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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썽으니 Sung Nov 09. 2019

여자가 좋아할만한 여행지, 스리랑카 콜롬보

인도 옆에 눈물처럼 크게 동떨어져 있는 섬이 바로 스리랑카이며, 그래서 스리랑카의 별명이 인도양의 눈물이다. 일반적으로 '인도'라고 하면 미스테리하고 이국적이면서도 위험한 여행지라는 고정 관념이 있는데, 스리랑카를 떠올리면 솔직히 그마저의 고정관념조차 없다. 관심도 생각도 의견도 없는 아웃 of 안중의 여행지가 스리랑카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들으면 관심이 생길 수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꼭 사야하는 3가지가 있다. 베질루르 티, 노리타케 그릇, 블루 사파이어를 상상 이상의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세 가지만 챙겨와도 이 여행, 뽕 뽑을 수 있다. 그리고 스리랑카만 다녀오기 애매한 것이 사실이므로 옆에 몰디브를 메인 종착지로 하면서 경유로 1박 2일 정도 잠깐 들려서 세 가지를 싹 쓸어오면 여행도 잡고 쇼핑도 잡고 뽕도 뽑는 여행으로 만들 수 있다. 이제, 스리랑카에 구미가 끌리지 않는가? 


스리랑카에서 꼭 사야하는 3가지


세계 3대 홍차 재배국인 스리랑카, 사실 현지인들은 다른 브랜드 홍차를 많이 사는 것 같지만 우리는 베질루르에 꽂혔다. 왜냐면 틴 케이스가 선물주기도 좋고 수집하기도 좋게 너무나 예뻤기 때문이다. 티북(Tea Book)이라고 책모양 케이스도 시리즈 별로 있고, 오르골 모양도 있고, 솔직히 있는 돈 다 털어서 쓸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9개월 여행 중이고, 살 수는 있어도 집으로 가져갈 수가 없이 영차 영차 끌고 다녀야 하는 상황인지라 티북만 15만원 어치 구매했다. 압구정에도 베질루르 브랜드 찻집이 들어왔는데, 티북 하나에 큰 사이즈가 42,000원 작은 사이즈가 28,000원이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구매하면 큰 사이즈가 5,500원 상당(850루피아), 작은 사이즈는 2,800원 상당(450루피아)이었다. 거의 10배가 차이 나니까 이것만 잘 사가지고 들어오면 여행비 뽕 뽑을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일정 상 스리랑카에서는 소포를 부치지 못하고 인도네시아에서 부쳤는데 소포비만 9만원 나오고 여러 도시를 이동하다보니 틴케이스가 찌그러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왜 10배씩이나 불려서 팔까 싶었는데 배송비도 그렇고 찌그러진 케이스는 판매가 안되기 때문에 살아 남은 제품들을 계수하면 5배 정도 마진을 두고 판매하는 것이니 적정한 가격에 판매되는 것 같다. 하지만 스리랑카에서 바로 한국들어오는 비행기를 타는 여행객이라면 찌그러뜨릴 걱정이나 배송비 걱정은 없어도 되니 말 그대로 '핵 이득'인 것이다.



두번째는 노리다케 그릇이다. 노리다케는 찻잔 한 피스에 1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테이블웨어 브랜드이다. 사실 노리다케는 일본 나고야의 작은 마을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일본 최초의 본차이나 그릇을 완성해낸 브랜드이다. 본차이나(Bone China)는 중국식 자기에서 발전시켜 소뼈를 갈아 원료로 사용하는 영국식 도자기의 형태이며, 견고하고 가벼우면서도 맑은 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본차이나의 대표 브랜드로 일컬어지는 노리다케의 공장이 스리랑카에 있다. 때문에 A급 제품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지만 약간 스크래치나거나 문제가 있는 B급 제품의 가격은 더욱 저렴하다. 그러나 B급이라고 해도 일반인이 봤을 때는 A급과 전혀 다른 점을 못느낄 정도의 차이라고 하니 더욱 매혹적이다. 밥 그릇 한개 당 3-4천원 정도이니 다이소 가격에 최고급 브랜드의 그릇을 데려올 수 있다는 매력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최대 보석 산지인 스리랑카의 여러 보석 중 최고로 꼽히는 블루 사파이어가 그 주인공이다. 스리랑카에 얼마나 보석이 많이 나느냐면, 281그램 짜리 한화 2천억 상당의 세계 최대 크기 블루스타 사파이어도 채굴되었을 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면 보석 광산가서 캐고 싶을 정도였다. 지도까지 찾아봤는데 주일도 껴있고 콜롬보에서 스리랑카 남부 라트나푸라까지 다녀올 수가 없는 일정이여서 못갔다. 아무튼 그만큼 품질이 좋은 블루 사파이어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한데, 보석 알만 사서 한국와서 가공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반지까지 맞춰올 수도 있지만 디자인이 좀 올드해서... 한국이 나을 것 같다. 나도 사비를 털어서 엄마를 주려고 구매했는데, 1년 째 그대로 서랍 안에 박혀있다. 엄마 반지 언제 할꺼야?



스리랑카는 우리가 머물렀던 콜롬보 말고 남부로 내려가야 더 관광할 거리들이 많다. 남부 바다는 서핑 성지로도 유명하고 시기가 맞으면 스킨스쿠버하다가 고래를 볼 수도 있다고 한다. 내 눈 앞에 어마 무시하게 큰 고래가 있을 것을 상상하니 어린 시절보던 만화가 실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콜롬보에서 본 바다는 칙칙한 색의 해변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스리랑카가 섬나라인 만큼 해산물이 풍부하고, 그만큼 해산물 맛집도 많이 있다. 얼마나 풍부하냐면 우버택시를 타고 도로를 주행하고 있었는데, 일반 도로 위에 판매상들이 왕새우를 흥정해서 판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뻥튀기나 간식을 팔텐데, 왕새우라니...(?) 그것도 한 두명이 아니라 여럿이 판다.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렇게 파는 것일텐데, 가격을 물어보니 1kg에 13,000원(2,000 루피아) 정도였다. 길거리에 파는 새우치고는 크기도 엄청 커서 기억에 남았다.


  

우버택시를 타고 도로를 달리다보면 스리랑카가 참 깨끗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는 한국보다 깨끗한 것 같다. 바로 옆 나라인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흔히 보던 쓰레기 더미들을 상상했을 때, 확연히 다른 콜롬보 거리의 청결함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나만 궁금했던 것이 아니라 고백친구들 네 명 모두 스리랑카의 이런 청결함에 동일하게 놀라워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우버 기사님에게 물어보았다.


성은) "스리랑카 거리가 왜 이렇게 깨끗한 거예요? 인도하고 방글라데시하고 다르게 너무 깨끗해요."

기사님) "법으로 통제해서 그래요. 길거리 흡연도 무조건 금지예요. 그래서 담배 꽁초도 거리에 하나도 없는거예요."

성은) "아 그럼 사람들이 담배를 어디서 펴요?"

기사님) "집에서 피면 되죠, 흡연해도 되는 장소가 따로 있어요. 아무곳에서나는 안되요."


공공 예의범절 문화가 굉장히 선진화되어 있는 이 국가의 모습에 놀라웠다. 솔직히 스리랑카가 인도에 일부였다가 독립했기 때문에 인도랑 비슷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인도랑 스리랑카는 종교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많이 다르다. 인도는 힌두교 80.5%, 이슬람교 13.4%인 반면에 스리랑카는 불교 70%, 힌두교 12%, 이슬람교 9.7%이다. 대한민국, 일본, 중국이 인근에 위치하지만 서로 문화와 특성이 다른 것처럼 스리랑카, 인도, 방글라데시가 각기 다른 문화의 고유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해산물이 유명한 스리랑카에서 맛집을 빼먹을 수는 없지. Ministry of Crab이라는 크랩 맛집을 찾아냈다. 크랩 장관이라는 뜻인데, 과연 크랩부의 수장이 될만큼 맛있을까? 워낙 고급 느낌이 풀풀 나는 맛집이라 가격은 포기하고 왔다. 크랩 with 갈릭 칠리 소스 1.5kg 짜리가 한화 14만원 선! 전혀 싼 가격이 아니지만 딱 한입 물고 난 깨달았다.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OMG(Oh my Gosh)스러웠던 맛!!! 미쳤다 미쳤어 이건 내가 먹었던 크랩요리 중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다. 맛집 국가대표 백종원 선생님도 감탄하시고 프랜차이즈 내실 것 같은 맛이다. 세상에 이런 맛이 가능할 수 있다니 먹으면서 지속적인 감탄사 연발이었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은 크랩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맛이었다. 매콤한 오일 소스가 알리오 올리오 느낌이 나고, 밥 한 그릇 시켜서 소스 한 방울 안남을 때까지 비벼먹고 싶었다. 먹다보면 양손을 사용해 태초의 인류로 돌아간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양손이 문제일쏘냐! 



내 인생 가장 아름다웠던 크랩의 맛을 뒤로 한채 식사를 마친 후 크랩 장관님 집에서 나왔다. 조금 걸어가는데 한 쪽 거리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가까이 가서 보니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었다. 부드럽고 감미롭지만 살짝은 흥이 나는 비트에 몇 명의 관객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이런 댄스 타임에 내가 빠질 수는 없지. 한 때 아이돌을 꿈꾸던 나의 댄스 본능을 일깨운 후 숙소로 돌아갔다.  


스리랑카에 오면 가성비 갑인 호텔 뷔페를 꼭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다음날 우리는 브런치를 먹으러 샹그릴라 호텔 뷔페로 갔다. 한화 20,000원(3,000루피아)에 잠실 롯데 호텔 라센느 정도 퀄리티의 뷔페를 맛볼 수 있었는데, 양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고기류와 돋보이는 디저트 라인 그리고 고퀄리티 베이커리류의 향연이였다. 그릴 새우도 정말 맛있어서 12마리 째를 가지러 가는 도중, 요리하고 있던 호텔 직원이 나를 불렀다. 


직원) 저...혹시...

성은) 네?

직원) 어제... 거리에서 춤추셨던 분 아니세요....?

성은) ???????????????????????????!!!!!!!!!!!!!!!!!!!!!!!!!!


아니 이럴수가. 스리랑카 길거리에서 춤 한 번 췄을 뿐인데, 핵 인싸가 된 것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은 뭐지. 호텔 직원이 나를 봤다니 밥 먹다가 어딘가에 숨고 싶은 느낌이었다. "하하하..." 어색하게 웃고는 내 자리로 뛰쳐 들어갔다. 


성은) 얘들아, 호텔 직원이 어제 나 춤추는거 봤대

고백친구들) 뭐-어?! 


다들 폭소에 박장대소를 금치 못했다. 치우도 음식을 가지러 갔다가 그 직원이 "너의 친구 춤 잘추더라"라는 말을 했다고 나에게 전해주었다. 민망해서 더 이상 음식을 뜨러가지는 못했지만, 스리랑카에서의 마지막 식사로서 샹그릴라 호텔 뷔페는 완벽했다.   

 


내 춤추는 것을 봤다는 직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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