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21세기 기술 농노?

뒤랑의 <기술 봉건주의>를 읽고

by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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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사실 구글, 알파벳, 테슬라 등의 금력과 인력을 생각하면 대다수 국가들은 그들에 비해 약자로 비추어 진다. 최근에는 과연 미국이 그들을 통제하는 것이냐, 아니면 그들이 미국을 이끄는지를 이야기한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초반 맹활약(?)했던 일론 머스크의 행보와 마가(MAGA_ 진영의 사상적 지주같은 팔란티어 대주주 피터 틸 기업을 보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중국의 기술선도 기업들을 보노라면 이들 뒤에 중국공산당이 있다기 보다는 서로 거리를 유지한채 공생한다고 생각이 든다. 중국의 정치체제가 기술혁신을 낳은게 아니라 그 단물을 얻어먹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그럼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아가는가? 프랑스 학자 세드릭 뒤랑은 '기술 봉건주의' 가설을 제시한다. 노예제에서 봉건제,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겪었는데, 이제 봉건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를 묻는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우선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사이버 영토에 우리가 매여있다. 그곳에서 일을하고 교류한다. 달리 말해, 돈을 벌고 쓴다. 그렇다고 노예는 아니다. 페이스북 계정을 지울 수 있으며 구글 드라이브를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비용이 들고 대안이 필요하다. 빅테크 영주 밑에 있는 농노이지만 우리는 일부 생산 수단을 소유한다. 집, 차, 컴퓨터 등은 우리 것이다. 그러니 농노라고 할 수 있다. 기술 봉건제에서 위계질서가 단선적이진 않다. 영주도 농노노 아닌 개인이나 집단이 있을 수 있으며, 봉신과 농노가 여러 상위자와 계약 관계를 맺기도 한다. 아무튼 그들은 자유인은 아니다.


빅테크 기업의 사이버 영토 속에서 우리의 일상은 그들의 빅데이터가 되고 그것이 알고리즘과 결합되어 우리의 의식을 지배한다. 적어도 점차 그렇게 되고 있다. 정말 우리는 21세기 사이버 농노가 되고 있는가? 오늘도 유튜브와 넥플릭스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질 않는다. 인공지능이 선생이 되고 로봇이 노동자가 되는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아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내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이해와 논의가 시급할 것이다. 무턱대고 AI 교과서를 만들어서 어린이들에 배포하고, 소통과 효율을 위해 수많은 카톡방에 집어 넣으며, 아침에 입력을 눌렀으면 오후에 출력이 나와야 하는 사회에서 '기술 봉건제'의 대안을 생각하고 창출해 낼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가 프랑스인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나라와 대륙은 미국과 한국보다 기술혁신에서 뒤떨어졌다. 그것이 요즘 유럽인들의 고민이자 푸념이다. 혁신에서 뒤처졌다는. 하지만 우리의 뒤통수를 바라보는 그들이 보다 지혜로울 수 있지 않을까? 기술 봉건제의 영주들이 되려는 빅테크 기업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닌가? 누군가는 이렇게 응수할 것이다. 사이버 영토에 들어가지 않으면 굶어 죽거나 왕따 되요. 그래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 영토에 대한 비판적 관심과 그것을 담은 우리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속도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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