언급했던 ‘그로스 PM’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PM(Project Manager)이 붙는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케터 혼자만이 아닌 다양한 기능의 유관 부서를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PM은 특정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목표 설정부터 기획, 업무 관리 등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을 의미한다. 리텐션을 높이기 위해 6개월 이상 이탈된 고객을 겨냥해 앱을 다시 이용할 시 리워드를 제공하는 '앱 내 부활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면, 이탈된 고객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CRM 마케터와 앱 내 이벤트 영역을 마련해줄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이처럼 마케터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기능의 유관 부서와 협업이 필요하며, 마케팅 프로젝트의 PM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마케터는 특정 기능에 전문성을 가지는 스페셜 마케터와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그로스 마케터로 구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전자보다 후자의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업들은 비즈니스 문제를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해줄 그로스 PM을 기다리고 있다.
*어패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