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 미국이 분단된다고?

더글라스 케네디의 <원더풀랜드>을 읽고서

by sung

이 책은 설마를 사실로 만든 세계로 이끌어준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으르렁 거리는 미국이 결국 분단된 미래를 배경으로 양국의 정보요원들이 펼치는 내용의 소설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모든 이들의 예상을 비웃으며 트럼프가 힐러리를 눌렀을 때부터 온세상은 미국의 양극화에 추적하기 시작하였다. 팬데믹 덕분에 바이든이 트럼프의 재선을 막아섰을 때 조심스레 미국의 '회복'을 예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돌아왔고 세계는 이후 줄곧 긴장상태이다.


이런 미국의 분열은 당연 사람들의 상상력을 발동시킨다. 2023년 케네디 작가의 소설 <원더풀랜드Flyover>가 나왔고 2024년 가랜드 감독의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가 개봉했다. <원더풀랜드>는 동부와 서부 중심의 '연방국'(연방공화국)과 중서부 중심의 '공화국'(공화국연맹)으로 두 조각난 미국으로 우리를 데려 간다.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숨가쁜 암살작전의 진행을 흥미롭게 말해준다. 사실 말미로 갈수록 (아마 작가의 의도와 달리) 긴장과 몰입이 떨어지는게 소설로서의 약점이 아닐까 싶다.


사실 분단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한국 근대사가 식민과 분단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사는 그 분단 속에서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노라면 마치 우리가 되버린 미국을 엉뚱하게 생각해 본다. 과거 하나였던 시절을 그리워하지만, 서로를 적대하면서 자신의 우월을 줄기차게 증명하려고 애쓰는 형제국가들. 케네디는 두 국가에게 호의적이지는 않다. 공화국이 종교국가라면 연방국은 기술국가이다. 종교국가의 율법체제는 사람을 옭아맨다면, 기술국가의 감시체제는 사람을 숨막히게 한다. 서로 자신의 체제가 참 좋다고 선전하지만, 정작 그곳에 사는 이들은 그 이면에서 고통을 읊조린다.


두 국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국가의 두 모습이다. 우선, 특정 종교와 이념에 기초한 권위주의 국가를 생각한다. 트럼프, 시진핑, 푸틴, 에르도안 등을 통칭해 스트롱맨이라고 한다. 그들은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그러한 국가를 건설하고 대중을 선동한다. 흥미로운 것은 서구의 민주국가에서도 이런 리더십과 탈자유주의 사상이 인기를 얻는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사상에 따른 사회와 국가들이 소외, 중독,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채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한편, 인공지능에 기반한 감시체제가 전방위로 작동하는 기술국가를 상상한다. 안전과 효율을 극대화하며 모두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명분은 최대선이다. 그런데 거리와 골목마다 넘쳐나는 CCTV 덕분에 잡범죄가 사라졌다고 좋아할 수만은 없다. 안면인식 기술과 개인정보 유출 등이 넘쳐나는 우리 사회가 결국은 모든 정부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괴물국가를 맞이하리라는 우려는 이제 식상할 정도이다. 한 달이 멀다하고 유통회사와 금융회사에서 보안문제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는 시대의 흐름은 분명 걱정스럽다.


그런데 종교국과 기술국은 서로 적대할 것인가? 미국은 양극화가 '종교 vs 기술' 구도인가? 트럼프와 머스크가 한 때 손잡았으며, 밴스 부통령은 실리콘밸리 출신이지 않았는가? 지금은 분명 전환의 시대이다. 자유주의의 그림자를 극복하면서, 기술혁신의 위험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원더풀랜드>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은 그러한 시대적 과제에서 미국이 뒤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과제 중 어느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두 세력 사이에서 두 동강이 나버린 미국이 매우 그럴듯해 보이는 현재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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