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기억되는 데이 마케팅
모든 기업은 마케팅 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고객에게 알리기 위해” 투자한다. 우선 알려야 고객들의 방문과 구매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만원부터 수백억의 돈을 들여 광고를 노출하고 인플루언서와 협업하여 기업이 알리고 싶은 것을 고객이 ‘인지’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인지’를 형성하는 마케팅의 최종 목적지는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알아서 기억하고 방문하는 것이다. 알아서 우리 행사(이벤트, 프로모션 등 포괄)를 방문한다? 참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렇다면 고객이 습관처럼 우리 앱이나 서비스, 행사를 방문하게 만들기 위해 어떻게 마케팅 해야할까?
고객의 방문 습관을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숫자를 활용한 데이 마케팅으로 접근하는 것이 쉽다. 우리의 뇌가 기억하기 쉬운 단위 중 하나가 숫자다. 2하면 홍진호, 07하면 제임스본드가 떠오르는 것처럼 숫자는 간단하고 명확한 형태로 인식되기 때문에 우리의 기억에 깊이 각인되는 강력한 도구다. 그리고 사람들은 ‘숫자’로 표현되는 ‘일’ 단위를 잘 기억한다. 5월5일은 어린이날, 12월25일은 크리스마스처럼 우리는 ‘특정 일’과 ‘특정 의미’를 연결짓는 데 익숙하다.
기업들은 이미 ‘특정 일’과 ‘우리 브랜드의 행사’를 연결짓는 것으로 습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게 11월11일의 빼빼로 데이다. 우리는 11월11일이 되면 빼빼로를 쉽게 떠올리며, 실제로 11월 한 달 동안의 빼빼로 매출이 연간 매출의 약 60-70%를 차지한다. 중국에서는 광군제(11월 11일)가 온라인 쇼핑 대축제로 자리 잡았는데, 수많은 브랜드들이 이 날을 기념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중국 소비자들은 광군제만을 기다린다. 광군제 매출은 약 5403억 위안(97조)에 달한다. 이처럼 기업들은 특정 날짜를 활용한 습관 만들기로 마케팅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물론 무턱대고 n월n일은 우리 기업의 행사에 방문하는 날이라고 알린다고 해서 고객들이 알아서 방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체계적으로 데이 마케팅 전략을 도출해야 하며, 습관고리 프레임을 참고하면 좋다. 습관고리(habit loop) 프레임이란 책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에서 널리 소개된 개념으로 개인이나 조직이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거나 기존 습관을 변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적 프레임워크다. 요약해보자면, 사람은 어떤 단서(신호)에 따라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얻는 경험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 행동이 형성된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A브랜드가 매월 1일마다 행사를 하는데 그 행사에 대한 경험이 너무 좋았다면, 고객은 매월 1일에 A 브랜드의 행사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습관고리 프레임은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야 한다. 먼저 ‘단서(cue)’가 필요하다. 단서란 특정 행동을 시작하게 만드는 신호다. 단서에는 시간, 장소, 감정 상태, 다른 행동 등이 될 수 있으며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마시게 만들자’에서 “아침”이라는 시점이 단서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단서(신호)가 우리 브랜드의 행사임을 쉽게 인지시킬 수 있는 요소여야 한다는 점이다. 빼빼로의 모양새가 11이라는 숫자를 쉽게 연상시킨다는 것에 착안하여 11월11일을 연결시킨 것처럼 누구나 쉽게 단서(ex. 11월11일)와 브랜드나 제품(빼빼로)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요소는 ‘행동(behavior)’이다. 행동은 단서에 반응하여 하게 되는 행동이다. 우리 기업이 고객에게 만들고 싶은 습관적 행동을 의미한다. 11월 11일이면 ‘빼빼로를 구매하여 선물한다’가 예시다. 마지막으로 ‘보상(reward)’이다. 당연하지만, 행사에 대한 경험 자체가 긍정적이어야 해당 신호를 긍정 신호로 인식하고 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기존보다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장점이나 혜택이 있어야 한다. 광군제에 평소 구경할 수 없었던 수많은 할인 행사와 혜택이 넘쳐나는 것처럼 고객이 행동을 완료하고 받게 되는 혜택이 인상적이어야 한다.
습관고리 프레임이 잘 작동한 대표 사례는 11번가의 ‘십일절’이다. 11번가는 서비스명 자체가 11이라는 숫자가 쉽게 연상된다. 그래서 매월11일을 ‘십일절’이라 명명하고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고객이 11일에는 11번가에 방문하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11번가는 십일절을 통해 2019년부터 6조5000억원이 넘는 거래액을 발생시켰다. 또한 네이버 검색 트렌드를 보면 매월 11일마다 11번가 검색량이 평소보다 훨씬 크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자면 베스킨라빈31(이하 베라)의 31데이가 있다. 베라에서는 31일이 있는 달에 31일은 베라 먹는 날이라고 홍보하며 보상으로 사이즈업 혜택을 제공했다. 그렇게 많은 고객들이 31일마다 베라에 방문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일이 기업의 자산이 되면, 유저의 반복 방문과 구매를 통해 비즈니스 성장에 큰 효과를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아도 고객이 알아서 방문하게 되는 것만큼 가치있는 마케팅도 없다. 31데이, 빼빼로 데이, 십일절처럼 특정 일을 단서(신호)로 행동과 보상의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다 보면, 어느새 고객은 해당 특정일에 우리 브랜드 행사를 기억하게 되고 습관처럼 방문하게 될 것이다. 물론 초기에는 이러한 데이 마케팅을 알리는 데 비용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특정일이 기업의 자산으로 자리 잡아 마케팅 비용을 줄여도 고객이 자발적으로 방문하고 구매하는 습관이 형성될 것이다.
*어패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