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비중 29%→17%, 국민연금은 왜 포트폴리오를 바꿨나
국민연금은 한국 증시의 큰 손입니다. 2024년 말 기준 국내주식에만 약 138조 원을 투자하고 있고, 1,200개가 넘는 종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면 국민연금이 어떤 종목을 사고파는지가 곧 시장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신호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꽤 극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삼성전자입니다.
2020년 말, 국민연금 국내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9.5%**였습니다. 전체 175조 원 중 52조 원가량이 삼성전자 한 종목에 몰려 있었던 셈입니다. 사실상 포트폴리오의 3분의 1이 삼성전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2024년 말 기준, 삼성전자 비중은 **16.7%**로 떨어졌습니다. 투자 금액도 52조에서 23조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물론 삼성전자가 여전히 1위이긴 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분산투자입니다. 한 종목에 30% 가까이 집중되어 있으면 리스크 관리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같은 기간 TOP 10 종목의 전체 비중도 53%에서 43%로 줄었습니다. 국민연금이 의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키고 있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로 흥미로운 변화는 금융 섹터입니다.
2020년에 KB금융은 19위, 신한지주는 21위였습니다. TOP 10에는 명함도 못 내밀던 종목들이었죠. 그런데 2024년에는 KB금융이 9위, 신한지주가 10위로 올라섰습니다. 국민연금 역사상 금융주 2개가 동시에 TOP 10에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있습니다. 한국 금융주들은 오랫동안 "저평가"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PBR이 0.5배 수준으로, 장부가치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죠. 밸류업 정책은 이런 저평가 종목들의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는 정책인데, 금융주들이 그 핵심 수혜자로 부각되면서 국민연금도 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KB금융의 투자액은 2020년 1.8조에서 2024년 2.7조로, 신한지주는 1.4조에서 2.1조로 늘었습니다. 하나금융지주(14위), 삼성생명(17위), 삼성화재(20위)까지 TOP 20 안에 금융주가 5개나 포진해 있습니다.
반대로 추락한 종목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카카오입니다.
2020년 카카오는 8위였습니다. 코로나 시대, 언택트 수혜주로 각광받으며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에서도 주요 종목으로 자리 잡고 있었죠. 그런데 2024년에는 26위까지 밀려났습니다. TOP 10은커녕 TOP 20에서도 탈락한 겁니다.
NAVER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2020년 4위에서 2024년 7위로 내려왔습니다. 순위 자체는 아직 높지만, 투자 금액은 5.6조에서 2.8조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 변화는 시장 전체의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2020~2021년은 성장주의 시대였습니다.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당장 이익을 내지 않아도 미래 성장 가능성만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종목들이 각광받았죠. 하지만 2022년 이후 금리가 오르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성장주보다는 실적이 탄탄하고 배당을 주는 가치주가 선호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변화도 이런 시장 흐름을 반영한 결과로 보입니다.
5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국민연금은 꽤 명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첫째, 삼성전자 집중도를 낮추고 분산투자를 강화했습니다. 한 종목 의존도가 30%에서 17%로 줄었습니다.
둘째,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무게중심을 이동했습니다. 카카오 같은 플랫폼주는 비중이 줄고, KB금융·신한지주 같은 금융주가 부상했습니다.
셋째,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렸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2년 상장 직후 TOP 3에 안착한 게 대표적입니다.
물론 이게 "정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시장 상황은 계속 바뀌고,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도 그에 맞춰 조정될 겁니다. 다만 한국에서 가장 큰 기관투자자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아는 것 자체가, 시장을 이해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공공데이터포털(링크)
분석 기준: 각 연도 말 기준
분석 기간: 2020년 ~ 2024년