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배낭 여행을 한다고?
하와이는 카우아이, 오아후, 마우이, 빅아일랜드(본섬)라는 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중 우리가 '하와이 여행'간다고 말할 때 지칭하는 섬은 대부분 오아후를 일컫는다. 그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 돌 플랜테이션 농장, 다이아몬드 헤드 등 주요 관광지는 오아후 섬 내에 있다. 관광으로 집중된 섬인 만큼 호텔비가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우리도 살포시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미국에서의 일정은 약 5일 간으로 타 도시에 비해 굉장히 여유로운 편이었다. 특별히 하와이에서는 스카이 다이빙과 스킨스쿠버를 하고 싶었는데, 고민 끝에 스킨스쿠버만 진행하기로 했다. 스카이 다이빙은 호주 시드니에서 하는 것으로!
하와이는 바다 거북을 개북이처럼 많이 볼 수 있는 여행지로 유명하다. 스킨스쿠버를 할 때 바다 밑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일반 해변가에 올라온 거북이들도 떼거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태국에서 한 번 바다 거북을 봤지만 고프로에 담지 못한 것이 한이 맺혔다. 이번에는 반드시 담으리라. 옆에서 치우가 내 이런 꿈에 바람을 넣었다.
"누나, 하와이 바다에는 바다 거북 뿐만이 아니라 돌고래도 있고 고래도 있대"
이 말에 내 꿈은 아주 커져 버렸다. 바다 거북 뿐만 아니라 돌고래랑 같이 수영하는 것도 고프로에 담아내겠어!라는 부푼 꿈을 가지고 현지 업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보통 액티비티 예약을 할 때 초반 정보 검색은 한국어로 하더라도 그 한국사이트가 최종적으로 컨택하는 현지업체를 알아내어 중계 수수료가 안나갈 수 있도록 구글에서 영문으로 재검색한 후 현지 업체에 직접 예약하는 편이다. 스킨스쿠버도 검색은 한국 사이트를 통해서 했으나, 직접 현지 업체 사이트에서 예약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왜 한국 사이트가 더 저렴한 것이지? 분명 중계 수수료가 있거나 중계 수수료가 0원이라도 더 비싸거나 같은 가격이여야 할텐데 한국 사이트가 더 저렴하다니, 이것이 어떻게 말이 되지? 이 때 한국 사이트에서 눈에 띄는 한 문장이 있었다. '거북이를 볼 확률이 높긴 하지만 100%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 바다 거북을 다시 만나느냐는 운명인 것이지 이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으랴라는 생각에 더 저렴한 한국 사이트에서 예약했다. 그리고 확정 메일이 날라왔다. 나와 치우는 다음날 아침 스킨스쿠버를 할 준비를 하고 픽업 장소로 나갔다.
미국 선생님이었는데 우리를 보더니 제일 먼저 묻는 말이 "영어 할 줄 알아요?"였다. 그리고 본인이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국 업체가 학생이 영어를 할 수 있는지, 키와 몸무게는 어느 정도 되는지, 성별은 무엇인지 계속 물어봐도 소통을 안해줘서 스킨스쿠버 복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때 촉이 왔다. 이 한국 업체가 얼마나 일을 못하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물었다.
선생님) "혹시 수영할 줄 알아요?"
성은) "아 선생님, 저는 오픈 워터 자격증 있구요, 치우는 피피섬에서 1번 다이빙 해본 적있어요"
선생님) "정말요? 다행이네요~ 기본적인 것을 다 알겠어요!"
성은) "저도 오늘 너무 기대되요, 바다 거북 많이 나오나요?"
선생님) "바다 거북이요? 우리 배타고 안나가요, 거북이는 배타고 나가야 볼 수 있어요."
성은) "네? 배타고 안나간다고요? 그럼 어떻게 다이빙을 해요?"
선생님) "그냥 바닷가에서 다이빙하는 걸로 신청한 것 아니었어요?"
성은) "거북이 보고 싶어서 다이빙 신청한 건데..."
사실 나에게 이 다이빙은 바다 거북을 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오픈 워터 자격증도 있고 스킨스쿠버도 여러번 해본 나인데 그저 가스통메고 바다에 들어가보려고 15만원을 냈을까 설마. 당연히 거북이 유튜브 각 해야하니까 투자한거지. 선생님은 고민하시더니 오늘 다이빙은 취소하는 대신에, 20달러씩 더 내고 내일 보트 다이빙을 가자고 하셨다. 원래 보트 다이빙 가격이 더 비싸다며... 아 이래서 한국 사이트가 더 싼거였구나. 보트 다이빙이 아니어서 더 싼 거였다. 그런데 그럴 거면 정보란에 거북이 볼 수도 있다는 언급을 하지 말았어야지... 보트 다이빙이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게 거북이라는데 거북이 내용이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과대 포장 광고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후기란에도 거북이 봤다는 후기가 즐비하게 써있었는데, 돈주고 광고써서 가짜 리뷰 올린 것인가라는 배신감과 이 업체 사기쳤네라는 깊은 빡침이 몰려들었다. 한 소리 크게하고 리뷰도 엉망으로 써줄까 하다가 우리를 이렇게나 배려해주시는 선생님한테 한국업체가 갑질할까봐 속으로 삭히고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이래서 현지 업체랑 다이렉트로 컨택해야 한다. 한다리 건너서 좋을 것이 1도 없다. 의사소통도 엉망이고.
다음날 다시금 선생님을 만나러 픽업장소로 향했고 우리는 무사히 배를 타러 선착장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아니 아직 배가 출항하지도 않았는데 바다에서 둥둥 떠다니는 이것은 바다 거북이 아닌가! 육안으로 바다 거북을 보니 설렘이 더욱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바다 속으로 내려가보니 다른 동남아의 바다보다 산호와 물고기가 적었다. 가도 가도 거북이는 나올 생각을 안했고, 선생님은 갑자기 바위틈을 무언가로 쑤시기 시작하셨다. 갑자기 먹물이 뿜어져나왔다. 문어가 안에 있나보다. 무언가라도 보여주시고 싶으셔서 노력하시는데 운이 안좋은지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번 보트가 출항하면 총 2번의 다이빙을 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첫 다이빙이 끝나고 두번째 다이빙을 하러 입수했다. 이번에는 꼭 바다 거북이 나타나길 간절히 기도하며 입수했는데, 우와 이게 웬일 내 눈 앞에 거북이가 있었다. 거북이랑 나의 투샷을 담기 위해 자세를 바꾸며 앵글을 교정하고 있던 찰나 선생님이 3인칭 관점에서 나와 거북이 투샷을 찍어주시겠다며 고프로를 달라고 손짓하셨다. 그래서 드렸더니... 드렸더니... 렉걸리게 만드셔서 거북이랑 투샷은 커녕 그 이후로 수면 위에 올라갈 때까지 아무 것도 촬영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해맑고 참 좋은 선생님이긴 한데 내가 이! 이! 이! 투샷 딸려고 17만원 주고 다이빙 한거란 말이예요. 수면 위로 올라온 후에도 다시 한 번 바다 거북 영상을 놓쳤다는 것에 대한 화남이 폭발할 지경이었지만 마음 속으로 간절히 주님을 외치며 인내와 용서의 마음을 달라고 기도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선생님이 자동차 키를 잃어버리셨다고 했다. 우리를 숙소까지 데려다 주셔야 하는데... (한숨) 그래서 우버를 불러서 우리가 선생님을 가게까지 데려다 드렸다. 이번 다이빙으로 난 거북이 다섯 마리와 헤엄치면서 고래도 보고 돌고래랑 수영도 할 줄 알았는데... 부풀었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다이빙에, 그 날 밤 나는 아쉬움에 잠 못이루는 밤을 보냈다.
미국 여행에서 가장 큰 걱정은 교통 수단이었다. 미국 사람들은 16세부터 운전 면허를 딸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차로 이동한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는 대중 교통을 이용할 생각으로 여행을 계획해서는 안된다. 버스 한 대가 도착하는데 1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다른 버스로 환승하는 교차점도 많지 않고, 목적지를 가기 위해 돌아서 돌아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차로는 30분 걸리는 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2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에서 '여행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게 되면 어떻하지'라는 불안감을 더했다. 더욱이 밤 8-9시만 되도 어떤 구간에서는 버스가 벌써부터 끊겨 버리니 자칫 시간 계산을 잘못했다가는 꼼짝없이 거리 노숙을 해야할 판이 된다. 물론 우버가 있지만 나같은 뚜벅이 배낭 여행자에게는 사치품일 뿐이다. 이러한 고민을 곱씹는 도중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 바로 전 도시인 일본 오사카에서 마리오카트로 나의 첫 도로 주행을 성공리에 마친 후인지라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폭발하던 나는 렌트카를 빌리겠다는 결심을 했다.
"누나 죽고 싶어? 미쳤어?" 라는 치우의 팩트 공격에 제정신이 들었다. 다든 건 아니고 아주 살짝... 정신이 들었다. '그래 렌트카는 좀 위험한 것 같긴해... 그렇다면 오토바이를 빌려볼까? 어짜피 빠이에서도 1시간 강습도 받아봤고, 마리오카트 탈 때의 감각도 아직 살아있고' 라는 내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나는 모페드를 대여하기로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일부터 치고 나중에 컨펌 받기로 하고. 또 혼날라. 모페드는 스쿠터와 비슷한 종류인데 고속도로 주행은 금지되어 있고 일반 도로는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가고 싶었던 곳이 많았기에 모페드를 타고 와이키키 해변 - 돌 플랜테이션 농장 - 라니아케아 비치까지 돌고 집으로 내려와야겠다라고 결심하고 집을 나섰다.
하루 대여료 80달러. 보험이랑 주유까지 해서 반납해야 하니 모페드만해도 거의 십만원 이상 깨지는 모험이였다. 솔직히 좀 무서우니까 천천히 도로를 달렸다. 와이키키 해변 앞 도로를 지나서 네비게이션을 수시로 확인해가며 앞으로 직진했다. 거북이가 기어가는 수준...(?)인 30km로 달렸다. 내 뒤에 있는 차들에게 점점 미안해졌고, 속도도 속도이지만 핸드폰 내비게이션을 수시로 확인해야해서 갓길에 수시로 모페드를 대고 정차했다. 지도를 보는 도중 울리는 알람소리. 카톡 카톡. 보준이가 '주성은 혹시 오토바이 타고있니?ㅋㅋㅋㅋㅋㅋㅋ'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와이키키 해변 앞을 지나가다가 오토바이를 탄 어떤 사람이 굉장히 불안한 자세로 덜덜덜덜 떨며 느리게 지나가고 있어서 '뭐야?'하고 봤더니 주성은 뒷모습이었다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 돈들여서 모페드를 빌린 것일까. 하루 종일 빌렸지만 솔직히 한 시간도 못 탈 것 같았다. 그리고 30분이 지난 지금 와이키키 해변 앞을 그다지 못 벗어난 나는 아무리 머릿 속으로 계산을 해보아도 하루 안에 돌 플랜테이션 농장의 1/4 거리도 못 다다를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 총체적 난국이다.
다시 돌아가려고 차선에 섰는데 길을 다시 보니 앞에 고속도로(High way)라고 쓰여져있었다. 잠...잠깐만..!
잠시 후면 녹색불로 바뀌어서 직진을 하게 될텐데 내가 중앙에 있으니까 옆으로 꺾을 수도 없고 그냥 쭉 올라가면 디졌다!!!!!!!!!!!!!!!!!!!!!!!!!!!!!! 라는 의식의 흐름과 함께 그 짧은 찰나에 이곳을 빠져나갈 방도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모페드가 고속도로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금지일 뿐더러 고속도로에 올라가면 그냥 내가 끝장나는 거다. 녹색 불로 바뀌자마자 나는 왼편으로 꺾었다. 그저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일념 뿐이었다. 그런데 좌회전 하는 순간 뒤에서 멈춰있던 차도 녹색 불을 보고 직진하려던 찰나여서... 그만...
까지는 아니었고 살짝 콩! 했다. 앞부분만 살짝 부딪혔는데 나도 몹시 당황해서 브레이크를 밟았고, 운전자도 굉장히 당황한 눈치였다. 내가 너무 너무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운전에 방해가 될까봐 바로 좌회전으로 꺾어서 바로 모페드를 길가에 세웠다. 그 운전자는 당황한 것 같았지만 그대로 직진해서 고속도로로 올라갔다. 사고는 내가 쳤고 그 분은 떠나버리셨기에 의도치 않게 뺑소니(?)아닌 뺑소니가 된 것 같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고 큰 사고가 안난 것이 다행이라는 옳은 정신이 드디어 들었다. 이렇게 당해봐야 제정신이 드는 나도 참 문제다. 그 길로 오토바이를 반납하고 손절했다. 다시는 안타 다시는 안타!
목표로 했던 돌플랜테이션 농장과 라니아케아 비치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버스 노선이 헬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우선 돌플랜테이션 농장은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Dole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파인애플 농장이다. 로고를 보면 '아, 이 브랜드!' 하고 바로 알아볼 수 있는데, 주로 바나나 혹은 파인애플을 공급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이곳을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파인애플이 어떻게 자라는지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궁금하기도 했고, 돌 농장에서 재배한 싱싱한 파인애플로 만든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은 달달할 줄 알았는데 무척이나 셨다. 맛있다는 리액션을 준비하면서 유튜브 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너무 셔셔 의도치 않는 찌그러진 얼굴의 리액션이 나와버렸다. 파인애플 생과일 컵도 사서 먹었는데 그 파인애플 자체도 달면서 많이 셨다. 미국의 스케일 답게 아이스크림 양도 어마무시하게 많았는데, 신 맛을 그렇게 잘 먹는 편이 아니어서 대부분 남길 수 밖에 없었다. 애들이랑 같이 왔으면 나눠먹으면 딱 좋았을 것을 아쉬웠다.
다음 목적지는 버스를 타고 Hale'iwa beach park로 출발! 거북이가 나타나는 해변으로 이곳과 라니아케아 비치를 들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Hale'iwa beach park가 더 좋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도착했더니 일본인 여자 2명 만 수영하고 있었다.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보는데 바다 속에, 물 안에 무언가가 둥둥 떠다녔다.
해변가로 올라오려고 열심히 양발을 첨벙첨벙 헤엄치는 중이었다. 어쩜 이리 귀여울 수가! 나는 그 모습을 보자 마자 투샷을 위해 옷을 벗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물론 완전 나체는 아니고 안에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하와이에서는 언제든 바다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다녀야하니까! 하와이는 바다와 내가 하나가 되는 낭만있는 여행지다. 그런데 바다에 돌들도 너무 많고 법적으로 거북이를 만지면 안되서 조심스레 투샷을 찍으려다 보니 앵글이 잘 나오지 않았다. 계속 돌에 부딪히기만 하고 눈떠보면 거북이가 멀리 가있고 해서 실패를 계속하던 찰나, 나의 이런 모습이 안타깝게 보였던지 저 멀리있던 일본인 여성 분이 나에게 오더니 저쪽으로 가면 거북이가 자고 있으니 가서 찍으라고 말해주었다. "저쪽에도 거북이가 있어요?" 내 눈앞에 있는 거북이에 홀려 해변가를 다 둘러볼 생각을 미쳐 못하고 있었는데, 나는 바로 그녀가 가리킨 쪽으로 뛰어갔다. 아니 너무나 예쁜 거북이가 내 눈 앞에서 쿨쿨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나보다 더 오래 사셨을 것 같아서 귀엽다고 말하기는 예의바르지 않지만 말이다. 아마 신라시대에 태어나셔서 지금까지 살고 계신 것이 아닐지... 이 정도 몸집에 근엄한 자태면 할아버지 거북이 임에 분명하다.
라니아케아 비치도 이곳에서 버스로 3정거장 정도 떨어진 가까운 곳에 있는데, 그곳은 너무 유명한 관광지이다보니 거북이 가까히로 못가게 줄도 그려놓고 지키고 서있는 관리인도 있으며 사진찍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Hale'iwa beach park는 한적해서 거북이와의 프라이빗 비밀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천상의 장소이다. 결국 나는 꿈에 그리던 투샷을 건지고야 말았다. 이것이 꿈인가 현실인가. 액자에 잘 걸어놓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 때나 간다고 거북이를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후 3시 30분 정도부터 저녁 6시 정도 까지 거북이가 꾸준히 해변가로 올라온다. 나도 오후 3시 30분에는 Hale'iwa beach park에서 거북이와 만났고 저녁 5시 30분에는 라니아케아 비치를 가서 거북이와 재회하였다. 꼭 시간을 맞춰서 방문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라니아케아 비치 인근에 꼭 방문해야 할 맛집 두 곳이 있다. 첫번째는 마츠모토 쉐이브 아이스(Matsumoto Shave Ice)라고 빙수에 레인보우 시럽을 뿌려서 먹는 아이스크림 집이다. 사람이 아주 바글 바글한데, 맛은 꼭 불량식품 먹는 것같고 엄청 맛있지는 않았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최애 맛집이라고 하니 우리도 관광객으로서 한 번 쯤 가보아야하지 않을까라는 의무감이 들어서 방문했다. 하지만 어린시절 문방구에 팔던 색소가득한 불량식품 맛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쉐이브 아이스의 맛에 취해서 매니아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보통은 아이스크림을 빙수 위에다가 얹는 집들이 대부분인데, 이곳은 '얼음 속'에 쫀득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들어가 있어서 맛집 컬렉터의 썽으니의 입장에서 생각의 전환이 적용된 메뉴라는 부분이 살짝 신선하게 느껴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고향이 하와이 호놀룰루이며, 마츠모토 쉐이브 아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학창시절 굉장히 자주 방문했던 맛집이어서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재임기간에도 하와이에 올 때면 꼭 들렸다고 하며,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일정상 들리기 어려울 때에는 비서를 통해 구입해서 비행기에서 전달받아서 결국은 먹고야 말았다는 썰까지 내려져온다. 마츠모토 쉐이브 아이스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어린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의 맛이 아닐까?
두번째는 하와이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새우푸드트럭 맛집 Fumi's kahuku shrimp이다. 물론 새우푸드트럭 맛집으로 꼽히는 여러 곳이 있지만 소영이가 위생이나 평판 조사를 철저히 검색한 후 최종 결과로 추천한 맛집이었기에 믿음이 갔다. 원래 유명한 곳은 주인이 바뀐 후 맛이 짜졌다고 해서 이곳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음식 자체의 맛도 어느 정도 있었고, 특히나 노상에서 먹는데 옆에 지는 노을의 분위기가 새우의 맛을 더 돋구아 주었던 것 같다. 맛이 완전 상상 이상으로 Fabulous해!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 퀄리티에 이 정도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새우푸드트럭이라면 다음에 하와이를 올 때도 이곳에 들릴 만큼에 가치가 있는 음식점이었다.
워낙 명성이 자자한 여행지들에 대해서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한 적이 많아서, 하와이에 올 때도 내심 걱정이 많았다. 특히 와이키키 해변가처럼 유명한 바닷가는 사람이 몰리는 법이고, 사람이 몰리는 관광지는 그 아름다움도 많이 사그라드는 법이다. 그래서 와이키키에 대한 기대는 갖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고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람은 많은데 그 사람들이 다 어우러져서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바다 따로 사람 따로가 아니라, 와이키키는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더 아름다운 해변이었던 것이다. 서핑보드를 들고 이동하는 사람들, 돗자리를 펴놓고 해변가를 바라보며 일광욕을 즐기는 가족의 모습들, 할아버지가 수건을 두르고 비치체어에 앉아있는 모습까지. 와이키키 해변가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들이 만들어 냈다. 와이키키 해변가는 명성에 맞게, 아니 명성보다 더 아름다운 하와이의 대표 해변가였다.
하와이에 여행오면 빼먹지 말고 방문해야하는 세 곳이 있다. 첫번째는 스노쿨링 명소라고 손꼽히는 '하나우마베이'이다. 이곳은 1967년 부터 미국 정부로 부터 보호되고 있는 수중 공원이기 때문에, 입장 후 15분 간 자연 보호에 대한 시청각 교육을 받을 뿐만 아니라 매주 화요일이 휴무로 지정되어 있어 수중 생태계가 사람 손을 타지 않고 재생할 수 있는 시간을 남겨둔다. 하나우마 베이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수요일 아침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화요일, 바다가 쉬고난 후라 물고기들도 안심하고 돌아다니고 있테니 말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입장료는 7.5달러인데, 오전 6시부터 7시 사이에 오면 입장료가 무료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걸 아끼기 위해(?) 그리고 조금만 더 늦게 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 할 것이 분명하므로 인산인해를 최대한 피해 스노쿨링을 즐기려는 목적으로 일찍 출발했다. 오전 6시에 입장하려면 오전 5시 반에는 우버를 타고 출발해야했다. 스노쿨링 장비는 월마트에서 구매했다. 물론 빌릴 수도 있지만 2명이 빌리는 가격이라면 그냥 하나를 사서 번갈아가면서 착용하는 가격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졸린 눈을 비벼 출발했지만, 이내 더 이상 졸리지 않았다. 하나우마 베이를 가는데 차 안에서 보이는 Sunrise가 정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찰칵 찰칵 찰칵" 우리 넷 모두 그저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기 셔터를 눌러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24시간 365일 아름다운 곳이 이곳, 미국 하와이였다.
하나우마 베이가 유명한 이유 중 하나는 운이 좋으면 거북이와 스노쿨링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거북이와 무엇이 있는지, 자꾸 집착하게 되긴 하는데 (에헴) 전에 투샷은 지상에서 찍은 거니까, 물 속에서도 투샷을 잡고 싶었다. 딱 도착하자 마자 이게 웬일! 내 눈 앞에 있는 이것은 무엇인가? 나 꿈꾸고 있는 거 아니지?
전 세계적으로 1,500마리 정도만 남은 멸종위기 종인 몽크 물범이었다. 가끔 울어서 좀 무섭긴 했는데, 한 편으로는 너무 귀여웠다. 물범이라니! 내가 물범을 보고 있다니! 눈을 비벼뜨면서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몽크 물범과 똑같은 포즈로 누워서 사진도 찍고, 몽크 물범 주위를 돌아다닐 때마다 물범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데 어쩜 이리 귀여운지! 거북이는 만날 수 없었지만 꿩 대신 봉황이었다. 사랑해 물범아.
그 다음에 들른 곳은, 로컬들만 안다는 쇼핑성지, SWAP MEET이다. 하와이 여행에 대해 꽤나 찾아본 사람도 이곳은 처음 들어봤을 수 있다. 종합운동장 같이 큰 운동장 주위를 빌려 열리는 하와이 전통시장 느낌이었는데 수, 토, 일요일에만 열리고 아침 8시부터 오후3시까지만 영업한다. 호놀룰루에서는 가장 싸고 저렴하게 기념품들을 구매할 수 있으며, 우쿠렐레나 코나 커피 등을 판매하는 직판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다른 섹션에서는 일반 사람들도 본인이 갖고 있는 옷이나 뱃지, 레트로한 느낌의 빈티지 물건들을 놓고 중고로 판매하고 있어서 잘만 찾으면 희귀한 아이템 득템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감탄이 절로 터져나오는 하와이 전경을 볼 수 있다는 다이아몬드 헤드였다. 다이아몬드 헤드는 화산 활동이 끝난 사화산으로 중앙에 큰 화구가 있으며, 미 육군의 요새로 입장 시간이 제한되어져있다. 산 이름은 꼭대기의 암석들이 햇빛을 받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여보인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하와이를 이미 다녀간 친구가 이곳을 꼭 가보라고 추천에 추천을 거듭해서 일정에 넣긴 했는데, 막상 가보니 오르면서 내 내 왜 여길 오자고 했나 후회 막심이었다. 가파르진 않는데 내가 제일 기피하는 산 등반 트레킹을 해야했다. 헥헥 거리면서 일단 시작한 것이니 올라가긴 올라가는데 어느 세월에 꼭대기까지 오르나 마음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눈 한 번 딱 감고, 조금만 더 힘내서 올라가면 세상 아름다운 와이키키의 절경의 볼 수 있다. 친구가 왜 이곳을 꼭 가보라고 추천했는지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고맙다 친구야. 맞아, 하와이에 왔다면 다이아몬드 헤드는 꼭 와봐야 할 것 같아.' 오르는 중간에는 땀도 뻘뻘나고 굉장히 더웠는데, 뷰포인트에 올라가니 시원하게 부는 바람의 느낌도 마음을 간지럽히듯 좋았다. 내려와서 마시는 파인애플 생과일 쥬스 한 잔까지, 완벽한 하와이 여행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