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이 존재한다고?

필립스 오브라이언의 <War and Power>를 읽고

by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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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크라이나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그 영향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3년 가까이 전쟁이 지속되면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왜 전쟁이 일어났고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두고 설명과 분석을 내놓는다. 그 대부분은 기존 전망의 오류와 지식의 한계를 지적한다. 다수의 전문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으리라 말하거나 러시아가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머지않아 승리하리라 말했다. 그들은 틀렸다. 왜 그랬을까? 오브라이언은 그들이 틀렸던 이유를 강대국(great power) 신화에서 찾는다.


누가 강대국인가? 오브라이언은 강대국과 비강대국 구분이 문제라고 내놓는다. 그들 사이의 구분이 모호하고 무용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각각 강대국과 비강대국으로 바라보는 프레임이 '러시아의 단기간 승리'라는 전망을 낳고 말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저자는 군사력에 기초한 파워 측정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파워는 경제력과 기술력, 정치체제, 사회지지, 리더십, 동맹 등에 걸친 스펙트럼 전체를 아울러서 파악된다는 주장이다. 지엽적 파워가 아닌 풀스펙트럼파워(full-spectrum power)를 고려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오브라이언은 전쟁이 발발 당시에 알 수 없거나 존재하지 않던 일들이 벌어지면서 그 양상과 결과가 흘러간다고 주장한다. 즉, 애초에 결과가 정해진 전쟁은 없다는 말이다. 제1, 2차 세계대전의 다양한 예를 들면서 이러한 전쟁의 속성을 줄기차게 설명한다. 수많은 변수가 시차를 두고 발생하면서 전쟁의 방향과 속도, 그 내용을 결정하고 채워나간다는 역사학자의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을 수용한다면 우리에게 안 봐도 뻔한 전쟁이란 존재할 수 없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 하더라도 본토의 승리를 확신할 수 없으며, 미국과 중국 사이의 충돌도 그 결말을 아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오브라이언은 미국과 중국이 대결을 심화하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한다. 과거 보스턴에서 성장해서 현재 스코틀랜드에 사는 저자에게 미국에게 거는 기대와 훈계라고 느껴졌다. 분명 미국에게는 동맹이라는 상대적 이점이 존재하지만 트럼프 시기에 들어서 그것을 잃어간다는 우려를 표하고, 동시에 중국 지도부가 사회적 지지 속에 안정적 내치를 지속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시한다. 하지만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세계대전의 역사를 통해 21세기 인태지역의 미래를 예상하는 작업은 자칫 '라떼는 말이야'가 될 수 있다. 상이한 맥락과 진보한 기술은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를 바라보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하나의 교양서로 읽을 수 있지만 우리의 나침반으로 삼을 수 없는 중요한 이유이다.


참고로 이 책에서 사이버 영역과 관련한 정보/심리전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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