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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썽으니 Sung Nov 17. 2019

행복해지는 마법에 걸리다, 호주

호주에서 꼭 해야 할 10가지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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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막연하게 '호주'라는 여행지를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직접 가게 된다니 흥분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고백아시아로 여행다니는 국가 중 몇 안되는 한국보다 인당 국내총생산(GDP)가 높은 경제 대국 중에 하나였고, 몇 글자만 검색해봐도 하고 싶은 액티비티가 너무 많아서 대통령보다 바쁜 스케쥴로 움직여야했다. 호주 액티비티 도장깨기를 위해 지갑 털릴 준비도 다 됐고, 기존에 보지 못했던 광활한 대자연에게 사로잡혀줄 마음의 준비까지 착장 완료! 이제 떠나자. 


말레이시아 타와우에서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호주 골드코스트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코카콜라 가격을 보고 식겁했다. 공항 편의점 콜라가 4,500원이라니! 이제껏 여행했던 국가 중에 공항 물가가 가장 비싸서 놀랐다. 역시 경제 대국의 물가는 상상 이상이다. 낮 12시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연락해둔 서핑 선생님이 공항으로 픽업을 나오셨다. 점심 밥도 못먹은 상태로 짐도 숙소에 내려놓지 못하고 서핑부터 하러가는 빡센 일정이 시작되었다. 인생을 살면서 방문하는 마지막 호주인 것 마냥 뽕을 뽑으리라는 심정으로 스케쥴을 잡았다. 짐은 선생님 집에 잠시 내려놓고 래쉬가드로 갈아입은 후 바로 앞에 있는 서핑 스팟으로 향했다.


호주에서 꼭 해야 할 번째 #서핑


서핑스쿨을 통해 정규 과정을 예약한 것이 아니라 에어비앤비를 통해 프리랜서 선생님을 예약해서 그런지 굉장히 아빠같고 친근한 느낌으로 가르켜주셨다. '원래 맞으면서 크는거야'라는 말처럼 아빠가 아들 가르키듯이 파도에 맞서라고 우리를 바다로 밀어내셨는데, 실제로 파도에 엄청 맞았다. '찰싹 찰싹 첨벙 첨벙' 10번 정도 파도를 탔는데 백전백패 휩쓸려 넘어져서 실제로 두들겨 맞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넘어지면서 크는 것이라지만... 

솔직히 속으로는 엄청 잘 탈줄 알고 기본기 연습 3초시키고 실전으로 뛰어들 때 실력을 뽐내리라 자신만만 했었는데, 역시 상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컸다. 서핑은 체력소모도 엄청난 스포츠였고 때려 맞기도 엄청 맞아서 거의 몸살 걸리기 직전의 몸 상태로 회귀했다. 소영이도 파도에 몇 번 휩쓸리다가 체력이 방전되었던지 햇볕에 몸을 녹이며 바닷가에 그대로 기절해서 꿀잠을 잤다. 




원래 보통 사람이라면 경유시간 포함 비행기를 10시간 타고 온 후 바로 서핑을 한 사람이라면 숙소에 들어가서 기절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강철 정신력을 가지고 골드코스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인 Sky Point Observation Deck으로 향했다. 


성은) 오늘 짜놓은 스케쥴은 다 마치고 쉬어야지 얘들아~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스카이 포인트 전망대에서는 길에 뻗어있는 골드코스트 해변가와 주위의 높은 빌딩들 그리고 도시 중심에 흐르는 강줄기가 함께 만드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실 석양과 야경을 보러갔으나 숙소에 짐을 놓고 오느라 석양은 놓치고 야경만 볼 수 있었다. 근데 야경도 정말 잠깐 밖에 보지 못했는데, 스카이 포인트가 7시에 문을 닫기 때문이었다. 저녁 7시... 칼퇴하시네요... 정말 워라밸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국가답다고 해야할까 싶었다. 워라밸의 면모는 대형 마트 영업시간에서도 볼 수 있었다. 호주 물가가 전체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장을 봐서 직접 해먹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는데, 주중에는 오후 9시에 닫지만 주말에는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곳들이 많아서 영업시간을 미리 알아보고 장을 봐두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밤 12시까지 영업하고 공휴일에는 새벽까지 연장영업할 때도 있는데 말이다. 



호주에서 꼭 해야 할 번째 #열기구투어 


극기 훈련의 스케쥴은 계속 이어졌다. 열기구 투어를 가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스카이포인트 갔다가 장보고 짐정리하고 샤워하고 빨래하고 결국 딱 한 시간 자고 일어난 상황이었다. 4개의 도시 중 유일하게 골드코스트에만 열기구 투어가 있었는데, 한 번도 안타봤기 때문에 꼭 한 번 타보고 싶어서 무리하게 스케쥴에 밀어넣었다. 고백 친구들 네 명 다 완전 뻗는 상태로 비몽사몽해서 짐을 챙겨 픽업장소로 나갔다. 나도 거의 시체수준의 몰골이었다. 버스를 타고 2시간 반을 이동하는데 중간에 쉬는 휴게소에서도, 열기구 투어 장소에서도 내 눈꺼풀은 전혀 떠질 기미가 안보였다. 이 컨디션이라면 촬영이고 뭐고 열기구를 탄 상태로 하늘 위에서 코 골면서 잘 지경이었다. 열기구 투어 장소까지 왔는데 아저씨가 내리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도착해서도 버스 안에서 한 시간을 대기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살짝 이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너무 졸려서 제대로 생각할 정신은 아니었다. 또 30분 쯤 대기 후에 아저씨가 버스 위로 올라오더니 오늘은 안타깝게도 안전 상의 이유로 열기구가 뜰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나는 굉장히 얕은 잠을 자고 있었는데, 아저씨의 안내 방송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는 상태로 들어서 꿈이 악몽으로 바뀌어버렸다. 1년 365일 중 딱 40일 정도가 날씨로 인해 열기구가 못뜨는 날인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라고 했다. 열기구 투어하는 장소가 협곡(Valley)에 위치하고 있어서 날씨가 독립적이어서 실제로 와보아야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온 것이었다. 골드코스트가 날씨가 안좋아도 이곳은 좋을 수도 있고, 골드코스트가 날씨가 좋아도 이곳의 날씨는 나쁠 수 있었다. 오늘은 안개가 너무 많이 껴서 열기구가 떠도 아무 것도 안보일 뿐만 아니라 운전에도 위험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피치 못하게 취소하게 되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래서 우리는 열기구도 못탄 채 골드코스트로 돌아와야만 했다. 이 고생을 했는데!


업체에서 2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내일 다시 도전해보는 것 혹은 환불 받는 것. 우리 모두 체력이 방전된 상태였기에 고민이 되었지만 하루 더 극기 훈련한다는 셈치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마 다음 날도 실패했다면 이성을 잃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이틀 연속 새벽 3시 기상은 정말 고되었다. 그러나 열기구를 타고 올라갔을 때 내 눈에 담았던 호주의 평화로운 대자연의 전경은 그 모든 피곤을 싹 정리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열기구에 바람을 넣어 펴지는 순간부터 떠오르기까지, 그리고 열기구에 타고 있는 내 자신과 내가 바라보는 아름다운 모습까지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소 떼들이 우루루루 지나가는 모습이 마치 미니어쳐 같았고, 구름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내 자신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새벽의 찬바람과 구름에서 떨어져나온 이슬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내려와서는 아침식사를 하러 와인을 만드는 포도농장(O'Riellys Canungra valley Vineyards)에 들렀다. 투어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아침식사도 근사했고 넓은 부지의 포도농장에서 수확하여 직접 만든 와인도 시음할 수 있었다. 뒷 농장에는 알파카들을 키워서 직접 먹이도 줄 수 있었고, 호주의 보라빛 벚꽃 '자카란다'도 활짝 피어 최고의 풍경을 선사했다. 우리는 11월 초에 방문했는데 10월 경부터 호주에 봄이 오기 때문에, 이 시기에 방문한다면 자카란다로 수놓아진 도심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열기구 투어에 포함된 모든 일정이 끝나자마자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으로 직행했다. 왜냐구? 내일 새벽 비행기로 시드니로 떠나야 하니까.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다. 



호주에서 꼭 해야 할 번째 #코알라 #캥거루 

 

호주에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코알라와 캥거루의 실물을 영접하는 것이었다. 티비에서만 보던 그 귀여운 코알라와 캥거루가 내 눈 앞에 있다면 그들의 사랑스러움에 내가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호주는 골드코스트, 시드니, 멜버른, 퍼스까지 총 4개의 도시를 방문했는데, 딩고 촬영지인 시드니에서도 분명 동물원 가는 일정이 있을테지만 동물 덕후인 나는 절대 시드니까지 참을 수 없었다. 첫 도시에서부터 코알라와 캥거루를 기필코 봐야만 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당장이라도 동물원으로 달려갈 기세였달까. 그리고 반드시 코알라를 안고 인증샷을 찍으리라 다짐했다. 골드코스트에서 코알라와 캥거루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Currumbin Wildlife Sanctuary)였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는데 이번 달 처음 시작된 코알라 간호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한화로 5만원(59 AUD) 선이었는데 고민없이 냉큼 질렀다. 드디어 코알라를 직접 쓰담쓰담 할 수 있는 것인가! 


코알라와 캥거루를 비롯해 그 외의 희귀 동물들을 볼 수 있는 보호 구역인데, 단순한 동물원이라기 보다는 아프거나 다친 야생 동물도 보호하는 공간으로 보였다. 우리나라 동물원은 보통 모든 동물을 우리 안이나 유리관에 가두어두지만 이곳의 동물들은 정말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타조같은 새들도 길가에 푸드덕 푸드덕하면서 뛰어다니고 캥거루의 조금 작은 버전인 왈라비도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이곳을 거닐다보면 이 생태계에 내가 동화된 느낌이 든다. 캥거루는 가끔 우리나라 동물원에서도 볼 수 있지만 코알라의 경우에는 호주에서 밖에 볼 수 없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 코알라 자체가 워낙 고유종에 멸종 위기종이어서 다른 대륙으로 보내는 것을 정부에서 부정적으로 여긴다. 또한 코알라가 먹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거의 호주에서만 자라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유칼립투스 나무를 키우기도 하지만, 코알라가 먹는 유칼립투스와는 다른 종일 수 있다. 호주에서 자라는 유칼립투스만 650종이 넘고 그 중 30종만 코알라가 먹는다고 하니까 말이다. 코알라는 매일 1kg 정도의 유칼립투스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하루에 20시간을 자고 4시간을 먹는다. 때문에 사람들이 구경갔을 때는 보통 자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나 썽으니는 코알라랑 뽀뽀까지 하고 왔다.



코알라 간호 프로그램은 혼자 신청해서 들어갔는데, 사육사 언니가 옆에 있긴 했지만 코알라와 독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육사 언니 말로는 코알라 간호 프로그램이 생긴 이래 내가 첫 손님이라고 했다. 


'코알라에 대한 저의 열정이 이 정도랍니다. 후훗.'


처음이라고 하니까 내심 엄청 뿌듯했다. 코알라를 직접 안지는 못하지만 쓰담쓰담은 괜찮다고 하셨다. 털이 엄청 보드라운 것은 아니었지만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다. 나무 위에 있는 코알라들의 계보를 설명해주시면서 이 공간 안에 있는 약 12마리 정도의 코알라가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3대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애기 코알라가 엄마 코알라 등짝에 딱 달라붙어 있는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외쳤다. '심장아, 나대지마..나대지 말란 말이다' 사육사님이 코알라 한마리를 내려서 가까이 볼 수 있게 해주었는데, 내가 "뽀뽀!" 이러니까 고개를 돌려서 나에게 코뽀뽀를 해주었다. 꺅! 그것도 두 번이나! 사육사님이 "Oh boy, you kiss her (얘야, 너 누나한테 뽀뽀했구나)" 라며 내 코뽀뽀의 증인이 되어주셨다. 5만원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시간이었다. 


코알라에게 입술을 침범 당했다


코알라 간호 프로그램이 끝난 후 고백친구들과 합류했다. 이번에는 캥거루를 보러갔다. 캥거루는 코알라처럼 보호...동물은 아닌 것 같고 누구나 다가갈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먹이도 줄 수 있도록 풀어놓았다. 우리도 사료를 한컵 사서 누워있는 캥거루에게 다가갔지만 이미 배가 불렀는지 별로 반응이 없었다. 페이스북에 가끔 떴던 짤 중에 근육질 캥거루끼리 권투하던 씬이 있었는데, 실제로도 보니까 머리부터 꼬리까지 싸움을 정말 잘하게 생기긴 했다. 꼬리정도면 힘이 없을 만 한데 캥거루 꼬리는 엄청 두툼한게 꼬리까지 근육으로 되어 있는듯했다. 그리고 커럼빈의 캥거루는 대부분 그냥 누워서 뻗어있었다. 움직이지도 않고 세월아 네월아... 배도 부르고 등도 따숩고 사람들은 귀찮고... 누가 오든 말든 그냥 다들 누워있는 모습이 마치 '천상천하 유아독존'처럼 보였다. 사실 이에 비해 시드니에서 간 Reptile park의 캥거루들은 엄청 뛰어다니면서 우리에게 먹이를 달라고 쫓아다녔는데 말이다. 귀엽기도 시드니 캥거루가 훨씬 더 귀여웠다. 시드니에서 만난 캥거루들은 사료보다는 종이를 좋아했다. 사료를 주면 잘 안오는데, 지도나 사료를 담아준 봉투로 유인하면 냉큼 뛰어온달까. 영상을 찍으려고 살짝 안보이게 지도를 내밀었는데 애들이 캥거루에게 뭘 먹이려고 하는거냐며 다 티난다고 엄청 구박했다. 캥거루가 지도나 종이를 하도 많이 먹어서 캥거루에게 해가 안되는 재질로 만들었다고 하니... 너무 책망하지는 말아줘, 얘들아. 다음부터 안그럴게.


골드코스트 커럼빈의 캥거루


시드니 렙테일파크의 캥거루


시드니 Reptile park의 코알라들은 다들 자고 있었다. 그래 하루의 20시간을 자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크어어어엉'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났다. "뭐야, 무슨소리야?" 우리는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두리번 거렸다. 다시 한 번 '크어어어엉' 하는 소리가 났는데 돌아보니 코알라가 자면서 코고는 소리였다. 아니... 내 살다 살다 코알라 코고는 소리를 들어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터프하게 코를 골아서 놀랐다. 시드니의 코알라들은 다들 자고 있었지만, 골드코스트 커럼빈의 코알라들은 세상 활발했다. 그들이 깨어있는 4시간을 우리 눈 앞에서 다 펼쳐보인듯 했다. 나무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는 모습은 기본이고, 나무와 나무를 점프해서 건너가는 모습, 나무에서 내려와 기둥을 잡고 쉬싸는 모습, 네발로 걸어다니는 모습, 배고파서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야금 야금 먹는 모습까지, 시드니의 코알라를 못봤다면 코알라가 원래 이렇게 활발한 동물인줄 알 뻔 했다. 마지막 커럼빈 문을 나가기 전, 인당 한화 23,000원 (29AUD)을 내면 코알라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 순간을 고대하고 고대해왔는데! 실제로는 기념사진 찍는 찰나만 안아볼 수 있었고, 거의 줬다 뺐는 수준으로 데려가서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주마다 법이 달라서 골드코스트에서는 짧게 나마 안아볼 수 있지만, 시드니에서는 보호종에 대한 더 엄격한 법률로 인해 그마저 금지된다고 하니 이쯤에서 코알라와의 추억은 만족하기로 했다. Hug 하고 Kiss 까지 했으니 할 만큼 했다.

엄마 품에 엎혀 코 자는 아기 코알라
오줌싸는 코알라


호주에서 꼭 해야 할 번째 #본다이비치 


호주의 수도로 헷갈릴만큼 호주를 대표하는 도시, 시드니에 도착했다. 미국의 수도가 워싱턴이지만 경제의 중심이 뉴욕인 것처럼,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이지만 가장 발전된 도시는 시드니와 멜버른이다. 특히 대부분의 국가는 수도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호주는 시드니에서 올림픽을 개최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많이 헷갈리곤 한다. 


그런데 호주가 땅덩어리가 넓긴 넓나보다. 골드코스트에서 시드니로 이동했을 뿐인데, 날씨가 굉장히 추워졌다. 너무 추워서 손발이 다 덜덜덜덜 떨렸다. 봄에서 여름 넘어가는 시즌인데, 꽃샘추위가 온듯했다. 숙소에 들어가자마다 너무 추워서 집에 있는 히터란 히터는 다 키고 있는 옷을 다 껴입었다. 브로모화산 때 산 털모자가 극도로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다시는 안쓸 줄 알고 한국으로 부쳤는데 후회가 밀려든다. 이불로 꽁꽁 싸매고 있는데도 방이 너무 추우니까 이불까지 차갑게 느껴져서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는 정말 얼어 죽지는 않을까 싶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물론 죽지는 않겠지만, 체감 상 그 정도의 바람과 추위였다.


"아무리 호주 물가가 비싸더라도 난, 옷을 사야겠어"      


아껴쓰고 뭐고 그냥 우버를 불러서 잡아타고 시내로 나갔다. 그리고 기모 원단의 가디건, 긴팔 옷, 긴 바지, 청바지, 운동화, 양말까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다 맞췄다. 반팔, 반바지, 쪼리 만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행히 이렇게 좀 껴입으니까 살 것만 같았다.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 잔에 내 몸에 온기가 돌아왔다. 이제 촬영하러 가자!    


딩고 촬영팀을 만나러 고백친구들과 함께 시드니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해변가 '본다이비치'로 향했다. 이 인근을 걷다보니 호주사람들이 즐기는 'Beach Life'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집에 서핑보드가 한 두개 씩 구비되어 있고, 서핑보드를 가지고 본다이비치로 걸어가서 파도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혹은 비치 타올을 깔고 태닝을 하거나 일광욕을 즐긴다. 자연을 누릴 줄 알고 여유를 즐기는 삶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바다까지는 아니지만 서울에도 판타스틱하게 아름다운 '한강'이라는 자연이 주어져 있는데, 가뭄에 콩나듯 방문했던 스스로를 반성해본다. 한국가면 'River Life'를 실현시켜 봐야겠다. 



촬영 중에 본다이비치를 거닐면서 비치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낭만이 있었고, 인근 서핑스쿨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면서 서핑에 도전해본 것도 즐거웠다. 골드코스트에 이어 두번째로 타니 이제는 10번 도전에 3번 쯤은 서핑보드에 아주 초초초초 불안한 자세로라도 설 수 있게 되었다. 두 번한 보람이 있네~

이 뿐 만이 아니라 본다이비치 옆에는 본다이 아이스버그 클럽(Bondi Icebergs Club)이라는 굉장히 힙하고 멋진 수영장이 있다. 파도가 높게 칠 때면 수영장 안으로 파도가 들이치는데, 수영장 물과 바다가 어우러져 펼쳐진 삼색의 물빛은 마치 그림 같았다. 그러나 이 곳에서도 우리는 극한의 추위를 경험해야했다. 수영장 물도 얼음장같이 차가운데 바람이 많이 불어 이가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너무 추워서 귓 속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왔지만, 우리는 프로다! 고프로를 들고 수영장에 들이치는 파도 속으로 직진했다. 사실 아이스버그 클럽에서 PD님들은 너무 추우면 안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우리도 욕심이 있어서 더 멋진 영상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에서 최대한 진행해보자고 요청드렸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고 PD님께 부담을 퐉퐉 드리면서 말씀드렸다. 


이 컷... 꼭 쓰셔야 해요!



호주에서 꼭 해야 할 다섯번째 #스카이다이빙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하와이에서 못했던 것이 한이 되었는데 시드니 촬영 덕에 난생 처음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게 되었다. 특별히 더 행복했던 점은, 내 팔목에 다는 고프로 이외에도 뛰어내리는 모습을 3인칭 관점에서 찍어주시는 카메라가 붙는다는 점이었다. 청춘 기록물을 또 하나 남길 수 있겠군! 그 뿐만 아니라 가격도 하와이의 반값이었다. 촬영자까지 포함해서 한화 20만원(249AUD) 정도였다. 이 정도면 시드니에서 스카이다이빙, 꼭 해야하는 수준이다. 사실 정확히 시드니에서 하는 것은 아니고 시드니 옆 울릉공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는데, 시드니에서 오가는 셔틀이 있기 때문에 운전면허가 없더라도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는 액티비티이다. 


처음에 도착하면 등록을 하고 줄을 기다린다. 그리고 스카이다이빙 복으로 갈아입는다. 사실 기존에 입고 있는 옷 위에 덧입는 형식이다. 그리고 안전장비를 매고 나와 함께 뛰어내려줄 선생님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게 된다. 그 때부터 고프로로 촬영이 시작된다. 선생님이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전 심정이나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으셨다. 사람들은 무서울까봐 걱정하는데, 이 걱정의 근본에는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서 그대로 죽을까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혹여나 죽더라도... 업체 책임은 아니라는 생명 서약서는 쓴다. 솔직히 모든 익스트림 액티비티가 위험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난 솔직히 스카이 다이빙보다 어제 했던 본다이 아이스버그 클럽에서의 추위가 더 실질적인 생명의 위협이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호주라면 그래도 굉장히 안전하게 안전수칙을 모두 지키면서 액티비티를 운영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열기구 때도 비도 아니고 안개낀 것일 뿐인데, 솔직히 안전 점검이 미흡한 다른 나라였으면 열기구를 그냥 띄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취소시키겠다는 의사결정을 했을 때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뿐 만 아니라 하버브릿지를 올라가는 하버브릿지 클라이밍을 할 때도 안전복으로 머리부터 신발 끝까지 제공되는 복장으로 갈아입힌 후 모자, 안경 등의 외부에 다는 물체는 무조건 케이블 타이를 통해서 안전복에 고정시켰다. 촬영용 카메라도 별도로 들고 갈 수 없으며, 악세서리나 그 어떤 물체도 소지하지 못하게 했다. 왜냐하면 하버브릿지 밑으로는 차가 다니고 있고, 위에서 뭔가 작은 것이라도 떨어뜨린다면 낙하 가속력이 더해져 큰 사고를 불러 일으킬 뿐만 아니라 한 차의 사고가 옆에 있는 차와의 추돌 사고 등으로 이어져 큰 사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 요소를 철저히 막고 검사하는 과정을 통해 호주에서 진행되는 액티비티의 안전성에 대한 큰 신뢰가 생겼다. 물론 그렇다고 할 지라도 어디나 예외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항시 조심하는 것은 나쁠 이유가 없다. 


하늘에서 뛰어내리기 위해서는 경비행기를 타고 올라가야한다. '드드드득 드드드득'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굉장히 시끄럽게 난다. 그렇지만 그 시끄러운 소리도 묻힐 만큼 내 심장이 더 크게 뛰었다. 긴장도 되고 흥분도 된다. 경비행기가 이륙했다.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호주의 맑고 푸르른 바다와 경비행기 안에서 울려퍼지는 환호소리가 더해져 곧 있으면 뛰어내린다는 사실이 스멀 스멀 자각되기 시작한다. 어느덧 10분 정도 올라가 15,000피트의 상공 위에 올라섰다. 경비행기 문이 열리고 바람이 몰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타자로 치우가 떨어지고 소영이, 보준이가 차례대로 떨어지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는 순간이 스카이다이빙 과정 중 가장 무서웠다. 으악! 이제 경비행기 안에 나만 남았다. 드디어 내 차례다. 밑을 바라보니 구름이 내 밑에 있다. 갑자기 본능적으로 뛰어내리기를 거부하려던 찰나, 내 몸에 부착되어 있던 선생님께 질질 끌려서 하늘 위로 내 몸이 투척되었다. 


끄악!!!! 


비행기에서 끌려 내려가는 순간


오히려 뛰어내리고 나니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하늘을 내려가며 바람을 맞는 색다른 기분도 너무 좋고, 빙글빙글 돌면서 하늘을 나는 것 같아서 자유로운 새가 된 느낌이었다. 다만...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라고 카메라에 담기위해 입을 한 번 여는 순간 바람이 거세게 입에 들이 닥쳐서 말은 커녕 입을 다물 수도 없게 되었다. 그리고 입을 여는 바람에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흑역사 영상으로 남았다. 낙하산을 편 후에야 입을 다물 수 있었는데 바람에 입에 있던 모든 물기가 날라간 터였다. 낙하산을 펴고 난 후가 진짜 스카이 뷰를 즐길 수 있는 타이밍이다. 아름답게 펼쳐진 시드니 울릉공 바다의 풍경을 드론처럼 떠서 내 눈에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뷰도 정말 청량하게 아름다웠다. 이래서 대자연 호주라고 하는 구나. 


"Sung, look at the sea, there is a whale" (성은, 바다 좀 봐봐. 고래가 있어!)


고래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엄청 흥분하면서 바다를 바라봤지만, 너무 바다가 넓어서 어디있는지 명확히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내가 보고 있는 저 바다 어딘가에는 있는 것인데 내가 못찾은거니까 본 걸로 치자! 고래가 있든 없든 하늘에서 바라본 시드니 해변가의 모습은 잊을 수 없이 빛나는 경이로운 자연 그 자체였다. 지상으로 내려가는 길이 아쉬웠다. 드디어 착륙! 돈과 시간만 있다면 두 번 아니 세 번하고 싶은 액티비티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시드니에 온다면 스카이다이빙은 꼭 해야한다. 다시 시드니에 오더라도 또 할 것이다. 그만큼 호주의 대자연을 오감으로 만끽할 수 있었던 가치있는 액티비티였다.



호주에서 해야할 남은 5가지 목록은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담아낼 수 있길 희망한다. 영상을 주로 만드는 크리에이터인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또 다른 크리에이팅의 과정이었다. 영상도 한 편 한 편 편집할 때 시간이 무척 많이 소요되지만, 글도 한 편 한 편 영상만큼 아니 때로는 영상보다 더 시간이 오래 걸릴 때도 있었다. 무언가 생각하고 상상하고 머릿 속에 그리고만 있었던 것을 표현해낸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도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9개월 간 참으로 많은 것들을 보고, 많은 것들을 느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삶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미생으로 일하면서 쳇바퀴같이 굴러가는 삶 속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일하지?',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가 생길 것이다. 나의 장대한 꿈, 목표를 세우기에는 시간이 꽤나 걸릴 지라도 여행을 통해 발견하는 새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느끼다보면 그 순간 순간이 참 가치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나고 살아가는 이상,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은 마음껏 누비벼 누린다면 '행복'에 대한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날이 올 것을 확신한다. 세상은 참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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