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Russia Wins: A Scenario>를 읽고
곧 4년을 맞이한다. 러시아가 전면전(그들은 군사 작전이라지만)을 일으키자 전세계는 경악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자 세간의 관심은 분산된다. 올해 들어선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 이야기가 대세이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역사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지대하다.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돈바스 일부를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휴전 혹은 종전되는 상황을 예상하기 쉽다. 물론 그때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독일인 마살라가 쓴 이 책은 그렇게 전쟁이 끝난 이후를 이야기한다. 부제 그대로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하지만 매우 그럴듯하여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현재 이 전쟁을 가볍게 생각하나? 간단히 말하면 2028년 러시아는 발트해 국가인 에스토니아의 한 마을과 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다. 에스토니아는 나토의 회원국이지만 선뜻 공동대응에 유럽국가와 미국은 나서기를 꺼려한다. 러시아를 비난하지만 전면전을 걱정하고 나토회원국들은 이견을 노출한다. 푸틴 이후 젊은 지도자가 등장한 러시아는 많은 이들에게 또 다시 절망과 동시에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이 책은 결국 유럽 이야기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으로 유럽에서 아시아로 고개를 돌린지 오래이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넘어서 자국 영향권 확대를 꾀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럽인들은 핵전쟁을 두려워하고, 공동 전략을 만들지 못하며, 전쟁 피로로 싸울 의지가 빈약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를 간판한 러시아가 가만히 있을리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지도자는 전쟁을 통해 과거의 영토와 영광을 회복했다고 선언하며 자국의 지지를 확보하지만, 유럽의 지도자는 핵무기로 위협하는 러시아를 억제하고 격퇴할 역량과 배짱을 갖추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에 만족하고 멈출 러시아는 일부의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아시아에 사는 우리에게 이 책은 반쪽 이야기다. 그래서 한국, 한반도, 동아시아, 인도태평양은 어떻게 되는건데? 미국이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데 그러면 아시아에서 민주국가들(혹은 미국의 동맹과 우방)은 안전한 거야? 나름 유럽에 비해 아시아 상황이 좋다는 안도를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전세계 민주국가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지적한다. 긴 전쟁을 감당하기에 사회적 지지를 확보하기 어렵고, 타국이 핵무기로 위협을 가할 때 단호한 대응을 선택하는데 주저한다고 저자는 논한다. 하지만 이는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 권위주의에서도 지도자는 국내 여론과 호응에 민감하다는 주장도, 민주주의가 국제 협상에서 이점을 제공한다는 연구도 상당 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거울인 셈이다. 인류가 어떻게 전쟁을 하는지,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고 두려워하는지, 강대국과 약소국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등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슬픈 드라마이다. 이제 이 드라마의 후속편, 그리고 아시아편을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 문장에서 저자는 민주사회가 지금 '어떻게 우리가 살지', '어떻게 우리가 살고 싶은지'를 지켜야 하는 때를 직면했다고 말한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1월 우리 모두가 소중히 여기는 삶의 방식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지혜를 쌓아가기를 다짐해 보면 어떨가. 우리의 내부와 외부를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