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더불어 사는 자세

최재운의 <인간 없는 전쟁>을 읽고

by sung


인공지능에 대한 책과 기사의 폭우 속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안내였다. 저자 최재운 교수의 지식 뿐 아니라 시각 때문이었다. 우선 그는 이미 유럽과 중동의 전장과 일상에서 인공지능이 몰고 온 변화와 충격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2020년 리비아 내전에서 킬러로봇이 살인을 감행했으며, 이스라엘이 원거리 작동에 따른 시차 발생까지 계산하는 AI 덕분에 현장 저격수 없이 이란 핵 과학자를 암살할 수 있었고, 러시아의 웅장한 장갑차 행렬이 우크라이나의 드론으로 진퇴양난에 빠지면서 푸틴의 전쟁 계획은 초기에 꼬여버렸으며, 이스라엘은 하마스 주요 인사에 대한 정보를 AI를 통해 수집하여 속도감 있게 제거 작전을 펼쳤다...


이미 우린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판교에서 신입 개발자를 더 이상 많이 뽑지않고, 신생 법조인과 회계사마저 구직에 어려움을 겪으며, 인공지능을 사용해세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 때문에 대학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상당 수는 자신의 고민을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GPT에게 털어 놓는다. 세상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누구는 인간이 드디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미래를 예견하며 만세를 부르지만, 누구는 곧 AI가 인간을 통제하고 다스리는 세상이 온다는 종말론을 설파한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둘러싼 아웅다웅은 오늘도 신문과 미디어에서 그 내용을 조금씩 바꿔가며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를 인용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난 그랬듯이." 인공지능 전문가로서 우리에게 환상이나 공포를 심어주는 대신 우리가 할 일을 일깨워 준다.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아갈 기준과 방법을 찾아갈 것이라는 것을. 그래야만 한다는 설교라기 보다는 역사 속에서 우리가 그래왔음을 말한다. 화약, 기관총, 핵무기, 화학무기, 지뢰 등이 우리의 전쟁과 일상을 바꿀 때마다 그에 따른 변화를 모색한 것이 바로 우리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몰고 올 변화와 그 충격을 현재 우리가 알 길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숨은 결론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인류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2026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도 그 일부이다.


가끔 우리의 양면성을 본다. 주체이고 싶어하지만 객체로 생각하는. 그래서 인공지능이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데? 트럼프 때문에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는거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텐데 어쩌지? 이런 질문은 우리 스스로를 객체로 취급한다. 그것 혹은 그들이 만든 세상에서 우리는 그저 도망가거나 맞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체라면 그런 질문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저 멀리 피난갈 생각을 하기 전에 그 충돌을 막을 방도를 찾을 것이다. 그들이 희망없이 대치하고 있을 때 그들을 누구와 더불어 중재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AI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런 주체적 사고가 아닐까? 감히 해보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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